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이

둘째란 이렇습니다

by 아란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옆에서 눈을 뜨지 못하는 첫째를 흔들다가 내복을 벗겨내고 옷을 입혀준다.

스스로 일어나 씻고 옷 갈아입는 날도 있지만,

너무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면 뭔가 짠하고 안쓰러워서 다 큰 녀석 옷을 입혀준다.

발을 들어 양말을 신겨주다보면 발은 또 언제 이리 컸는지......

엄마가 생선을 구워 뒤집듯 몸을 이리 저리 돌려대며 옷을 입혀놓으면 부스스 일어나서 씻으러 간다.

아침엔 뭐든 먹는 걸 별로 반기지를 않아서 먹고싶은 걸 물어본다.

대부분은 달걀 프라이를 먹거나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거나.


작년에 날림으로 했던 학교 생활이어서 혼자 학교가는 습관은 들지 않았었다.

내가 매일 같이 가주다가 어느 날 부터는 아빠에게도 할당을 주었다.

본인의 생일이 지나고부터는 혼자 가기로 약속을 해서 그 이후로는 혼자 씩씩하게 잘 간다.

언제 이리 컸는지, 부족한 엄마 눈에는 아이가 저 혼자 큰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첫째를 보내고 돌아오면 이제 둘째의 어린이집 가방을 싼다.

식판, 물통, 두유 한 팩, 친구랑 나눠먹을 간식.

딱 그 시기, 옷 갈아입기 싫어서 도망가는 시기라서

일어나면 옷입는데 치러야 할 전쟁이 있기 때문에

비몽사몽일 때 옷을 미리 슉 갈아입혀버린다.


꿀잠 자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혼자 무슨 꿈을 꾸는지 까르르 웃기도 하고

형아가 장난감을 안줬다고 눈을 뜨고 훌쩍 대기도 하고

응~ 엄마가 주라고 할게~ 하면 잠결에도 다시 안심하고 자기도 한다.

(둘째의 잠꼬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깊은 밤에도 자다가 종알종알 소리가 나거나 까르르 웃으면

나는 눈을 뜨고 아이를 살펴보게 된다.)


자는 아이 얼굴을 바라보다보면 시간이 빛의 속도로 간다.

잠결에도 입꼬리에 남은 미소를 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준비를 마치고도 시간이 조금 남으면 횡재다.

둘째 옆에 누워서 아이의 작은 몸을 꼬옥 끌어안으면

정말 따뜻하다. 따뜻하고 노곤하다.

아이의 귓볼, 머리카락의 보송함에 볼을 부비면서

아직 남은 것 같은 아기 냄새와 밤새 뻘뻘 흘린 땀냄새를 맡으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같다.

그렇게 하루치 에너지를 충전한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둘째가 다다다다 뛰어나온다.

이제 좀 컸다고 첫째는 더이상 달려나오지 않는다.

다다다다 뛰어나온 둘째는 나를 안아주고 다시 돌아서 뛰어간다.

집에서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면서 들어와 밀린 설거지를 시작하면

둘째가 "큰일났어요!'하고 뛰어온다.

무슨 일이야? 물으면,


"어떻하지요? 오늘 엄마한테 뽀뽀를 많이 많이 못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하면 재간이 있나.


하던 설거지 팽개치고 아이를 꼬옥 안고 하루치 밀린 뽀뽀를 하느라 바빠지고

그 소리를 듣고 첫째도 뛰어와서 같이 뽀뽀를 해주고

또 그 소리를 듣고 나오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선 오늘 뽀뽀 특가세일이냐며 옆에 다가오시면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골고루(?) 뽀뽀를 나눠준다.


내킬 때 하사해주시는 귀한 뽀뽀를 떼로 받고 모두가 만족스러운 저녁이다.


따뜻한 아이, 둘째의 사랑스러움이란.





#한번씩내지르는

#메가톤급막무가내는기록하지않기로한다

#나만이렇게속을순없지않은가

#둘째장려협회

#하지만행복하고이쁜건사실

#댓가가쪼금많이빡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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