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Nov 19. 2019

터뷸런스

 

“손님 ~ 아이를 내려서 안아주세요.”

One Team! 소중한 나의 크루들입니다.


“아니 12시간이 넘는 동안 어떻게 아이를 계속 안고 가요? 터뷸런스도 그렇게 심하지 않잖아요!”

BABY BASINET에 자고 있는 아이를 내려서, 안아 달라는 승무원의 요구에 아이의 부모가 다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그의 머리 위로 SEAT BELT SIGN이 붉게 들어와 있다.

현재 항공기는 대서양 상공 고도 34000피트, 그리스 아테네를 이륙한 보잉 777항공기는 지금 7시간째 비행 중이다. 아일랜드 북단을 가로질러 북해 상공을 들어선 항공기는 벌써 2시간째 간헐적인 터뷸런스로 SEAT BELT SIGN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때마다 아이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승무원의 요구에 아이의 부모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예년과는 달리 지구 온난화로 북미와 유럽 대륙 사이 북 대서양 상공에는 올해 겨울 예년처럼 서에서 동으로 파도치듯 이어지는 긴 제트스트림이 아니라 칼로 자르듯 날카롭게 토막 난, 불과 수백 노티컬 마일을 차이로 한쪽에는 북에서 남으로 향하는 시속 400KM을 넘는 강한 북풍이, 그 동쪽에는 역으로 남에서 북을 향하는 남풍이 맞부딪히는 매우 기형적이고 위험한 기상패턴을 보이고 있다.

오늘 항공기는 이 두 제트 스트림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항로 기장은 이미 이 상황에 대해서 회사로부터 수차례 경보를 수신하여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오늘 조종석에는 12시간의 비행시간으로 인해 3명의 조종사가 근무 중이다. 두 번째 휴식을 선택했던 기장(PILOT IN COMMAND)이 항공기 꼬리 부분에 위치한 승무원 휴식시설(CRC)에서 3시간 30분의 휴식을 취하고 방금 돌아와 기장석에 앉았다.

좌석에 앉자마자 SEATBELT를 매고 좌석 옆의 스트렙을 힘껏 당겨 단단히 조여 주고는

“I HAVE CONTROL” 이제 항공기의 통제권은 항로 기장 ROBERT에게서 CAPTAIN JAY에게로 넘어간다.

SEAT BELT사인은 지금 잠시 잠잠한 틈을 타 화장실을 이용할 승객들을 위해 꺼둔 상태다.

부기장석에는 항로 기장 ROBERT가 간략히 그간의 비행상황 브리핑을 실시하고 우선 터뷸런스 경보에 대해 막 얘기를 시작한다.

기장 JAY는 이어 상황 파악을 위해 주변 공항의 위치와 기압배치 상태를 보여주는 SIG WEATHER CHART를 막 컴퓨터에 시현시켰다. 그때 다시 항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무월광 야간비행상황으로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조종석 앞에 펼쳐져 있다. 그의 손이 거의 습관적으로 좌측 랜딩 라이트 스위치를 켠다. 이렇게 하면 전방에 조명을 비추어 구름인 경우 그 반사광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앞에는 랜딩 라이트를 켰는지를 의심하게 할 만큼 아무런 반사광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예상대로다. 지금 이 흔들림은 JET STREAM에 의한 CLEAR AIR TURBULANCE다.

바람 방향이 항공기 주위를 아주 천천히 빙그르 돌고 있다. 지금 항공기는 두 개의 역방향 제트 스트림의 정 중앙을 위태롭게 진행하고 있다.

그가 급히 SEAT BELT SIGN 스위치를 켰다.

그의 SEAT BELT SIGN ON 결정은 위에 언급한 모든 것들을 고려하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몸으로 느끼는 터뷸런스의 질이 본능적으로 악성이라는 동물적 반응에 의한 것이었다.

“ROBERT! GANDER(캐나다 ARCTIC OCEAN을 관제하는 관제센터)에 고도 3만 6천을 요구해줘”

항로 기장 ROBERT는 항공기의 통신장비 ACARS에 급히 요구사항을 입력해 전송한다.

“STANDBY”

간신히 수십 초 후 도착한 답신은 고작 대기하라는 지시다.

그사이 터뷸런스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MODERATE 터뷸런스 수준이다.

이는 사람이 걸어서 이동하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의 강한 흔들림이다.

“이대로는 무리야! , 연료를 더 소모하더라도 강하라도 하자. 32000피트를 요구해줘”

곧바로 ROBERT는 빠르게 고도 요구를 클릭해 디스플레이 하단 좌측의 SEND 버튼까지 눌렀다.

일초 일초가 한 시간 같은 기다림이다.. “제발, 제발”

기다리는 도중, 기장이 INTERPHONE HANDSET을 거칠게 빼어 들고 PA 방송을 한다.

“CABIN CREW TAKE YOUR SEATS! “

“CABIN CREW TAKE YOUR SEAT IMMEDIATELY”

이와 거의 동시에,

“TING”

겐더 컨트롤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STANDBY”

두 기장은 지금 망연자실한 듯, 이 무책임하고 잔인한 메시지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노려 보고 있다. 항공기는 이제 터뷸런스의 절정을 향해 마치 투우장의 성난 황소처럼 폭주하고 있다. 기체는 여기저기서 덜컹거리는 소음을 내며 무자비하고 거칠게 요동치고 있다.

경험 많은 두 명의 기장이 수초 간 어쩌면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조치를 취할지를 두고 서로의 눈치를 보는 동안 시간이 흘러간다.

그때 기장이 소리친다.

“EMERGENCY DESCENT!”

(비상 강하-관제 기구의 허가를 얻지 않은 기장의 자위적 결정에 의한 강하)

그는 조종석 내에서 비상을 선포했다.

절차는 명료하다. 훈련된 두 명의 기장은 이 상황하에서 그들이 취할 조치를 그간 수백 번도 더 연습했다.

기장이 손을 자동비행장치 고도 선택창을 향해 쭉 뻗는다.

하지만, 극심한 터뷸런스로 그의 손이 연방 허공을 휘젓기를 수초 후... 가까스로 그가 고도계 세팅 KNOB을 잡았다.

2000피트 아래의 고도를 세트 하고 강하 버튼을 어렵게 손가락으로 조준해 이번에는 다행히 한 번에 버튼을 눌렀다. 항공기가 이제 강하를 시작한다. 그는 이제 항공기의 속도가 최대속도나 최저속도로 떨어지지 않도록 미친 듯 흔들리는 조종석에서 속도를 주시하며 안전하게 강하를 시켜야 한다.

AUTO PILOT이 언제 끊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극심한 터뷸런스 속을 777이 망망대해 대서양 상공의 어둠 속에서 비상 강하중이다.

우측 조종사는 바로 공용 주파수를 통해 비상을 선포한다.

“PANPAN PANPAN” FLIGHT 000 EMERGENCY DESCENT DUE TO SEVERE TURBULENCE, POSITION N0000 W0000”

이어 그는 겐더 컨트롤을 장거리 무선통신장치 HF로 불러 비상을 알리고 있다. 동시에 항공기 속도가 안정되가는 것을 확인한 기장은 ACARS통신장비로 겐더에 비상을 선포하고 강하하는 고도를 입력해 알린다. 비상을 의미하는 PAN을 마지막 라인에 입력한 후 SEND 버튼을 누른다.

“JAY! 항로를 벗어나야 해”

그렇다 관제센터의 허가 없이 강하를 시작했으니 더 이상 항로에 남아있을 수 없다. ROBERT의 말을 따라 기장은 비행기의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항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도 순간순간 항공기는 미친 듯이 위아래로 요동을 치는 중이다.

고도 3만 2천 피트 항로로부터 5마일 벗어난 곳에서야 항공기가 겨우 안정을 찾았다. GANDER와 라디오 교신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의 추가 DEVIATION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그들은 일반적인 비상강하절차의 요구사항인 500피트의 고도 이격과 15마일의 거리 이격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제 항로와 평행하게 비행 중이다.

“캐빈 상황은 어때?” 기장이 맨 먼저 떠올린 것은 객실의 상황.


사무장이 인터폰을 받고

“캐빈은 다행히 모두 좌석에 착석한 상태에서 다친 사람이 없음”을 보고한다.

도착 후 항공기는 2시간에 걸친 기골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음 비행을 위한 항공기의 이륙은 그만큼 지연되었다.

나중에 밝히진 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그날 777이 조우한 G-LOAD는

최대 1.57G 최소 0.45G를 나타냈다.

통상 HARD LANDING의 G LIMIT이 1.4G인 것을 감안해도 분명 SEVERE TURBULANCE에 해당하는 난기류였다.

그날 저녁 기장이 뉴욕에 도착해 발송한 보고서를 본 회사의 SAFETY MANAGER는 그 후 이틀 뒤 보낸 답신에서 비상상황에서 기장의 판단하에 안전하게 조치한 것으로 판단하며 이 CASE를 바로 CLOSE 할 것이라고 짧게 썼다.

4박 5일간의 비행을 마치고 두바이로 돌아오는 비행을 마친 후 기장은 전 승무원에게 감사를 표한다.

“나는 지금까지 기장인 내가 여러분을 보호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여러분들이 저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여러분들 중 어느 하나라도 더불어 승객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그 터뷸런스 속에 부상을 당했다면 회사가 이처럼 빨리 우리 케이스를 종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입니다!”

여담으로 뉴욕으로 향하는 그날 나머지 7시간의 비행 동안 아이를 BABY BASINET에 그냥 두겠다고 항의하던 부모들은 이후, 아주 고분고분 승무원의 지시를 따랐다고 합니다. ^^

사진은 그날 CAPTAIN JAY 기장과 비행한 자랑스러운 그의 크루들입니다. Robert기장은 사진을 찍은 아테네 공항에선 승객으로 동승하여, 당시 듀티프리 쇼핑을 하느라 사진에 빠져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