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불가능할 줄 알았던 환불 과정을 통해 배운 점

구매 3주 지난, 각인된 애플 펜슬 환불기

by 빈스


1. 보조금 때문에 시작된 새 아이패드 이야기


몇 년 전부터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는 ‘디지털레슐레’라는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다. 독일 학교 중에서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지정된 기기를 구입할 때 350유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 대한 자세한 소개글은 지난 포스팅에서 살펴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vins/222



첫째와 둘째 모두 보조금 지원이 되는 학년이라서, 나는 아이패드를 마련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 펜슬부터 준비한 이유


문제는, 우리 집에 이미 아이패드 에어 4세대 256GB가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새로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2021년에 구매해서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쓸만했고, 용량도 256GB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둘째는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대신 애플 펜슬만 구매해 주기로 결정을 했었다. 기존의 애플펜슬을 우리 집 강아지가 다 물어뜯어 버려서 폐기처분이 된 상황이었다.


알아보니 아이패드 에어 4세대 모델은 애플 펜슬 Pro버전이 호환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애플펜슬 2세대 모델을 149유로에 각인까지 추가해서 7월 말에 구입을 완료했다. 다른 곳에서 좀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온라인 스토어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각인 서비스. 학교에서 사용하다 보면 비슷한 펜슬을 사용하다 보니 잃어버리기 쉽다. 아이 이름을 새겨두면 분실했을 때도 찾기 쉽고, 무엇보다 아이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격도 동일


어쨌든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새로 출시된 Apple iPad Air (M3,2025) 버전에도 Apple Pencil 2세대 버전이 호환이 된다고 해서 혹시나 나중에 둘째도 새 아이패드를 구매하더라도 괜찮겠지 안일하게 대처한 나의 실수였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는 게 간편한 시대가 되다 보니 홈페이지를 꼼꼼히 안 읽어본 나의 실수로 인해 추후 나는 ’멍청세‘를 지출할 뻔했던 것이다.



3. 변심


큰 아이를 위한 애플 아이패드 에어와 애플 펜슬 프로는 8월 중순에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애플 보상 케어를 포함해서 한꺼번에 구매했다. 이 역시 다른 곳에서 할인받지 않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한 이유는 동일하게 “이름 각인”을 넣어주고 싶었고, 아이패드를 구매하면서 동시에 펜슬도 같이 구매하면 기계 보증에 펜슬도 추가로 보상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보통 펜슬만 구매하면 일반적인 2년 보증은 못 든다.


https://amzn.to/4fIDUgP


큰 아이 아이패드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작은 아이 아이패드를 굳이 새로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애플 트레이드인을 통해 190유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기존 아이패드를 보상 판매하고 새 모델을 사기로 중간에 마음이 변심했다. 그것이 화근이 될 줄 몰랐지만.


입금 완료


문제는, 기존 아이패드를 해당 업체로 배송 보내는 과정에서 (업체가 체코에 위치해서 그런지) 배송이 10일이 넘게 걸렸다. 중간에 보상 신청 기간을 연장해야만 할 정도로 이상하게 오래 걸렸다.


사실 업체가 온라인 설문지로 제안한 보상 가격은 190유로였지만 직접 실물을 받아서 검수해 보는 과정에서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그 결과를 듣고 나서 정말 보상 판매를 할지 여부를 결정할 셈이었다. 이 기존 아이패드 뒷면에도 아이 이름이 각인이 되어 있었는데,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애플에서 정식으로 새긴 각인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해당 업체 상담원은 이메일에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언급했기에 모든 게 불확실했던 것.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다행히 뒤늦게나마 물건이 잘 도착했다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검수 후에 기존 가격 그대로 보상판매가 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해외 송금이라서 5일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러는 동안에 큰 아이를 위한 신형 아이패드와 펜슬 프로가 도착했고, 마음에 들어서 이어 둘째를 위한 새로운 아이패드도 구매를 했다.



4. 충격적인 사실


하지만 새로 산 아이패드 에어 M3 (11인치)를 받아보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애써 각인을 새겨 주문했던 애플 펜슬 2세대는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는 오래 안 써서 배터리가 방전되어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30분 이상 충분히 아이패드 본체에 붙여놓았는데도 전혀 인식이 안 되는 것이었다.


M3 아이패드 에어는 오직 애플 펜슬 프로만 지원했다는 사실은 전혀 의심조차 안 한 채 애플 온라인 스토어 상담 채팅을 하다가 뒤늦게 상담원으로부터 안내를 받고서야 알아챘다. 그제야 나는 ‘호환 여부를 미리 확인했어야 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 이런 것에 엄청 꼼꼼한 편인데 어쩌다가 인공지능 말만 믿고 덜컥 구매를 했을까 자책도 했다.



5. 환불 대장정 시작


문제는, 애플 펜슬 2세대는 이미 구입한 지 3주가 지났다는 점이었다. 기존 제품 보상판매 배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있었다.

게다가 제품에는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애플은 환불 가능 기간은 14일이라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각인 제품에 대한 환불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상담원마다 다른 말을 해서 혼란스러웠다.


즉, 두 가지 조건이 환불에 불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중고 거래 장터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좀 저렴하게 애플 펜슬 2세대를 눈물을 머금고 올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일단 최대한 문의를 해보기로 한다.


1) 채팅 상담


첫 상담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채팅 상담만 가능했다. 요약하면 “2주 지났으니 불가. 각인된 것은 문제없음. 월요일에 전문 팀에 전화해 보라. 이메일은 없다. “


2) 이메일 문의


일일이 독일어로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일단 이메일로 문의를 차근히 해보고 싶었는데 이메일이 없다고 해서 내가 직접 찾아봤다.


애플 온라인 스토어 독일(유럽 지사)의 고객 지원 이메일을 찾을 수 있었다. contactus.de@euro.apple.com


문의 결과, “본인(담당자)은 해당 부서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없어 직접 처리는 불가하다. 따라서 Apple Care Service (0800 6645 451)로 연락하라 “고 안내받았다.


3) 기술지원센터 전화


그래서 안내된 번호로 전화했더니 한참을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으나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이미 2주가 지나서 안타깝게도 보증 기간이 지났다. 교환은 어렵고, 상태를 보고 부분 환불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각인이 되어있으면 환불이 어려울 수도 있으며, 가까운 애플스토어 직접 방문해서 그들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


하지만 가까운 매장은 차로 한 시간 거리. 허탕치고 오는 건 너무 싫어서 미리 보상 가능 여부는 알 수 없냐고 했더니 실물을 못 본 상태라서 본인은 확답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점 방문 예약을 잡아달 아고 해서 예약까지 잡고, 예약 확인 이메일을 받았다.


4) 가까운 애플 지점에 전화


헛걸음은 비용, 시간 대비 정말 하기 싫었다. 그래서 매장 대리점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찾아 전화해 봤다.

“이미 2주가 지나서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다만 온라인 앱 스토어에서 주문한 것이라면 온라인 앱 스토어 Apple Online Store (온라인 스토어 주문/환불 전담) 0800 2000 136으로 전화해 보라 “


5) 온라인 앱 스토어에 전화


이미 매장 직원과의 통화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을 때 나는 포기했다. 중고 장터에서 가격 낮춰 판매 시도해 보는 방법 밖에 없구나 싶었다. 이미 나는 전화를 해봤고 매장 직원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직원의 친절한 다음 말들은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직원이 가르쳐준 전화번호 메모를 보니 내가 전에 전화했던 번호와 달랐다.


1. Apple Care (기술지원센터)
0800 6645 451
기기 문제, 수리, 설정 등 기술 지원 전담.

2. Apple Online Store (온라인 스토어 주문/환불 전담)
0800 2000 136
주문 내역 조회, 환불/교환, 배송 문제 처리 가능.


진짜 마지막으로 여기로 전화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의 포기한 채 전화를 해봤다. 친절한 목소리의 담당자는 고객 정보 확인(이름, 주소, 주문 번호, 이메일 등) 후 환불을 진행해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원래는 2주가 지나서 환불이 안되는데, 자신이 팀장과 이야기 나누어본 결과 나는 오래된 애플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번 환불을 진행해 주기로 했다고 해주는 것이 아닌가! 다른 상담부서와는 달리 여기는 그동안의 애플 구매 내역이나 거래 내역이 기록이 되어 있다 보니 그러한 혜택을 줄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차분히 상담원은 어떻게 반품이 진행이 되는지 (이메일로 반품 코드 발송, 출력 후 상자에 포장, 배달 업체와 약속 예약 후 방문 픽업, 상품 수령 후 5일 영업일 이후 환불) 설명해 주었다. 기대가 없이 한 통화에서 긍정적 답변을 받은 나는 내가 싼 똥을 스스로 치운 것 같은 기분에 너무 좋았다. 15분 후 이메일로 반품 코드가 왔고 온라인으로 배송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환불 완료!


6. 이번 경험으로 내가 배운 것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몇 가지를 배웠다.


1) 인공지능만 믿지 말고 정보는 정확히 확인하자. 제품명이 같다고 다 같은 게 아니다.


2) 상담원 답변은 다를 수 있다. 권한이 없을수록 답변이 모호하고 원칙만을 강조한다. 각인에 대한 의견도 다 달랐다. 온라인 숍 지원팀이 핵심이다. 기술지원센터나 매장은 규정만 말할 뿐, 실질적 권한은 없었다.


3) 거절 한번 당했다고 바로 포기하지 말자. 때로는 끈기와 두드림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 막무가내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노력해 볼 수 있다.


이 경험을 돌아보며 문득 UCLA의 로봇공학자 홍원서(Dennis Hong)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우수한 학생들을, 단 한 번의 지원으로는 결코 뽑지 않는다. 처음 지원서에는 무조건 다 거절 메일을 보낸다고 하셨다. 너무 뽑고 싶은 학생이 있어도 동일하다. 왜냐하면, 거절당했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연구자로서 진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로봇을 사랑하고 미쳐서 연구하는 인재를 곁에 두고 싶다고. 첫 번째 거절을 딛고 여러 번 두드리는 학생만 뽑는다고 하셨다.



새로운 애플 펜슬 프로 모두 배달 완료! 아이들 모두 잘 사용 중.


아이들 아이패드 학교 보조금 수령 완료.



단순한 환불 경험담이지만, 여기에서 또 한 번 여러 가지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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