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애 첫 기억은 무릎이었다.
봉인되었던 기억의 해제는 너무나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움직이는 일에서는 나무늘보가 와서 절을 할 만큼 둔한 내가, 건강을 이유로 '운동'이라는 걸 '해야만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내가 꾸준히 마음을 얹어 다니게 된 것은 발레였다.
나이 마흔이 되서 시작하는 발레는 여러모로 나에게 새로운 삶의 전환이 되어주었는데, 그 중에 첫 번 째가 "무릎을 펴세요, 여러분! 항상 무릎을 펴는 것이 첫 번째 입니다."라는 원장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무언가 감정이 출렁였다. 있는 힘껏 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다리는 거울을 통해 보면 구부정하기 짝이 없었다. 무릎을 편 다는 것은 튀어나온 앞의 무릎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금’이라 불리는 무릎 뒷 부분이 접히지 않게 평평하게 쭉 뻗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푸릇한 십대, 이십대에도 다리를 펴고 앉는 일은 버거웠다. 나는 선천적으로 내가 다리 뒷 근육이 짧거나 그냥 많이 뻣뻣한 사람으로만 알고 살아왔다. 40여년을 무릎을 펴지 못하고 오그리고 살았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늘 눈치를 보고 종종거렸고 언제나 온 몸은 바짝 긴장한 채로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기에 몸은 늘 굳어 있었고 굳은 목과 어깨를 따라 두통이 끊이지 않았다. 무릎에 집중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가진 생애 첫 기억이 무릎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릎은 노력하면 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닥과 마주한 나의 발 끝이 바닥을 밀어내면서 동시에 몸을 저 위로 올려주는 그 순간, 갇혔던 나의 감정들이 둑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어느 날에서부터 나는 괴로운 기억마저 헤집어 보기로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