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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s Sep 28. 2023

독일 국제 학교, 공립학교에 대한 단상

독일 학교 교육 이야기

나는 남편의 직업 상의 이유로 온 가족이 독일로 이민을 오게 된 케이스이다. 이민을 준비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아이가 있는 가정들 중에는 독일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때문에 이민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꽤 많아 보였다. 아직 나도 독일에 거주한 지 오래된 건 아니라 한참 경험하고 있는 새내기이지만 현재까지 내가 느낀 독일 교육은 어떤 색깔일까 생각해 본다.




국제학교


대학 때 교육학 전공 시간에 들었던 독일 학교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에 대한 내용이 피부에 와닿는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던 독일 입국 초반. 그냥 한번 경험해 보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물 건너왔기에 처음부터 독일 공립학교에 발을 들여놓을 용기는 없어서 국제 학교에서 시작을 했더랬다.


독일 내에 있는 국제 학교라고 해도 국제 학교는 영어가 주 언어이고, 독일어 수업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으며, 국제 학교 졸업생의 대부분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체코, 헝가리, 캐나다 등에 위치한 대학교로 진학을 한다. 국제학교에서는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 (Abitur) 대신 IB와 AP 등을 준비한다. 물론 IB, AP 졸업장으로 독일 대학교 지원은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수능 보고 독일 대학 지원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다만 독일 대학 대부분의 학사 과정은 독일어로 진행이 되며, 독일어 성적 C1 이상을 요구한다. 물론 학사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들도 많이 있지만 상대적 비율이 매우 적다. 반면 석사 과정 이상은 영어 과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쨌든 국제 학교의 커리큘럼은 그들만의 교육과정을 따르기 때문에 독일 학교와는 노선이 다르다.


국제 학교는 물론 저학년 때만 경험이 있긴 하지만 책상 배치가 매우 유동적이고, 자유로웠으며, 한 반 학생 인원수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발표회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있었고, 부모 참여가 매우 자주 있었으며, 아이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해서 파워포인트 작업을 해서 부모들을 상대로 발표도 많이 하고, 학년을 뛰어넘는 행사도 참 다양하게 많았었다. 시험은 교사가 실시하는 작은 시험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엄격하거나 공식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여러 부모들 앞에서 발표회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단상에 서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었더랬다.


물론 인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엄마들의 불만은 꽤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너무 안 시킨다고.. 그러나 국제학교 수업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깊이 있는 사고와 방대한 양의 커리큘럼, 최고의 글쓰기 능력까지 요구되는 매우 힘든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든 그러하겠으나 국제학교 역시 교사의 질이 수업의 질에 현격한 차이를 가져다준다. 국제 학교 교사들 중에는 세계 여행 겸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며 계약직으로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독일에 완전히 터를 잡고 독일 학교에 자녀는 보내는 국제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과 앞선 경우의 선생님의 수업의 질과 학급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었다. 한편 상당한 액수의 교육비를 자비로 내고 학교에 다니다 보니 학생들이 여행 등으로 결석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독일 교육은 무료인 만큼 학교에서 정해준 휴가일 이외에는 여행 등의 개인 사유로 인한 결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 공립학교


어쨌든 우리는 독일 내 이사로 인해  국제 학교 저학년 과정을 거치고 중간에 독일 공립 초등학교인 그룬트 슐레 (Grundschule)로 전학을 하게 된다. 그때 내가 받았던 독일 학교의 첫인상은 한국 교실과 정말 비슷하다였다. 국제 학교와는 달리 한국처럼 큰 초록색 칠판에 교사 중심적인 교실 배치. 한 반 인원은 대략 23명 내외였고, 상급학교인 김나지움에 가니 보통 28명 내외였다.


독일 공립학교는 시험을 꽤 자주 보고, 성적 또한 상급학교 결정 시기나 또는 바이링구얼반 등의 특수 반에 등록을 원할 경우 상급학교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쟁과 시험 압박이 있었다. 성적에 욕심이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관련 정보를 모으고, 학교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외부 활동 또한 매우 열심히 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다음 학년으로의 진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유급을 결정해서 같은 학년을 더 다니는 것도 생각보다 꽤 있었고, 성적이 좋지 않아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 최고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급학교에서는 그 학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적 규정을 두고 그 이상은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이 진급을 못할 정도의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보통 주요 과목 중에 최하의 성적을 2번 이상 받을 경우 유급을 한다고 보는데, 그렇게까지 최저 성적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부족을 인정하고 유급 또는 전학을 결정하는 케이스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한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다. 특히 바이에른주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8년 과정이 9년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수업 시수에 부담이 적어지면서 나의 아이들은 아직도 점심도 안 먹고 집에 오는 날도 꽤 많아 내가 점심까지 해주느라 힘이 든다.


여기서 잠깐!


<독일 바이에른 김나지움 8학년제(G8)에서 9학년제(G9)로의 회귀>

독일은 지난 2000년 PISA 쇼크(Pisa-Schock 2001)가 있었다. OECD에서 최초로 시행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독일 학생들이 평균 이하의 학력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독일은  다양한 교육개혁을 시행하였는데, 교육개혁 가운데 하나로 서독지역의 대부분 주가 김나지움 교육과정을 9년에서 8년으로 단축하였다. (동독지역 주는 김나지움 교육과정이 원래 8년제임). G8 시행을 주장한 사람들은 학생들이 김나지움 교육과정이 단축되면 일찍 대학교에 입학하여 학업을 마치고 조기에 직업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리라 예측하였다. 13학년제에서 12학년제로 변화하였다고 보면 된다.

<학부모들의 반발>

그러나 독일 경제 연구소가 G8 효과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무조건 그렇지는 않았다. G8을 통해 아비투어를 마친 학생들은 G9을 통해 아비투어를 마친 학생보다 김나지움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7%가량 낮았다. 또한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G8 졸업생들은 실습을 하거나 외국 체류를 경험하는 비율이 많았고, 대학에 바로 입학하지 않은 G8 졸업생은 시간이 지난 후 대학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G9 졸업생보다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아비투어 직후 또는 1년 후 대학에 입학한 G8 졸업생은 G9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한 학생보다 대학 학업에 엄격히 임하지 않고, 대학 입학 후 1년 내 학과를 바꾸는 비율이 높고, 대학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았다. (연방주 간, 동서지역 간, 남녀 간 G8 효과 차이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
또한 학생의 학업스트레스 증가, 여가 축소 등의 이유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김나지움 교육과정 단축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김나지움 교육과정을 9년제로 다시 회귀하거나 학생이 김나지움 교육과정을 8년 또는 9년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주들이 생겨났다.

<독일 바이에른주>

바이에른주는 지난 2004년 8년제로 개정한 김나지움 교육과정을 다시 9년제로 회귀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긴 교육과정으로 인해 대학 졸업자의 직업진입이 지연되는 것 등을 이유로 9년제 김나지움을 8년제로 단축하였었으나 이후 지속해서 8년제 김나지움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었으며, 지난 2014년부터는 9년제 김나지움 회귀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었다. 바이에른주 교육부는 2015년 47개 김나지움을 시범적으로 해당 김나지움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8년 또는 9년제로 스스로 선택하게 하였는데, 당시에 학생 2/3가 9년제 김나지움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바이에른주는 2018~2019학년부터 김나지움을 9년제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잦은 휴일 (Schulferien)


독일 아이들은 방과 후 음악 활동, 체육 활동에 진심이기 때문에 취미 생활과 문화생활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처럼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도 없고, (단지 학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들을 위한 보충 수업 개념의 학원-Nachhilfe-만 있다) 일 년에 휴일이 한 달 반 간격으로 계속 있으며, 1-2주의 휴일 동안에는 모든 방과 후 활동도 전부 다 쉰다. 휴가 때도 공부하는 한국과는 달리 여기서는 할 게 없어서라도 휴일 동안 여행 가거나 여가 생활을 강제적(?)으로 해야만 한다.



교육적, 사회적 시스템 자체가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물론 성취에 대한 압박이 있지만 또 스트레스가 극악으로 치달을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인 이민자로서 겪는 학습의 불리함이나 독일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한국의 객관식 시험과는 달리 독일 학교는 전부 주관식에 장문의 글로 생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제풀이식 공부가 아닌 점은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나의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과 비교해 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힘들다 징징대도 비교 불가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년이 올라갈 수록 국제학교와 마찬가지로 깊이 있는 사고력, 논리력, 문해력, 발표력을 요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학업량이 아니고, 한국과는 다른 방면에서 학업의 고충이 있다.



독일학교 교사 부족 문제


독일 학교는 교사가 되기 위해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학교에서 힘든 과정을 공부해야 하며, 학부모나 학생이 공립학교 교사들을 믿는, 나름의 권위가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초등에서는 보통 2년에서 4년간 같은 담임 선생님이 한 반을 맡아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꾸준히 교육하며, 그 결과로 상급학교 진학 시에 교사 추천서를 작성해 주게 된다.


다만 요즘 난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독일어가 잘 안 되는 학생 수도 늘어났기 때문에 교실 내의 지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지면서 독일도 교사의 수가 급격히 부족한 현상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자격이 적합하지 않은 외부 교사나 기간제 교사, 또는 정년퇴직을 하신 분들까지도 학교로 다시 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교사 부족 문제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좋지 않은 교사 처우, 남교사 부족 문제 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남편 회사 동료분이 가족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다녀왔는데, 와이프 분이 우리 동네 레알슐레 영어 교사로 근무하신다. 교사가 부족해서 영어 과목 업무 강도가 상당하시다고 힘듦을 토로한다. 안 그래도 지역 뉴스 보다가 우리 동네 레알슐레 교사 3분이 옆 동네 다른 주로 떠나야만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장 교감님들이 더 이상 교사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바이에른 교육청에 오래된 법규를 바꿔달라 요청을 했다. 바이에른주의 경우 김나지움 교사로 학업을 마치면, 신기하게도 레알슐레 교사로 지원이 안된다. 까다로운 바이에른주 규정을 벗어나 교사들이 옆의 주로 넘어가야만 하는 경우들이 왕왕 생기는 모양이다.


또한 공립학교에 보내보니 특히 초등 때와는 달리 김나지움에서는 과목별로 교사가 달라서 그런지 교사들의 결근이 상당히 잦다. 그럴 경우 대체 교사가 오지만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냥 시간을 때우거나 자습하거나 심하면 집으로 빨리 하교하는 경우도 꽤 있다. 동료 교사가 출근을 못할 때 대체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다른 동료 교사들이 이를 대체해 주다 보니 교사들의 업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스트레스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에 반에 보수도 적은 편이고. 교사 월급도 주별로 차이가 꽤 많이 난다.




학교 분위기


상급학교의 경우에는 학교 위치나 학교급별로도 분위기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독일은 대마초 등이 합법화되어 있다 보니 학생들에게까지 마약 거래 등의 골치 아픈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담배 피우는 학생들은 길거리에서도 이미 흔하고.


얼마 전 학교 부모 게시판에 마약 관련 부모 교육 안내문이 올라왔다. 독일 시골 동네 시청에서 저녁에 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마약 관련 교육을 시키고, 만약 자신의 자녀가 마약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경우의 대처 방법 및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이 작은 독일 소도시 시골동네에서도 청소년들끼리 마약을 기차역 등의 주변에서 거래하고, 그것을 경찰이 적발해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이 올라온다. 한국에 비해 청소년 음주문화가 개방적이고, 성이나 마약도 규제가 약하다 보니 청소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제 슬슬 걱정도 된다. 독일에서 흔하게 난다는 대마 피우는 냄새를 나는 맡아본 적도 없고, 생긴 것도 몰라서 옆에서 누가 피우고 있어도 알아채지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영역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와 함께 객관적 정보와 함께 많은 대화를 통해 문제 예방 교육을 꾸준히 해줘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나는 외국인과 이민자 등의 유입이 많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의 학교보다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심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소도시를 선호한다. 아무래도 이런 마약류의 거래나 뉴스에 나올 법한 사건사고들이 좀 덜한 편이고, 주로 독일 토박이들이 대대손손 살고 있다 보니 동네 분위기가 차분하고 독일스러운 면모가 아직 많이 살아있다는 점이 좋기 때문이다. 어디에 살고, 어느 학교에 다니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독일 교육의 장점은 활용하고, 염려되는 부분은 최대한 예방하면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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