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jay Feb 18. 2021

맛없는 천연 발효 빵 이야기 2

발효종 : 인간 욕망에 대한 반성

아내의 천연 발효 빵에서 나의 임무는 발효종 먹이 섞어주기다. 작은 유리병에 사는 이 생명체에게 매주 먹이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애완동물보다 애지중지 키운다. 귀한 내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거라서 더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아내가 빵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숙성된 발효종을 덜어간다. 그리고 조금 남긴 발효종에 새 물과 먹이를 주면 난 그걸 섞는다. 헬스장에서 틈틈이 만든 내 어깨 근육을 유일하게 사용하는 날이기도 하다. 아내는 잘 섞인 발효종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유리병을 받아간다. 이 작은 생명체는 우리 집에서 가장 아늑하고 따뜻한 아지트에 모셔진다. 그리고는 또 일주일을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 루틴이 매주 내가 빵을 먹기 이틀 전에 하는 일이다.

천연 발효 빵에서 발효종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공기 중에 사는 미생물인 효모가 잘 살 수 있도록 먹이를 주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준다. 효모가 먹이에 붙어 활발한 생명력을 발휘하게 되면 천연 빵에 사용하는 발효종이 된다. 효모의 먹이가 바로 밀가루, 반죽(Dough)이다. 유기농 호밀가루가 먹이가 되면 호밀 발효종이 되고, 유기농 우리밀이 먹이가 되면 우리밀 발효종이 된다. 건포도 등과 같이 당을 가지고 있는 식재료는 거의 모두 먹이가 된다. 밥을 사용해서 효모를 배양해 술을 만들 수 있는 발효종을 누룩이라고 부른다.

이 효모 발효종이 빵을 만들 호밀가루나 통밀가루를 먹이로 삼아 천천히 며칠에 걸쳐 성분을 변화시킨다. 이때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부풀어 오르게 된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밀가루가 효모의 먹이가 되면서 소화가 잘되고 간과 콩팥에 좋은 성분으로 완전한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재밌는 것은 유기농이 아닌 밀가루에는 발효종을 배양하기 무척 힘들다. 이미 밀가루에 포함된 방부제와 농약 잔류물들로 인해 효모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증거다. 효모도 살지 못하는 밀가루라는 말이다. 그래서 동네 빵집에 파는 빵들은 짧은 시간 효과적으로 일반 밀가루를 부풀려야 하기에 건조 이스트와 첨가제를 사용한다. 겉으로는 일반 반죽이나 천연 발효종 반죽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실상은 완전 다른 빵이다.

발효종이 활발하게 먹어활동을 할 때 밀가루를 먹고 소화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를 배출한다.


100% 천연 발효빵은 건조 이스트가 아닌 생효모에 유기농 밀가루를 먹이로 주어 오랫동안 천천히 발효를 시킨다. 그리고 빵을 굽기 직전에 발효종과 유기농 밀가루를 섞어 다시 하루 정도를 발효하고 성형하여 빵을 굽는다. 이렇게 탄생한 빵을 천연 발효 빵이라 부르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효모 발효종, 밀가루, 물과 소금뿐이다. 식감을 위해 호두나 건포도, 무화과를 첨가하기도 하지만 그건 빵 자체는 아니다. 실제로 어느 국제기구에서는 빵 Bread을 발효종, 밀가루, 물, 소금만을 사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럼 일반 동네 빵에는 뭐가 더 들어간다는 말인가? 그렇다. 4가지 원 재료 외에 뭔가가 더 들어간다. 그래서 사실 빵이 아닌 빵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발효 시간을 줄이기 위해 건조 이스트와 별도의 먹이로 저가 옥수수 과당을 첨가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컨디셔너라 불리는 화학 유화제가 수 종이 사용된다. 그리고 당연히 오랫동안 진열해 팔 수 있도록 딱딱해지지 말라고 보존제도 들어간다. 빨리 만들고, 오동안 좋 보이게 하기 위해 최소한 열 가지 이상의 첨가제를 사용한다. 또한 유기농이 아닌 수입 밀가루는 오랜 유통기간을 위해 어마 어마한 양의 방부제가 이미 포함되어 있다.

호밀•통밀 빵 : 혼합 사워 발효종 50%, 호밀가루 30%, 통밀가루 20%, 물과 소금이 들어갔다.


아내의 빵은 농약과 화학 첨가제로 인해 환경호르몬에 잠식된 우리의 식탁을 구출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인스턴트 음식들, 과자들, 화학 첨가제로 만들어진 음식들을 먹고 자란 우리 세대는 별로 큰 고통을 느끼며 살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 세대는 우리의 몸에 축척된 환경호르몬을 물려받고 있다. 우리 어렸을 적엔 들어보지도 못했던 아토피라는 피부병이 지금은 아기들부터 극성을 부린다. 피고름이 나는 자기 아기의 피부를 보며 젊은 엄마, 아빠들의 눈에서도 피눈물이 난다. 그 아이들은 십 대가 되면 성조숙증, 월경 불균형과 극심한 통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자연이 준 순리대로 천천히 만들어지고 먹어야 한다. 그럴 때 빵이든 음식이든 우리를 건강하게 보호한다. 그런데 그걸 빨리, 보기 좋게,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결국 인간 스스로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천연 발효 빵 이야기는 먹거리에 대한 것이면서 또한 자본주의에 잠식된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파괴된 환경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맛없는 천연 발효 빵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