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의나비 Aug 31. 2023

고마운 ADHD(2)

언젠가는 말하려 했는데, 그게 오늘인 거 같다.

충동적인 내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문득 그래야겠다 마음먹은 거지만, 사실은 이유가 있다.

동네 친한 동생들에게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아 맞다."

"그랬지. 내가 깜빡했네."

"나는 잘 몰라."

한 두 번도 아니고 자꾸 그러다 보니 동생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우리는 파주의 작은 타운하우스에 산다. 단지 특성상 이웃들과 인사도 하고 가깝게 지내게 되는데 이사 오고 다음 해부터인가부터  아이들 또래가 비슷한 동생들을 알게 되어 가끔 만나 밥도 먹고 아이들도 같이 놀게 하며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중 내가 제일 맏언니다. 맏언니 같지 않은 맏언니.



한 명은 무척 쾌활하고 밝다. 요즘 엄마들처럼 센스 있게 자기도 잘 꾸미고 아이들도 살뜰히 잘 챙긴다. 빠릿빠릿 부지런히 움직여서 날씬하고 예쁘다.

또 한 명은 90년 생이다. 나이 차이가 좀 있지만 삭삭하게 언니들을 잘 챙기는 덕분에 귀엽고 기특하다. 그 또래 엄마들답지 않게 알뜰하고 또 그 또래들처럼 산뜻하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마음이 여리고 순해 사람들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 준다. 머릿속에 아이들로 가득 차 있지만 조금씩 자기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인 거 같다.

이렇게 나까지 넷.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다. 섹스 앤 더 시티도  각자의 매력이 있는  여자 친구들 넷의 이야기였는데. 나도 우리 넷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꽤 재밌을 거 같기도 하다. 이건 동생들한테 물어봐야 하니 이쯤 하고.

어찌 되었든 우리는 이렇게 넷이서 육아 인 더 타운하우스를 찍고 있다.

만나서 애들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 옛날이야기 등등 만날 수록 관계가 깊어지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그립고 관계가 고픈 나에게 정말 고마운 동생들이다.

이 동생들이랑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에 내가 지금 조울증과 ADHD가 있다는 걸 밝히려고 하는 것이다.

그냥 가볍게 별 일 아닌 듯 말하고 싶었는데...


"나 오래전부터 우울증 약 먹고 있어. ADHD 진단도 받았고.
그냥 얘기하고 싶었어."


"그랬어? 늘 밝아서 전혀 몰랐어. 언니가 혼자 마음 고생하고 있었네.
언니가 그렇다고 해도 언니의 모습이 바뀌는 거 아니니깐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이 더 대단하다!
내가 앞으로 격하게 아껴 줄게!
우리들 서로 맘 잘 보듬어주고 행복하게 삽시다!
다들 행복하게 좋은 인연 쭉 이어 나가요."

이런 따듯한 진심 어린 말들이 오간다.
가슴이 뜨겁다.
이해받고 있다.


내가 ADHD라는 것을 밝힌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을 가깝게 여긴다는 것이고, 믿는다는 것이고 이해받고 싶다는 뜻이다. 내가 밝힐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을 거 같은 사람.

내 안에 두고 아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관계가 정리되고 소중한 사람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ADHD라서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고맙다! ADHD!



작가의 이전글 좌충우돌 책 만들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