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덤 프로젝트> 영화 리뷰
작년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영화들 중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나 오락성만을 기준으로 봤을 때, <프리가이>는 가장 재밌었던 영화였다. <프리가이>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로 유명한 '숀 레비'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라이언 레이놀즈'가 게임 속 NPC '가이'를 연기했다.
<프리가이>가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재밌는 영화, 좋은 영화로 평가되는 이유는 다소 뻔한 오락 영화, 액션 어드벤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류의 영화들을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가 인격을 가지고 있다면?'이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 영화는 관객의 예상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하고 흥미로운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숀 레비'와 '라이언 레이놀즈'가 다시 만난 <애덤 프로젝트>는 <프리가이>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영화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즐겁고 유쾌한 영화였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서 추천할만한 재밌는 영화였다.
2050년의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영화. 이야기만 놓고 보면 2022년판 '백 투 더 퓨처'랄까. 흔하디 흔한 시간여행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바로 미래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이 영화의 초반부터 만나 함께 모험한다는 것이다.
'시간여행 시 자기 자신과 만나지 말 것.' 시간 여행 중에서 자기 자신과 만난다는 것은 그동안의 대부분의 시간 여행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행위로 다뤄진다. 과거의 자신을 만나면 시간선이 망가진다던가, 평행우주가 생성된다거나, 타임 패러독스가 생긴다거나 하는 저마다의 과학적인(?) 이유로 과거의 주인공 혹은 미래의 주인공이 시공간을 넘어 만나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려운 설정이다.
사실 영화적으로도 이런 설정은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간 수많은 영화에서 시간 여행을 다룬 만큼 관객도 이러한 역설이나 모순, 평행우주 따위의 개념들에 익숙해진지 오래기에 시간 여행 영화에서 조금의 설정 오류는 영화의 완성도와 관계없이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애덤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금기를 영화 초반부터 과감하게 부수고 시작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영화는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50년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2022년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며, 바로 시간여행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영화 초반의 전개는 정말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깔끔하며, 답답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전개로 전력 질주하는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난해한 대사들 몇 개를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한 톤을 유지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히 중년의 '애덤'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이다. 이제는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배우 자체가 곧 '데드풀'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존재만으로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장르가 장르인지라 뻔하고 식상한 대사들이 종종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톤과 분위기 덕분에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로 느껴진다.
꼬마 '애덤'이자 꼬마 '라이언 레이놀즈'를 연기한 아역도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밉고 영악한 '잼민이'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중반부터 몇몇 인물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영화의 속도감만을 유지한 채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만다. 영화의 장점으로 작용했던 빠른 전개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시간 여행을 계속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역설과 모순을 몇 줄의 대사들로 얼버무리는 것들이 처음에는 신선한 시도로 다가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설정이 더욱 복잡해져 영화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의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지고, 각 인물들의 과거와 심리묘사가 쏟아지면서 영화의 속도감으로 이야기의 모순을 무마하려던 초반 전략이 먹히질 않게 된다. 특히 '애덤'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앨리'와 '애덤'의 아버지 '루이스'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흥미가 급격하게 반감되는데, 두 인물 모두 시간여행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인물이기에 대사 몇 줄로 설명되지 않는 치명적인 설정 오류들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애덤'이라는 인물에게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아버지 '루이스'의 존재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말을 내기에 급급해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인물로 단순하게 소비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아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애덤 프로젝트'의 의미라던지, 시간여행을 연구하게 된 이유 같은 것들을 설명하는 것에 조금 더 신경 썼다면 더 좋은 마무리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차라리 뻔뻔하지만 과감한 방식으로 대처했던 초반의 분위기를 유지했다면,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해피앤딩과 권선징악의 답을 향해 질주하면서 동시에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와 상황 속에서 시간여행의 '윤리'와 '역설'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 있으니, 보는 내내 답답하고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 초반의 톤 앤 매너를 유지했다면 더욱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놀림받는 '넷플릭스', 그리고 특히나 작품의 재미나 완성도의 격차가 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 중에서, 나름 자신 있게 권할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몇몇 화려한 액션신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액션만큼이나 화려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을 보는 재미가 확실한 영화기에 가볍게, 그리고 유쾌하게 즐길만한 영화를 찾는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 '숀 레비' 감독이 디즈니로 돌아온 '데드풀 3'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서 '라이언 레이놀즈'와 함께하는 3번째 영화가 되는데, 둘의 궁합이 여로모로 잘 맞는 모양이다. <프리 가이>와 <애덤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 만큼, 병맛 가득하면서도 디즈니스러운(?) '데드풀 3'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