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 근처에 있는 오래되어 벽에 금도 가고, 창문도 낡은 도서관으로 달려갔어요. 도서관은 너무 좋아요. 마치 할머니 댁 다락에 온 것 같은 냄새가 났거든요. 가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맨 구석에 손이 닿을 듯 말 듯 한 곳에서 익숙한 책을 찾았어요.
<꼬마 마녀 입문서>
그리고는 도서관 가장 구석에 털썩 앉아 메모까지 하면서 열심히 책을 보아요. 갑자기 무슨 마녀책이냐구요? 수아는 마녀가 되기로 결심했거든요. 마녀가 되면 마법을 부릴 수도 있고 하늘을 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녀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얼마 전부터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거든요. 밥을 먹다가 한참 토하고 병원에도 다녀왔는데 나아지질 않고 계속 음식을 먹지 못하고, 기운이 없어서 거의 누워서만 지내셨답니다. 진주네 엄마도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수술을 받게 되어서 진주가 많이 울었던 일이 생각이 나서 수아는 엄마가 점점 더 많이 아파서 세상에서 없어질까 봐 겁이 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며칠 전 도서관 한쪽 구석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된 수아는 마녀가 되면 엄마를 낫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수아는 두꺼운 책을 열심히 넘겨봅니다. 먼저 마녀가 되려면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대요. 검정색 모자, 망토, 빗자루......
수아는 수첩에 준비물을 적어내려 갔습니다. 또 마법의 약을 만들려면 역시 기본 재료가 필요한 법이죠.
강아지풀 4개, 네잎 클로버 1개, 지렁이 3마리, 쥐꼬리 1개.
이럴 수가! 쥐는 너무나 싫은데 말이죠. 하지만 일단 재료와 약 만드는 방법을 수첩에 적고는 집으로 향했어요.
“왜 이렇게 늦었니?”
며칠째 아픈 엄마가 물어봅니다.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수아는 엄마 품에 안기면서 얘기했습니다.
“우리 수아가 혼자서 도서관도 가고 기특한 걸?”
엄마는 수아를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아, 엄마 품은 왜 이렇게 따뜻할까요? 좋은 냄새도 나고 말이에요.
수아는 손을 씻고 간식을 먹은 다음, 방에 가서 적어 온 메모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쥐꼬리를 어디서 찾지? 지렁이? 비가 오면 지렁이가 나오지 않을까?’
수아는 비가 오는 날만 기다렸다가 할로윈 파티 때 입었던 검정색 고깔모자와 망토를 찾아 둘렀어요. 지렁이를 담을 빈 통도 챙겼습니다. 지렁이를 잡을 집게도 챙기고요. 고양이 치치도 데려가기로 했어요. 혹시 쥐가 보이면 치치가 수아보다 더 빠를 테니까요.
‘지렁이가 어디 있을까?’
아! 화단에 기다란 자줏빛이 꼬물거려요. 징그러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미끌거리는 지렁이가 버둥거리기까지 하니까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마녀가 되려면, 엄마의 약을 만들려면 이런 어려움쯤은 참아야 하는 걸요.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지렁이 세 마리를 잡아 통에 넣었어요,
‘이제 강아지풀을 찾아야겠어.’
생각보다 쉽게 강아지풀을 발견해서 찾았어요. 하지만 네잎 클로버를 찾는 건 쉽지 않았어요.
‘세잎 클로버는 많은데 네잎 클로버는 없잖아?’
‘이러다 쥐는 언제 잡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치치를 봤지만 치치는 모른 척 앞발로 얼굴만 쓸어댔습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오고 수아는 점점 울상이 되었답니다. 그 때였어요.
“수아야! 여기서 뭐하니?”
“아빠!”
아빠 얼굴을 본 수아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수아는 아빠에게 마녀가 되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음, 우리 수아 아주 기특한데? 그런 생각을 다 하고!”
“하지만 아빠, 쥐 잡는 건 너무 무서워요.”
아빠는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물으셨어요.
“수아는 어느 나라 사람이지?”
“네? 나라요? 한국!”
“그렇지! 그럼 한국 마녀가 되어야지. 한국 마녀는 좀 다르단다.”
아......! 수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책에 그려진 마녀는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졌거든요!
“그럼 한국 마녀는 쥐를 잡지 않아도 되요?”
“당연하지! 한국 마녀는 주문을 외우면서 마법을 부려야 하는 거란다.”
“어떤 마법이요?”
“우리 수아가 집에 들어가서 아빠가 자세하게 적어줄게. 자, 들어가자.”
아빠는 수아가 적어둔 메모를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새 종이를 꺼내서 다시 적기 시작했답니다.
- 삶은 계란 하나 매일 엄마와 나누어 먹기.
- 치치 밥 주고 산책 시켜주기.
- 엄마가 아끼는 화분에 매일매일 물주기.
엄마에게 우유 한 잔씩 가져다주기.
아빠는 불을 다 끄고 촛불만 밝히고 수아를 불렀어요. 그리고는 새로 적은 종이를 주었어요.
“이렇게만 하면 마녀가 될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 말이 맞을 거 에요. 아빠는 모르는 게 없으니까요.
“그럼 이제 주문을 가르쳐줄게. 주문은 수아가 진심으로 바라는 걸 조용히 속삭이면 되는 거야.”
“진심으로 바라는 것?”
“응, 우리 수아가 바라는 건 어떤 거지?”
“음...... 엄마가 다 나아서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활짝 웃는 거요!”
“엄마가 많이 아픈 것 같니?”
“엄마는 밥도 토하고 물도 잘 못 마시고 매일 누워만 있잖아요.”
“그럼 ‘엄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계속 주문을 외우는 거야.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달님을 보고서 한 번 더 소원을 빌어야 해.”
“알겠어요. 한 번 해볼게요!”
아빠는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는 방에 들어가셨어요.
다음 날, 수아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에 와서 화분에 물을 주고 치치의 밥을 챙겨주었어요. 엄마가 잠을 잘 동안 주문을 외우면서 치치와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답니다.
‘엄마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얼른 나아서 나랑 웃으면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엄마에게 우유와 계란도 가져다 드렸어요. 아직 음식을 먹기 힘드신지 계란 반 개와 우유 한 잔을 조금 드셨어요.
밤마다 일찍 잠자리에 들며 달님께 기도도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어요. 엄마는 이제 계란도 두 개나 먹고, 우유도 많이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녁이 되었어요. 엄마가 많이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거실로 나오셨답니다.
“어? 엄마, 이제 안 아파?”
“응, 우리 수아가 엄마 일 많이 도와줘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어.”
모처럼 엄마랑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빠가 케이크를 사들고 오셨어요.
“우아, 아빠! 엄마가 다 나으셨나 봐요! 그런데 오늘 누구 생일이에요?”
아빠는 식탁에 앉아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어요.
“수아야, 엄마가 수아한테 줄 선물이 있대.”
“선물?”
수아는 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엄마 뱃속에 우리 수아 동생이 들어있단다.”
“동생이요?“
“응, 동생이 처음 생길 때는 아주 많이 조심을 해야 하는 거라 엄마가 조금 아팠는데 이상하게도 조금씩 괜찮아지지 뭐니?”
엄마 아빠는 눈빛을 교환하면서 말씀하셨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지?”
수아는 입을 크게 벌렸어요.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너무 기쁜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벌떡 일어나서 엄마를 꼭 끌어안았어요.
그날 밤, 수아는 달님에게 기도했어요.
‘달님, 제가 꼬마 마녀가 된 건가요? 엄마도 아프지 않고 동생도 생겼대요. 동생이 태어나면 꼭 말해줘야겠어요. 내가 열심히 주문을 외워서 만들어진 거라고...... 그럼 잘 자요, 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