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uplatzvergabe
나는 독일 소도시에서도 좀 더 떨어진 시골에 살고 있다. 시골이긴 하지만 이 마을을 위한 작은 시청(Rathaus)이 있고, Müller, DM, Lidl, Aldi, V Markt, Penny, Rewe 외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소매점들, Grundschule 2개, Gymnasium, Realschule, Mittelschule, Kindergarten 등의 학교가 종류별로 다 있는 인구수 약 13500명 정도 되는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 시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린 지 3년 즈음되니 어느 날 시에서 건축 계획을 발표하고, 해당 부지를 저렴하게 시로부터 할당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Bauplatzvergabeverfahren (건축부지 할당 절차)
할당 예정 부지를 보니 이후에도 계속 확장해서 개발 계획이 있었다. 만약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땅을 할당받으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대신 4-5년 내에는 반드시 집을 지을 계획하고 건축을 시작해야 하며, 건축 후에는 실거주 4-5년 해야 하는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을 지은 독일 동료에게 물어보니 새 집 짓는 것은 완전 비추. 독일인인 자신도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고. 사촌이 건축을 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도 신경 쓸 것이 세세하게 너무 많고, 오래 걸리고, 요새는 건축비 자재비 인건비도 더 올라서 그리 저렴하지도 않고. 딱 보니 10년은 더 늙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아.. 지원 조건은 들여다봤다.
건축토지 할당 조건
도시 거주민인지,
부모나 자녀가 사는지,
도시 내에서도 해당 부지에 연고가 있는지,
아이가 있는지,
4년 이상 고용 여부
지역 소방대 또는 이에 준하는 지원 조직의 관리자
소방대원 또는 이와 유사한 현직자
구호 단체 등의 회원인지 등등
조건이 다양했고 그것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었다. 딱 봐도 외지인인 우리에게는 불리하겠다는 생각. 그래도 이런 거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경험 삼아 지원은 해봤다. 이를 위해서는 Meldebestätigung과 자녀가 있는 경우 출생기록부가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당첨 결과를 알리는 편지가 배달되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떨어졌다.
어차피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3년밖에 안되었고, 당첨은 될 거라 생각 안 했고, 솔직히 됐어도 결정이 쉽지 않을 상황. 그래도 이런 경험은 다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해 봤던 것이었다. 보통 여기에 할아버지 세대부터 대대로 뿌리내리고 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사람들은 아들 손자며느리에게도 집 지어서 나중에 물려줘도 되니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에 저렴하게 땅 분양받아 장기 프로젝트로 집성촌 만든다지만 우리 같은 굴러온 돌은 결정이 쉽지 않다.
실제로 동네 친구 아빠도 여기 토박이. 아내는 옆동네서 온 토박이. 그 할아버지는 여기 토박이. 할머니는 옆 동네에서 온 토박이. 이런 경우가 진짜 많다. 집들도 오래된 집들은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물려온 집도 많고 그래서 세계 2차 대전 때 유품들도 있고, 오래되고 낡은 가구나 용품들도 있고 그렇더라.
어찌 됐든 부동산이나 땅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