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25. 벼룩시장

by 김호양이

벼룩시장에 대한 한이 남아있다.

유럽여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벼룩시장일 만큼 벼룩시장에서의 보물찾기를 좋아하건만 20일 동안 이럭저럭 여덟 군데 도시나 마을을 쏘다녔어도 벼룩시장을 만나질 못했다.

벼룩시장을 제대로 즐기자면 날짜를 잘 맞춰야 하고, 변두리 마을을 갈 수 있는 차편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번에 ‘벼룩시장 운’이 없었다. 2주에 하루만 열리는 시장이 많은데 나는 도시간 이동을 하느라 그 날짜를 맞추기 어려웠다. 주민들 위주로 운영되는 유럽의 벼룩시장들이 전에 비해 왕성하지 않고 업자들에 의해 상업화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마지만 여정인 비엔나에서조차 벼룩시장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다. 그대신 ‘빈티지샵’들이 상설로 운영되고 있으니 그런 곳에 가서라도 미처 다 풀지 못한 벼룩시장에의 한을 풀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Carla second hand 비엔나 시내에 같은 이름의 매장이 여러 개 있다.

딱 적당한 곳을 찾았다. 이건 말하자면 실내 + 상설 + 정찰 벼룩시장이라 할 수 있다.

주소를 보고 찾아가 그 곳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아, 나는 샤넬이나 셀린느 매장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는 점 다시한번 밝혀둔다.

벼룩시장에서 내가 우선적으로 찾는 품목은 그 도시의 무언가가 담겨있는 에스프레소 잔이고, 그 외에 독특하고 작은 실내장식품, 소재가 좋은 데 반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의 옷, 누군가의 사인이 있는 책 같은 것들을 주로 본다.

나름대로 분류와 정리가 잘 돼 있는 물건들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본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보는 재미일 뿐, 사고 싶은 건 못 만났다. 너무 크거나, 가성비가 좋지 않거나, 예쁘긴 해도 실용성이 없다고 판정한다. 이 분야에서 나는 꽤 까다로운 소비자다.

에스프레소 잔 하나는 꼭 사고 싶은데, 오스트리아나 비엔나가 담겨 있는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 (영국산, 독일산, 그리고 이케아 물건이 많다.)

그렇게 드넓은 매장의 진열대를 산책하듯 오가다가 앗!

나의 눈길을 확! 잡아채는 녀석이 아까부터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귀엽다기보단 잘생긴 얼굴로, 뿌듯한 미소를 짓는 고슴도치

특이하게도 몸통을 점토로 만든 것이다.

그래, 내가 오늘 너를 만나러 여기에 온 거였구나!


<에필로그>

그 고슴도치는 ‘엔뿌’라는 이름을 얻었다. (비엔나에서 온 뿌듯한 애)

여행을 다니며, 아니면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나 집으로 데려온 고슴도치가 아마도 50마리는 넘을 것 같다.

우리 집에 따라와 다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엔뿌는 여전히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우글우글한 고슴도치 무리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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