점심시간에 밥 먹기 대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12:00 pm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인사를 하고 슬그머니 사무실을 빠져나와 옆 건물 카페에서 점심시간을 보낸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책 한 권, 텀블러를 챙겨 와 카페에서 파는 빵을 먹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12시 55분이 되면 슬슬 사무실로 복귀한다.
언제부터인가 점심시간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나는 침묵을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5~6명에 둘러앉은 테이블에 정적이 감돌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가며 대화를 주도하게 된다. 어쩔 때는 내게 바통을 넘겨받은 것처럼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건 묵묵히 밥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날은 업무 시간보다 점심시간이 더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법정휴게시간을 꽉 채워서 보내도, 전혀 쉰 것 같지 않은 상태로 오후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한 번은 말수가 무척 많은 부장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당신의 전 직장 이야기부터 자식 자랑, 시답잖은 농담(하지만 웃기지는 않은)까지 듣고 있으려니 거기에 일일이 리액션을 하는 것도 무척 피곤했다. 문득 내가 대화를 주도할 때도 누군가는 '참 피곤하네.. 조용히 밥이나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겠구나 싶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코드가 통하는 대화를 하는 것은 즐겁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날은 참 드물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일이 있다'라며 점심식사에 빠지고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용히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도 쓰며 50분가량을 보내면 '이런 게 진정한 휴식 시간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취향에 맞지 않은 메뉴로 끼니를 떼우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것도 즐겁다. 비록 이런 '개인행동'에 대해서는 식사비 지원이 되지 않지만 내 돈을 써서 얻은 온전한 휴식이 전혀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