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소희씨가 오늘 눈물을 보였다.
입사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소희씨는 지연씨보다 일주일 뒤에 입사한 경력직 신입이다.
사무직이 처음인 지연씨와는 달리, 소희씨는 대행사 근무 경험이 있어서인지 습득이 빠르고 새로운 업무도 척척 해냈다.
혹시 입사 초반부터 업무를 너무 많이 주면 금세 지치지 않을까, 업무를 너무 적게 주면 '하는 일이 없다'라고 생각해서 자존감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곁눈질로 소희씨의 표정과 모니터를 살피며 적정량의 업무를 배분해 주기 위해 무척 신경을 썼다.
다행히 소희씨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업무를 완료해 냈고, 결과물의 퀄리티도 아주 높아서 수정 요청을 해야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괜찮아요? 오늘 다 할 수 있겠어요? 일이 많으면 꼭 이야기해 줘요."
초반 2주 차까지는 업무를 줄 때마다 소희씨의 업무리스트를 먼저 체크하고, 구두로 한번 더 확인을 했다.
하지만 나도 밀려드는 내 일을 처리하기 바빠, 점차 그녀가 당연히 해낼 거라는 믿음으로 업무를 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을 주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소희씨 어때요?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네! 엄청 잘하세요. 속도도 빠르고요. 팀장님이 갖고 계시던 업무 넘겨주셔도 될 것 같아요."
인력이 부족해 실무자처럼 일을 하고 있던 팀장님도 소희씨에게 일감을 주기 시작했다.
우리 팀장님은 업무지시를 매우 간략하게 하시는 편이다.
몇 년간 같이 일한 나야 팀장님이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지만 입사한 지 고작 한 달 된 신입이 그럴 수 있을 리 만무하다.
"A 제품 론칭일정 맞춰서 마케팅 플랜 짜주세요"
A제품이 무엇인지, 런칭일이 언제인지, 타깃이 누구인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은 소희씨는 인트라넷 메시지로 업무지시를 받고는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소희씨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모여들어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하지만 소희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제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자꾸 실수도 생기고... 다들 바쁘게 일하시는데 저만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훌쩍거리는 소희씨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소희씨가 힘든 내색 하지 않고 너무 일을 잘해주고 있어서 지금의 업무량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팀장님도 같은 생각이셨다.
그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니...
너무 미안하고, '내가 더 잘 챙겼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와 팀원들은 갑 티슈를 들고 소희씨 주위를 빙 둘러싸고, 회의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팀장님을 보란 듯이 책망하며 최선을 다해 그녀를 달랬다.
지금 본인이 얼마나 일을 잘해주고 있고 팀이 얼마나 큰 보탬이 되어며, 소희씨가 없어지면 우리가 얼마나 힘들어질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뒤늦은 위로와 격려를 쏟아부었다.
다행히 소희씨는 금방 마음을 추슬렀다.
"소희씨 울어요 팀장님"
내 카톡에 깜짝 놀라 회의 내내 초조했다는 팀장님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소희씨와 개인면담 시간을 가졌다.
용기 내어 힘든 마음을 말해준 소희씨에게 고맙다.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무리하게 업무를 주고, 결국 좋지 못한 끝을 맺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