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싱숭생숭한 감정에 빠져 자기객관화라는 이름으로 하는 몹쓸 짓
왜 우리는 연말 연초에 몰아서 자기객관화를 하는가
연말에 하는 여러 개인적인 일들 중에 하나가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때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연말에 다가와서 얼마나 달성했는지, 미흡한지, 달성한 이유 혹은 미흡한 이유를 나에게서 찾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면 결과가 달라지나요? 혹은 내년에 같거나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계획을 수립하는 도움이 되나요? 아닙니다.
자기 객관화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연초에 세웠을 수도 있고, 그 목표를 작게 쪼개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에 그 원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일이 마무리 중에 있고, 그 일의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일들을 되짚어본다는 것은 내가 저지른 실수와 실책을 확인하기 위함입이지 자기객관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연말 연초에 상념에 젖어서 하는 자기객관화는 그 활동을 통해 얻고자 했던 어떤 기대가 담긴 결과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자기객관화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하필 연말 연초 싱숭생숭한 마음에 취해 자기 객관화를 '몰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에 의한 달성 결과와 과정을 바탕으로 자기 객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비하를 하는 우를 범합니다. 정확하게 진단하기보다는 내 느낌과 그 느낌 속에 객관적 사실은 묻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자기 비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 객관화를 하지 말라고 권해드립니다. 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자기객관화는 왜 필요할까요.
언제 필요할까요, 누구에게 필요할까요.
자기객관화는 성장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자신의 위치와 상태 등을 체크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일정 부분) 성장했다고 했을 때의 최상의 상태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합니다. 비즈니스에 비유하면 일종의 목적(미션과 비전)이 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세웠던 목표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와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목적 및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한 실행 과정에서 내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활동을 꾸준히 노력해 왔고, 그게 얼마나 기대한 결과에 가깝게 나타났으며, 그래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남들과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객관화는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게 맞지만, 우리는 키, 몸무게, 몸매 등 외적인 부분을 비교하여 내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하려고 하는 객관화는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그 생각으로 나온 태도, 어떤 사건과 상황에 대한 인식, 그에 따른 내 주장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의 말과 글 등입니다. 과연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비교하여 얼마나 객관적인지, 상식적인지, 논리적인지, 합리적인지를 따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상식에 밝아야 합니다.
여러 방면으로 호기심도 많아야 합니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궁금해해야 하고,
그들과 내가 가진 생각을 나누는데 거침없어야 합니다.
게다가 내가 대화하는 상대 또한 나와 대화하는 것을 즐겨야 합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우리는 내 생각의 옳고 그름 또는 다른 이들과의 공통된 혹은 차별화된 나의 생각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곧 내가 평소에 할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객관화입니다. 만약, 내가 가진 생각이 나만 가진 생각이라면, 이를 확인하면 왜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스스로 알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내 생각의 뿌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일부는 비슷하지만, 일부는 다르다면 같은 건 왜 같고, 다른 건 왜 다른지를 추가 대화를 통해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한 사람과의 대화만으로 결론내기 어렵다면 공개적인 채널에 글을 작성하여 모두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오픈 토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만, 나 혹은 내 생각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확인하고 때로는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메타인지를 키우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키워야 할지는 모릅니다.
막상 대화를 나눠보면, 메타인지를 강조하는 이들도 정작 훈련하는 방법은 모릅니다.
저는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고차원적 명상(거시와 미시를 교차해서 보고, 이를 구조화하여 펼쳐보기) 훈련을 통해 비즈니스, 커리어를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보다 높은 시선에서 나 또는 나와 거래하는 의뢰인들, 그들이 하는 비즈니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그럼, 실제 연결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이 지속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우선 살펴보고 이를 주제로 몰입감 있는 대화를 나눠보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 혹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그러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지를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쪽으로 우리의 사고가 흐르게 됩니다.
자기객관화보다는 고차원적 명상을 하려고 해 보세요.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는 활동이지만, 명확히 생각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고 구체적일수록 우리의 생각은 더더욱 또렷해집니다. 나를 대상으로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이 나 자신을 대상으로 자기객관화를 한다고 해도, 스스로 가졌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놓고, 그 문제를 혼자 혹은 다른 이들의 도움을 얻어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생각을 끌고 가는 것이 좋지, 자아비판 혹은 비하를 통해 스스로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올바를까요. 답은 이 글을 쓴 저도 읽는 여러분도 다 알고 있습니다. 마치 다이어트의 비법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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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7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