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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l 18. 2024

페슈아와 공항

"페슈아와에 도착해 퓨얼 컨트롤 스위치를 살짝 당긴 뒤 아래로 내려 엔진을 정지시키자 지상에서 정비사가 바로 인터폰을 연결했다."

"캡틴 좋은 아침입니다. 초크(타이어를 고정하는 나무로 만든 지지도구) 위치시켰고요. 잠시 후 그라운드 파워에 에어(에어컨 공기)를 연결할게요. 그런데 좌측 플랩에 조류충돌이 있었네요. 점검을 위해 플랩을 완전히 내려주시겠어요?"

엔진을 끄면서 같이 꺼두었던 하이드로릭 펌프들을 다시 하나하나 눌러 작동시키고는 플랩레버를 30까지 한 칸 한 칸 내리자 특유의 '끼리이...' 하는 플랩 모터  작동음이 칵픽까지 전해진다.

잠시 후 외부 점검을 위해 내려가보니 현지 정비사들의 점검이 한창이다. 다가가 살펴보니 다행히 플랩 하부에  피가 번져 있긴 하지만 표면에 덴트와 같은 데미지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엔지니어가 내게 엄지를 치켜올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알려준다. 다행이다. 바로 돌아갈 수 있다.

점검을 마치고 계단을 통해 다시 칵핏에 올라와 보니 그 사이에 캐빈크루들이 가져다 둔 소시지와 스크램블 에그가 담긴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홈 스텐바이 중이던 지난밤 자정 무렵에 연락을 받고 집을 나서 새벽 3시에 이륙한 후 약 3시간을 비행해 이곳 파키스탄 북쪽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작은 군 공항(OPPS)에 막 착륙한 터였다.

식사를 다 마칠 무렵 엔진니어가 칵핏으로 올라왔다.

가볍게 다시 인사를 나눈 뒤에 내가 불쑥,

"미안해요."

갑작스러운 나의 사과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본다.

"왜, 왜요??"

"제가, 당신 나라 파키스탄의 새 한 마리를 조금 전에 죽였습니다."

"ㅋㅋㅋ"

약 1시간 후에 우리는 다시 엔진에 시동을 걸고 주기장을 빠져나왔다.

페슈아와는 택시웨이가 좁아 777 같은 대형기는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대신 활주로상에서 남쪽으로 백트렉을 한 후 항공기를 활주로 35방향으로 돌려 북쪽으로 이륙을 한다.

활주로 상에서 택시를 하는 드문 경우인데 그래서 평소에는 보지 못한 광경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남쪽으로 백트렉을 하는 사이  활주로  좌측으로 공군의 조류퇴치 요원들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다른 공항처럼 단정한 유니폼이 아닌 아주 흔한 파키스탄의 두루마기 같은 전통복장 차림이었다.

분명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듯 한 그를 향해  틸러(지상에서 노즈기어를 돌려주는 자동차의 핸들 같은 장치)에서 잠시 손을 떼고는 그대로 창문 가까이 들어 올려  그를 향해  흔들었다.

혹시나 흔드는 손을 못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 기뻐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를 향해  양손을 들어 크게 흔든다.

강한 햇빛으로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  커다란 미소가 한가득이다.

이륙을 위해 반시계방향으로 노면에 그려진 노란 가이드라인을 따라 180도 턴을 한 뒤 활주로 센터라인에 노즈기어를 얹어 정대하자 바로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

이륙 쓰러스트를 증가시키며  활주로를 내려다보니

조금 전 그가 있던  자리 위로  새를 쫓기 위해  방금 쏘아 올렸을  폭음탄들이 만드는 작고 앙증맞은 하얀 연기가 '퐁 퐁 퐁'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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