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연습, 그리고 창의성
요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란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독창성'을 의미한다.
독창성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각각의 개성에 더해 유용성까지 더해야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갖추어졌을 때 생기는 '대체불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디지털로 변환된 사진을 화소수 단위로 보정하거나 유전자 가위로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심지어는 메타버스라는 개념까지 나타나 현실의 세상을 가상으로 대체하려 한다.
이런 시대이다 보니 결국 새로운 것들은 기존의 모방이나 조합의 반복일 뿐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 어려워진 듯 하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이 세상은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임상심리학자'로서 나름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3년의 수련과정을 거친 한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현재의 실상은 그저 생산된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수준에 밖에 머무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거나 평소 해오던 업무를 반복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있지만,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거나 다른 곳에 접목시켜볼 정도의 독창성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져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을 '연습'이라는 개념에서 조금 찾아볼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SWz2FrZbCM
최근 접하게 된 한 영상인데, 단순한 '반복'과 '연습'의 차이를 구분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반복이란 말 그대로 똑같은 행위의 빈도수를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덤벨을 똑같은 동작으로 10회씩 매일 하는 것 같이 단순히 횟수만 늘리는 것이다.
연습은 한 동작의 빈도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매 시행마다 이전의 시행에서 잘못된 점을 수정, 보완하거나 좀 더 수행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여 시도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제는 덤벨을 들 때 팔꿈치의 가동범위를 작게 했다면, 오늘은 좀 더 가동범위를 늘려 이두근에 주는 부하량을 증가시키는 식이다.
이렇게 개념을 정리해봤을 때, 연습은 반복을 포함하는 것 같다. 반복은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더해 좀 더 머리에 힘을 주어 어제의 자신을 능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연습인 것이다.
이 영상에 따르면 자전거 타기와 같은 단순한 작업은 반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 가능하지만, 의사가 수술을 하는 등의 보다 고차적인 차원의 기술들은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연습이란 것은 결국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좀 더 효율적이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결국 연습을 하려면 '창의성(Creativity)'이 발휘되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창의성이란 서로 관련 없는 것들을 연관 짓는 능력이다.
많은 경우 시를 예시로 드는데, 시에서 사용하는 메타포(은유, Metaphor)는 평소에 우리가 관련성을 찾기 어렵지만 관점을 비틀어 유사성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문장을 보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아우성과 소리가 없다는 반대되는 개념을 묶어 시적인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오늘 본 '유 퀴즈 온 더 블락'에 나온 가수 CL의 부친이신 물리학자 이기진 씨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이크로 웨이브로 포도의 당분을 측정하는 기술을 인간의 당뇨를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측정하는 기술로 연결 짓는 창의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여기서 포도와 인간의 공통점은 바로 '높은 수분 함량'이다.
결국 연습도 한계에 부딪히면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법론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숙련된 능력에 더해 자신만의 창의적인 노하우들이 쌓여 능력 있는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선생님은 '시'를 많이 읽으라고 한다.
아까 예시에서 언급했듯 시에는 수많은 메타포들이 있고, 이러한 메타포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창의성 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항상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휴리스틱'이라는 인지적 간편법을 통해 평소 익숙한 것들을 자동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 연습을 통해 휴리스틱의 함정을 피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망치는 못을 박는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책상 위에 종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별로 유용한 예시는 아닌 듯하다...)
정리해보면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창의성을 훈련하고 2.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3. 지식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노하우가 쌓여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단편적인 결론이지만 어떻게 하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조금의 힌트를 얻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실제로 실천해보는 것이지만, 그것이 게으른 나에게 있어선 가장 큰 관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