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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s Sep 27. 2023

독일학교 독일어 집중 이민자반

인텐시브 클래스(Intensivklasse), 도이치 클래스 이야기

독일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민자가 꾸준히 늘었다. 게다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수의 난민들도 유입이 되면서 독일어를 못하는 외국인 학생의 독일어 교육에 대한 독일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 결과로 외국인 학생들의 기초 독일어를 지원하는 통합반이 예전에 비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도이치 클래스, 인텐시브 클래스, 위버강 클래스
Deutschklasse, Intensivklasse, Übergangklasse


주(Bundesland)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통합반의 목적은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게 독일어 집중 지원 학급이라고 할 수 있다. 등록 조건은, 독일에 이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독일어 기초가 전혀 없는 이민자 학생들 중에 초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이 갈 수 있다. 독일 초등학교 1학년에는 알파벳 쓰기부터 천천히 배우기 때문에, 이민자 아이라고 하더라도 초등 1학년 이하 학생들의 경우에는 나이에 맞게 정규반으로 곧바로 가게 된다. 이 통합반은 경우에 따라 나이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받기도 하고, 등록 학생이 많은 경우는 학년별로 나누어서 운영되기도 한다. 운영기간은 보통 1년을 잡는데,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빠르면 3개월부터 길면 2년까지도 유동적이다.

독일어 기초 수업은 별로 통합반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학교 생활의 빠른 적응과 통합을 위해 원래 학년의 정규반 수업에도 참여를 한다. 독일어가 많이 요구되지 않는 체육수업, 다양한 예술 및 음악 프로젝트, 방과 후 수업 등이다. 이런 통합 수업을 통해서 이민자 학생들도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독일어 노출을 자연스럽게 늘려서 더 빨리 독일어 습득을 할 수 있게 된다.


(비교)

이는 정규 학급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쳐 주는 Daz(Deutsch als Zweitschprache) 와는 다른 개념이다. Daz는 이미 정규반에 편입이 된 상태에서 독일어 보충을 위해 수업 시간의 일부를 조정해서 독일어 수업을 보강해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규반에는 소속되었으나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과 이민자 학생들 간의 언어 격차를 줄여주기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독일 국제 학교에 3년간 다니다가 독일의 초등학교인 그룬트 슐레 (Grundschule)로 전학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 역시 이  독일어 집중반이 (Deutschklasse, Intensivklasse, Übergangklasse) 있는 학교에 먼저 다녀야만 했다. 이사한 집 근처 그룬트슐레 교장 선생님과 상담 날짜를 잡아 이야기를 했으나 교장 선생님은 독일어를 거의 배우지 않은 외국인을 곧바로 정규 학교로 받아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독일 그룬트슐레의 3학년 이상은 독일어로 긴 작문이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학교에는 언어 집중반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집에서 9km가량 떨어진 학교에 게스트 학생 신분으로 다녀야만 했다. 사실 나는 아이들을 국제학교 12년을 보내고 졸업시키려고 했었기 때문에 이 전학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전학인데 집 근처 학교에도 보내지 못하게 되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인 것은 두 아이가 같은 반에서 공부할 수 있는 통합반이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었다. 아이들을 같이 보내니 엄마 마음에 나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더랬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다들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고 독일어를 못하다 보니 자신들의 모국어로 이야기를 하게 되고, 모국어가 통하는 아이들끼리 뭉쳐서 노는 경향이 있었다. 언어 집중반이었지만 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시험은 거의 매주 봤고, 성적과 발전 정도에 따라서 상담이 이루어졌다. 한편, 이민자 아이들의 부모들이 독일어가 잘 안 되는 케이스가 많아서 선생님들이 부모들과 상담을 할 때 꼭 통역자를 데리고 오도록 요구하였는데, 부모와의 소통이 쉽지가 않아서 선생님들이 힘들어 보이셨다. 나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국제학교에 다니는 3년 동안 독일어 공부를 B2까지는 했기 때문에 상담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실질적인 수업이 2, 3달 정도 진행된 시점에 중요한 성적과 관련된 선생님 상담 약속이 잡혔다. 이는 외국인 반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정규 반 학생들 학부모들도 모두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상담이다. 학기 초 상담이 10분이었다면 이것은 학생 당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아래 사진 오른쪽 위에 보면 Zeugnis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것은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성적(Note)에 대해 안내하고 확인한 후, 부모의 사인을 받는 상담이다. 그뿐만 아니라 4학년 학생이라면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상담이라고 볼 수 있다.


학부모 상담을 위한 안내


독일 국제 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하게 공부하다가 엄격한 규율과 낯선 독일 학교로의 전학이 아이들에게는 큰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첫날부터 친구들에게 오픈 마인드로 상냥하게 대하고, 열심히 한다는 좋은 평가를 교사로부터 들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안심했던 것도 잠시, 외국인 반(Deutschklasse, Intensivklasse, Übergangklasse)에 들어가자마자 3일 후부터 바로 시험을 자주 보았다. 처음엔 어리둥절해서 시험지에 사인을 해서 되돌려 보내야 하는지도 몰랐더랬다. 독일 학교는 이렇게 중간시험을 자주 보고 교사가 그것을 기록물로 남겨놓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국제 학교와는 달리 거의 한국 학교 같은 분위기에 다소 놀랐다. (요즘엔 한국 학교도 이렇게 자주 시험을 보지는 않는데 말이다.) 국제 학교 다닐 때 주변 학부모들이 우리 보고 공립학교는 교육 방식이 많이 다르다고 말해주었는데, 한국의 초등학교 같은 교실과 공부 분위기라서 그렇게 말했구나 싶었다.

독일 공립학교 성적은 노테(Note)라고 불리고, 1부터 6까지 있고, 1이 최고 성적이다. 김나지움에 가려면 3, 4학년 독일어(Deutsch), 수학(Mathematik), 사회 과학 (HSU) 과목 평균 성적이 2.33 이상 되어야 하고, 2.5까지는 레알 슐레, 그 이하는 하우프 슐레나 미텔 슐레로 가야 한다.


독일 공립 초등학교 성적 기준표
독일 공립학교 성적 기준표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노테(Note, 성적) 1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노테 1을 받는 아이는 아무리 인터반이라고 해도 거의 없다 보니 선생님이 성실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아이들은 독일 학교에서 시험을 통해 눈에 보이는(?) 좋은 성적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일단 남자아이이기 때문에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하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큰 동력이 되는지 알기 때문에 동기 부여 차원에서 좋았다.


선생님께서는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독일어 문법 교재를 추천해 주셨고, 우리는 이 교재를 집에서 매우 잘 활용했었다.


독일어 문법 교재 1, 2권으로 되어 있고, 처음 독일어 배우는 초등학생에게 적합했다.


독일어, 사회과학


음악, 수학, 독일어



3개월 만에 다시 독일 정규반이 있는 학교로 가게 되다.


두 번째 중요한 상담이 있었던 날! 긴장된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가을 방학, 겨울 방학을 빼면 두 달 반 정도 공립학교 독일어 인텐시브 반에서 공부한 것이지만 그 사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험을 치렀고, 많으면 2-3번도 보았다. 그 결과들을 부모에게 보여주고 사인하고 정식 성적표가 이를 바탕으로 2월 14일에 발급되게 되는 중요한 상담날이었다.


작은 아이는 초 2이기 때문에 (아직 만 7세) 노테가 발급되지 않고, 바이에른주의 경우 2학년 2학기부터는 노테가 나오게 될 거라고 하셨다. 전반적으로 흥미 없는 과목(음악 미술) 등에는 집중력이 짧고, 글씨를 더 예쁘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독일어 책 읽기는 초 4학년 수준의 시험지를 주어도 완벽한 톤으로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고, 모든 질문에 대답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 친구들과 전혀 싸우지 않고 친절하고 오픈마인드라고. 그리고 어떻게 아이들이 이렇게 빨리 독일어를 습득하는지 물어보셨고, 한국어는 어느 정도 쓰고 읽고 말하는 지도 물어보셨다.


큰 아이 경우는 노테가 최고 성적인 1로 발급되었다. 모든 교과 및 태도가 최고 등급으로 평가되어 있었고, 정규 학교로 옮기기에 더 필요한 것은 없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아이가 뒤늦게 독일학교에 왔지만 열심히 하면 독일 김나지움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집 근처 초등학교 (그룬트슐레, Grundschule)로 전학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바이에른주는 다른 몇몇 주와는 달리 무조건 정규 성적표(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평균 2.22 이상)와 교사의 추천서가 있어야만 김나지움(Gymnasium)에 원서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규 성적표가 나오는 2월 14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다음 주부터 하루라도 빨리 전학을 가라고 하셨고, 전학 간 학교로 모든 성적표를 우편으로 시기에 맞게 보내주시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우편으로 받게 된 정식 성적표

사실 나는 비록 Deutschklasse이지만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서로 의지하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잘 가르쳐주시는 거 같아서 만족하고 있었고, 올해 9월에 새 학년이 되면 학교를 동네 정규학교로 옮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고, 천천히 꼼꼼하게 기초부터 다지고 전쟁터에 뛰어들고 싶었다. 아이들도 이 학교에 만족하고 있었고, 자꾸 학교를 옮기는 걸 원하지 않았다. 너무 자주 학교를 옮기게 되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학교를 옮기게 되면 지금처럼 형제가 같은 반에서 같이 의지하며 공부하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학급에, 독일어로만 말하는 친구들 사이에, 심지어 학기 중간에 갑자기 놓이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해주어서 감사하고 기쁜 마음과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공존하여 나에게는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였다. 그동안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선물과 편지,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그렇게 집 근처 공립 초등학교로 발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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