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주민을 떠올리며..

by 윤교

마인크래프트를 알게 된건 초등학교 때이지만,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마인크래프트를 한다.

네모난 세상에서 네모난 블럭으로 집을 짓든 사냥을 하든 동물을 키우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처음 마인크래프트를 깔면 두 종류의 세상을 선택할 수 있는데,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Creative)월드 다른 하나는 서바이벌(Survive) 월드이다.

*이 둘의 차이는 스스로 살아남냐 아니냐의 차이다.


난 대체로 서바이벌 모드로 시작해서 바닥부터 시작해서 마스터하자!라는 각오로 세상을 만들지만,

언젠가 꼭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돌려 '딱 한번만..'하며 필요한 블럭을 반칙처럼 가지고 쓴다.

*크리에이티브 모드는 모든 블럭 종류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며, 게임 중간에 서바이벌에서 크리에이티브로도 바꿀 수 있다.


무튼 나는 혼자 합리화를 하면서 서바이벌 모드를 하다 질려버리고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큰 공백을 둔다.(지금도 공백 진행형)


나는 게임 캐릭터 중 '마을주민'이라는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데, 영어로는 villager이라고 부른다.

주민이 하는 역할은 자신이 필요한 블럭 혹은 아이템을 갯수에 맞게 주면, 다른 블럭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대부분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필요로 하는 블럭들로 바꿔준다.


그리고 그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는데 몇개를 살펴보자면,

농부, 어부, 양치기, 대장장이, 사서, 도살업자, 석공 등이 있다.

*실업자와 멍청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민도 있다.


흔히 말하는 게임 고인물들은 주민을 잘다루면서 필요한 블럭을 얻곤 한다.

예를 들자면, 주민이 좀비에게 공격을 당해 좀비주민이 된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주민을 치료해주면 평판이 올라가기 때문에, 거래시 요구하는 블럭 개수를 할인을 해준다. 다른 상황으로 수요와 공급을 들 수 있는데 터무니 없는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주민을 무시하면 다음날 할인된 갯수로 가격이 정상화된다.

이렇게 플레이어들은 이런 주민의 특징 및 조건을 파악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오도록 만든다.


또 다른 주민들의 특징들을 이야기 해보겠다.

주민들은 하루의 스케줄이 정해져있다. 취업자를 기준으로 오전 6시에 기상을 해 배회를 하다가 오전 8시에 본인의 일을 시작한다. 오후 12시까지 일을 하고 오후3시부터 오후5시까지 모임을 가지고,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배회를 하며 다니다,오후 6시부터는 본인의 집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어디서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주민들을 한공간에 놔두고 많은 음식들과 침대를 제공하면 많은 아기 주민들이 생선된다.

이 또한..

(사실 이런 게임 설명을 목적으로 글을 쓰는건 아니고..)


무튼 이건 가상의 게임이기 때문에

가끔 싫증이 나면 주민을 죽이기도 하고 좀비소굴에 던져버리기도 한다.

나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을 해치고, 주민들의 집과 농작물들을 약탈한다.

처음엔 조금의 죄책감을 느꼈는데, 지금은 표정변화 없이 그렇게 게임을 한다.


하루는 게임을 하고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문든 주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어지럽혀졌다.


그 생각의 끝은..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내가 주민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이다.


나도 (아르바이트이긴 하지만) 오전 7시 30분에 기상해 9시에 출근을 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쉬다가 자고 일어나서 다시 출근을 하고..


병원을 가서 의사선생님이 내 병을 치료해주면 신뢰가 생겨서 항상 그 병원을 찾고


친구와 애인과 선물을 주고 받을 때도 기브 앤 테이크와 같은 계산적 거래를 하는..주민


아마 내가 주민이 마음에 안들 때, 주민이 가진 것을 약탈하고 괴롭히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 것처럼

지금은 크게 눈으로 보거나 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일이 있겠지?


그렇게 많은 생각들로 밤을 설치고 다음날 저녁 바로 다시 게임에 접속을 했다.

그날은 주민들에게 잘해주고, 거래도 열심히 하고 주민의 집이나 침대를 빼앗지 않았다.


며칠동안 그렇게 게임을 했는데 굉장히..굉장히..! 지루하고 퇴근해서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배회하면서 마을을 발견했는데, 거래를 할 때 높은 갯수를 요구하는 주민, 실업자와 멍청이 비율이 많은 마을(참고로 실업자와 멍청이는 거래를 못한다. 거부한다.), 지나가는 길을 방해하는 주민 전부 치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난 또 이전과 같이 내 마음대로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건 어짜피 좀비주민을 치료해주면 평판이 좋아지고

거래를 열심히 해서 레벨을 올려주면 서로가 좋은거니까.


내가 잔인한가? 그래도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계속 게임을 하고

난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아이템을 지니고 하고싶은 것들을 게임 속에서 다 할 수 있었다.


게임 속 모든 것을 마스터할 때즈음

나는 이 게임을 마스터한 내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스스로 이 게임을 해낸거 같은 엄청난 자부심이 쓰나미처럼 덮쳐왔다.


그날도 뿌듯한 기분으로 잠자리를 드는데, 자꾸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생겼고

결국 나는 또 주민들을 생각했다. 처음 주민의 생각과 달리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들었다.

어디서 느껴지는지 모르겠는 동일시, 원인도 모르는 측은지심, 비양심적인 플레이에 대한 죄책감.


아 그렇지,


마인크래프트라는 세계 속 주민은 그저 가상의 현실 속 캐릭터일 뿐이지만,

나는 우주 속에서 지구, 지구 안에서 대륙, 대륙 중에서 대한민국 그치, 대한민국에 사는 주민 1이다,


-2025년 3월 16일 새벽 3시 51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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