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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Oct 27. 2024

이제는 나를 감싸면서 살자

자책하는 거  그만하자. 회피라고 해도 괜찮아. 그냥 나를 다독여주자.

월요일 출근하면 무언가 부산스럽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맞이해 주고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오는 운영시간이 되기 전 책을 읽거나 가져온 신문을 펼치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냥 멍을 때리고 싶어졌다.


일단 커피를 타자. 정신이 돌아오겠지.

아주 오랜만에 간 헬스장 어깨 운동을 했더니 어깻죽지와 겨드랑이가 무겁다. 그 탓인가?

자꾸 가라앉는다.


5시에 알람을 맞춰뒀다.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출근해야지 하는 커다란 다짐 때문에. 하지만 몸을 일으킨 시간은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 운동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출근 시간이 빠듯할 듯하여 그냥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머릿속으로는 내게 주어진 1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가장 보람되고 효율적인지 계산하고 있었다. 독서로 결론이 도출되었으나 거실로 나간 순간 눈에 할 일들이 보인다.


이것저것 하고 아침을 차려 먹었다. 그 시간은 7시 5분

순식간에 1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독서는 하지도 못했다. 스스로에게 성질이 났다.


'에잇 1시간 동안 뭐 한 거야.

난 왜 이렇게 손이 느리지?'


늘 이런 과정이 반복되었다. 열심히 좀 살아보자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 무언가를 하려는데 그 시간들이 지나면 뭔가 남는 게 없다. 그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나만 남아있다.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면 새벽 시간을 이용해 성장하고 수익화까지 이뤄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뭐 하는 건가 싶었다.


"끈기가 없어. 뭐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는 게 없어."


엄마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아빠를 닮아 무르고 끈기가 없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가 보다.


아침 내내 못난 마음이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이런...... 월요일 아침부터 힘 빠지네.


운전대를 잡고 출근하는 도로 위에서 문득 나를 변호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내가 그렇다고 잘 못살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 노력했잖아. 결과가 어떻든.......

아니지. 이쁜 딸내미들 있고 내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결과자나. 꼭 눈에 띄는 성공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나를 두둔했다. 남들이 그건 합리화라고 뭐라 하건 말건!!!

이제 지겹잖아. 이런 과정들이


자고 일어난 침대 정리하기 (오늘은 돌돌이까지)

고양이 화장실 치우기

씻은 야채 뒷정리하기

1층으로 가서 신문 가지고 오기

드레스룸 청소기 돌리기

둘째 일기장 몰래 읽기

목욕하고 출근 준비하기


3달 전 나의 글 끄집어내 보았다.

그동안 나의 문제점은 메타인지가 굉장히 낮았다는 것이다. 1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1가지이면서 3~4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계획 후 실행했다. 그러니 늘 잠자기 전 게으르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탓하지......


느리지만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자. 나를 괴롭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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