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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15. 2024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동네 풍경 속에 만난 사람들

산책로에는 사람이 없었다. 숲이 우거지고, 비가 추적추적 내려 나뭇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 찔레꽃인지 꽃향기가 그득했다. 숨이 쉬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새는 계곡에서 목을 축이고 있었다. 길을 따라가는데, 나무의자 앞에 신발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사람은 없고. 비 오는 날에도 맨발 걷기를 하나 싶었다.

안온사이에 노란 의자가 숲길에 놓여 있었다. 저 멀리 노란 의자가 보였다. 산책길을 걸어 한 바퀴를 더 돌았는데, 저 멀리 숲 속에서 사람이 보였다. 맨발 걷기 할머니다. 비 오는 날에도 맨발 걷기를 하시다니 대단하다. 돌다 보니 머리가 맑아진다. 중년아저씨도 계단을 걸어오고 있었다. 자연은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숨을 쉬게 하며,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몇 바퀴 돌아 길을 따라, 동네 상가로 갔다. 거리에는 몇몇 사람만이 보였다.

상가 앞에 서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원에서 끝났는지, 전화로 "엄마 애들이 집에 놀러 가고 싶다는데, 집에 가면 안 돼?" 그랬더니, 아이 엄마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응 알겠어." 하고는 아이는 천막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이랑 시끄럽게 게임을 했다. 상가 안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상가 앞에서 다시 서있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앞에서 길을 찾는 것 같은데, 길을 찾지 못해 불만석인 어조로 혼잣말을 했다. 다시 상가 안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공손한 태도로 * 아파트가 어디냐는 것이다. 생각나는 데로 길을 가리키면서 알려드렸더니, 이 길로 가면 길이 있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했다. 묻고 가시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대단지라서 사는 사람도 잘 못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득  아주머니는 계속 돌아니면서 헤매고 다니 실 것만 같았다. 잠시 후, 그 아주머니는 길을 계속 헤매고 다니시면 구시렁구시렁거리시면서, 헤매고 한 바퀴를 도는 모양이다. 아마도 길을 가다가 다시 올라와 반대로 도는 것 같다.

가다 보면 길은 나온다. 길을 찾는 사람은 이 길을 가 맞는 건지, 저리 가면 맞는 건지 헤매고 다닌다. 그런  것을 보면 물음을 통해 길을 찾는 것은 맞는데, 감사함이 없으면  길을  가도 불만 저 길을 가도 불만 아닌지 모른다. 집으로 가는 길,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몇 사람이 있었다. 아주머니와 학생이 복도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계단을 걸어 올라 동네 한 바 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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