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법이 될때] 후기

태완이법과 공소시효

by 전문상담사 이희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비극적 사건들이 어떻게 법으로 제정되었는지를 다룬 에세이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등 일곱명의 이름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끈 상징이 되었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법의 제정이 단순한 규범의 수립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현존하는 법은 범죄자 편이고, 새로운 법은 선량한 시민 편이다”

이 말은 법이 변화하는 속도보다 사회의 현실과 피해자의 고통이 더 앞서 있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법은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와 시민의 권리는 나중에야 보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적 표현이다. 이 표현은 특히 공소시효 이슈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공소시효는 범죄가 발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제도다. 즉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해, 사회적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꾸준히 존재해왔다. 중대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에 실패한 경우들이 발생했고, DNA 분석 등 기술발달 등으로 법 현실과 기술 사이의 괴리가 발생했다.


이런 공소시효 제도의 한계를 다룬 영화들이 몇 있다. <살인의 추억>(2003)은 1986년부터 1991년가지 실제로 벌어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는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결국 시간이 죄를 덮어버리는 제도적 한계를 보여주었다. 실제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고 이후 2019년 DNA 분석으로 진범이 확인되었지만 당시 법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했다.(공소시효 완성된 사건에는 소급 불가)

이 책이 서술한 태완이법은 영화 <공범>(2013)이 제기한 사회적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영화<공범>은 유괴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시점에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공소시효가 범죄자를 오히려 보호하는 장치가 되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법 제도의 정당성과 윤리적 기준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태완이법은 2015년 7월24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7월 31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벌률]로 특정 강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법이다. 핵심내용은 살인죄를 포함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앤다는 것이다. 기존 형사송법은 살인죄에 대해 최대25년의 공소시효를 두었으나, 이 법의 시행으로 해당 범죄는 시효의 제한 없이 언제든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게 됐다.


공소시효라는 제도는 인간의 기억과 증거능력의 한계를 전제로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전제로 제도화하는 것에는 찬성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견제받아야된다는 전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공소권은 국가가(대부분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 범죄자를 법원에 기소해 처벌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으로 강력한 권한이다. 우리는 유신시대 등을 거치면서 역사적으로 공소권이 남용되며 제대로 견제받지 않았던 상황을 경험했다. 공소권과 공소시효는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의 법적 기제가 서로 긴장과 균형을 이루며 작동하는 장치다. 공소권이 남용되면 정치적 수단이 되고 공소시효가 지나치게 짧으면 정의실현이 좌절된다. 이 책의 태완이법,은 이런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법은 불완전하다. 공소시효는 인간이 모든 죄를 완전하게 판단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태완이법은 인간의 불완전한 제도 속에서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 하나님의 정의와 회복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태완이가 1999년 7월8일 사망했고 태완이법은 2015년 7월31일 공포 시행됐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법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국가가 응답할 때 만들어지는 응답의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