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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 Apr 20. 2024

풍수지리적으로 살펴본 독일 하우스 임장기

풍수

나는 부동산 매입 시기가 아니더라도 자주 부동산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다른 집 가격 추이나 매매 흐름을 살펴본다. 가격이나 주거 형태, 지리적 위치 등뿐만 아니라 그 집 주변의 산이나 강, 도로 등을 보면서 풍수적으로 따져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독일 하우스들을 구경 다니면서 풍수적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집들에 대해 정리를 해두려고 한다.







1. 집 뒷마당에 내천이 흐르는 독일 하우스



작은 내천이 집 뒷정원에 흐르는 집은 처음이라 한동안 잔상이 머릿속에 남았다. 사실 풍수적으로 보면 물은 자산(부)을 의미하기 때문에 산과 함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집 주변에 물이 없는 도시에 사는 경우에는 도로를 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같은 물이라고 하더라도 물이 흘러들어오는 방향, 속도, 강물 방향의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굽이굽이 들어오는지, 직수로 들어오는지, 폭포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이 흐르는지, 고요히 흐르는지, 물이 고여있는지, 수구가 있어 흘러나가는지, 물이 모이는 지역인지, 모였다가 흘러 나가는 지역인 지 등에 따라서도 풍수적 해석이 매우 달라진다고 한다.


다른 한편, 재미로 사주나 주역 같은 것을 보면 사람들마다 수, 화, 금, 목, 토 등의 기운이 다르고, 그것의 조화나 궁합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풍수적으로 무조건 좋은 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기운에 따라서 또한 조화를 이루는 터가 따로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목의 기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산 근처가, 수의 기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물 근처가 좋으려나? 단순한 생각도 해본다.


이 집은 앞에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집은 상당히 넓고, 지붕 위에 아주 큰 창이 있어서 햇살이 전실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다소 웅장한 느낌의 목조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단독주택이다. 풍수적으로 입구는 좁고 뒤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터가 금전, 재물이 새지 않은 좋은 터라고 한다. 어쨌든 현관 입구와 거실이 바로 통하지 않고 전실이 있는 점이 매우 좋았다.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는 중이라 지붕창 주변은 공사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창이 있으면 햇살이 들어와 참 좋지만, 반대로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독일의 겨울을 생각하면 에너지 효율에는 안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태양열 패널로 전기 생산량을 일단 테스트해보고 괜찮으면 지붕 위로 올릴 거라고 한다. 지붕창은 참 매력적이긴 하나 너무 높고, 크면 창문 청소가 어렵지 않나 하는 지극히 주부적인 관점에서의 걱정도 ㅎㅎ (창문에 새똥, 꽃가루, 황사  먼지 보이면 스트레스받을 타입)


부엌은 분리형이었는데, 최근 지어지는 집들은 거실과 주방이 보통 한 공간에 있지만 나는 분리형이 더 좋은 것 같다. 냄새나는 한국 음식을 해 먹다 보니 거실까지 냄새가 가는 게 싫기 때문이다. 아니면 거실 주방 일체형 집에 + 냄새나는 음식을 문 닫고 해 먹을 수 있는 작은 보조 주방이 딸린 집이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거실은 통창이 있어서 넓은 정원과 연결이 되어 있었고, 정원 크기는 딱 내가 선호하는 정도의 크기로 해가 잘 들었고, 좋았다. 특히 한편에는 나의 로망인 온실하우스 (Treibhaus, Gewächshaus)가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형상의 나무 (새집이 걸려있는)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무의 형상은 내가 보기에 약간 기괴해서 밤에 보면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이미 그 자리에 이전부터 오래 자리하고 있던 터줏대감 나무인 것으로 보아 그런 나무는 함부로 베어내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무가 개인 집 마당 안에서 너무 크게 자라는 것은 풍수적으로도 사람의 기를 눌러서 좋지 않다고 알고 있고, 실제로도 그늘지게 하거나 또는 천재지변 등으로 나무가 쓰러지거나 병충해도 있고, 너무 많은 낙엽, 꽃가루 등으로 처리할 일이 많아져서 정원사가 있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도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정원의 하이라이트! 어디 여행지에서나 볼 법한 시냇물이 졸졸졸 흐른다! 뒷마당에서 1미터 정도 아래쪽으로 큰 강의 지류에서 발생한 작은 천이 직선으로 흐르고 있었다.  속도가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정도였고, 가까이에서는 졸졸졸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물소리가 흐르는 곳에서 바비큐 해 먹으면 천상 낙원이 없을 것이고, 여름에는 수박도 걸어놓고, 동물들도 아이들도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구경하고 참 좋을 것 같았다. 다만, 풍수적 관점에서는 집 주위에 유속이 빠른 물가나 폭포, 또는 물소리가 들린다면 좋지 않은 터로 본다고 한다. 풍수적 관점은 모르겠고, 최근 독일에서 몇 년 전 강 주변 집들이 폭우로 인해 떠내려가고 물난리가 크게 났던 것을 목격했던 지라 나는 개인적으로 강 근처나 물가 근처의 집을 구할 것 같지는 않다. 물안개가 끼는 호수나 강가보다는 산이나 숲이 있는 곳을 더 선호해서.

                    




2. 굽은 나무가 정원에 있는 독일 단독주택


리노베이션이 어느 정도 되었으나 오래된 집이라 에너지효율이 좋지 않았고 직접 가서 보니 아직 외벽이 군데군데 헐어있어서 보수가 더 필요한 옆동네 단독주택. 전반적으로 크기도 크고, 정원도 깔끔하고, 레노베이션만 더 하면 나쁘지 않은 집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정원 안에 45도 이상 해괴망측하게 굽어있는 연식이 오래된 나무! 사진으로는 그 크기와 굽어진 나무 기둥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는 형상으로 거의 누워 있다.



집 앞을 거의 나무가 누운채로 굽어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형상


210 평방미터 471 대지면적 가격 775000 €



조경수의 형태는 과도하게 휘어지거나 비틀어진 것은 좋지 않다. 휘어진 소나무 군은 풍수적으로는 강한 음기를 발산시키므로 묘지에나 어울리지 주택 조경수로는 부적합하다.

집 전체를 덮을 만큼 너무 키가 큰 나무도 주객이 전도되는 기운이다.

뿌리가 깊거나 오래된 나무 또한 음기가 강하고 잘못 베면 가세가 기운다고 한다.

정원수로 적합한 나무 : 키가 작고 낙엽이 무성하지 않으며 사시사철 푸른 나무. (오죽, 감나무, 소나무, 사철나무, 석류, 살구, 대추나무 등)





3. 팔각형 모양의 독일 하우스



건축가가 고심해서 지어진 흔적이 다분한, 정말 보기 드문 팔각형 형태의 독일 하우스가 매물로 나왔었다.  2006년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 정원이며 집이며 관리가 잘 된 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Luftraum (천장까지 뻥 뚫려 층고가 높은 부분) 도 있어서 옆 벽면을 갤러리로 할 수도 있고, 팔각형이라 공간활용이 어려울 것 같지만 또 반대로 심심하지 않게 활용할 수도 있는 집이었다.


  

    Zimmer : 6  

    Wohnfläche ca. 138  

    Kaufpreis : 718.000  

    Provision : 25.632  

    Baujahr : 2006  

    Energieeffekt : A+  



장점


- 2006년에 지어졌는대도 에너지 효율이 A+라는 것. 에너지 효율은 작년 9월 경에 새로 측정이 되었다.

- 정원이 예쁘게 잘 관리되어 있다는 것, 너무 거대하고 큰 나무가 정원에 없다는 점.

- 집 푯말에 Dr.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의사일 테고, 집 주변의 다른 집들도 대부분이 고급주택가였다는 점.

- 집 바로 옆에 적당한 크기의 호수와 놀이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장단점이 함께 있음.

- 풍수지리에서 가장 완벽한 집모양은 의외로 원형이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팔각형 모양의 집. 이 두 가지 모양을 제외하고서는 직사각형모양이 좋다.  물론 대지의 형태는 네모 반듯한 것이 좋고.

- 메인 도로에서는 이 집이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다른 집이 방풍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변 소음이나 차 먼지가 디렉트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 작은 도로가 집 앞 대문에 위치해 있으며, 대문은 크지 않지만, 넓고 크고 잘 관리된 해가 잘 드는 정원이 집 안쪽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

-  강이 주변에 있는데 강 주변으로 자전거 코스와 하이킹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

  

단점


- 교통

아무래도 강과 호수 근처 외지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교통 근접성이 좋지가 않았다. 버스 노선이 아이들 다니는 학교로 바로 가는 것이 없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집은 학교와의 근접성이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모른다. 바쁜 아침에 천천히 여유 부리며 아침 식사도 할 수 있고, 갑자기 학교가 끝나거나 시간대가 변하더라도 전혀 문제없이 슬슬 걸어오면 되고, 친구들이 학교 마치고 들르기도 편리하고.

- 친구들과 사는 집 위치가 학교를 기준으로 완전 반대편이라는 점. 플레이데이트라도 할라치면 픽업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거리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편하게 만나지도 못할 것이라는 건 최악의 조건이었다.

- 다소 좁은 주차공간. 남편이 보기에 전용 주차장 2대 놓을 자리가 있기에 전혀 문제없다지만 대문 앞 도로가 좁은 편이라 나는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 편의시설 및 쇼핑

주변에 큰 마트나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물론 차로 3-5분 정도 나가면 다 있지만, 베이커리나 외식, 베이커리, 테이크 아웃 등이 되는 먹거리 및 편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한참 나와야 하는 기분. 지금 사는 소도시는 시골이라지만 걸어서도 갈 수 있는 마트와 베이커리, 약국, 병원, 온갖 종류의 마트 등이 다 있어서 대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부족함은 없는데, 확실히 시골은 살다 보면 금방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강 주변

기대했던 강은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던 큰 강과는 다르게 포스가 없었다. 그냥 내천 같은 느낌. 자전거 도로도 기대했던 잘 포장된 탁 트인 도로가 아니라 그냥 길게 이어진 돌길이었다.




4. 전봇대가 집 안 정원에 자리 잡고 있는 독일 하우스


2017년 건축, 에너지 효율은 20대로 A+, 외부 수영장 있고, 주방 완비, 넓은 주차공간, 다락에는 에어컨 설치, 방 5,5개에 공간 넓고  여자 혼자 관리하기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 지붕층 실내 에어컨 설치 등까지 되어있고, 에너지 효율이 A+ 등급 (수치가 20대)이라 그런지 가격은 시골치고 높게 책정이 된 채 매물이 올라왔었다.  (2023년 1월 749.000유로.) 단독 주택에 남향이고, 1층에 게스트 룸과 화장실이 단독으로 분리가 되어있고, 2층에는 부부 침실과 아이들 방 2개, 널찍한 욕실, 그리고 넓은 차고공간, 수영장, 테라스가 있었다.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차고, 차 두 대 주차 가능하다지만 차고 앞 공간이 워낙 넓어서 방문객들이 주차하기도 좋고. 집 맞은편에 건물들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간격이 꽤 벌어져 있고, 이 집의 지대가 높은 편이라 아주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실외 수영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 집의 가장 크나큰 최대 단점!! 집 뒷마당 안쪽으로 저렇게 큰 고압선 전봇대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독일에 수많은 집 구경을 다녔지만 이렇게 뒷마당에 저런 전봇대가 있는 건 또 처음이었다.





부동산 중개인 말로는 저 고압선은 철거될 예정이지만 그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향후 몇 년 간 (솔직히 말하면 하염없이) 계속 저리 있을 것이라는 의미. 어떻게 가정집 안뜰에 저렇게 고압선이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법적으로 저런 게 가능한가? 건설 계획 단계부터 뭔가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가까이서 가만히 서있어 보니 위이이잉 하는 소리도 들리고.. 전자파에, 수영장 옆이라 감전 위험도 있을 수 있고... 만 가지가 다 좋았더라도 이미 저 고압선 하나로 끝.


집은 생명이 없는 건물이지만, 나는 그 집터에도 기운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그 모든 환경과 기운이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기운도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집 안에 저런 흉물스러운 전봇대가 있는 집을 처음 봐서 너무 놀랐다. 그래서 역시 부동산은 집에서 열심히 손품도 팔아야 하지만, 발품 팔아 임장 다니고,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후 이 매물은 2023년 4월  749000유로에서  698000유로로, 5월 650000유로로 내렸고, 2024년 4월 현재까지 더 떨어진 가격으로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보통 집주인이 급하게 팔아야 할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워낙 일처리가 느린 독일에서, 특히 요즘 같은 매수자 우위 장세에서 물건이 빨리 안 나가도 1년씩 그냥 매물 올려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 집은 가격을 파격적으로 떨어뜨려도 매수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집주인 입장에서는 최신식으로 멋지게 집을 지으며 시세차익을 노릴 생각으로 이 집을 건설했겠지만 풍수지리적으로 옳지 않은 방향으로 함부로 일을 벌이면 결국 수습이 되지 못하고, 팔지도 못한 채 결국 재정적 악재로 되돌아오게 된 꼴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한 예시 외에도 수많은 부동산 임장기가 있는데, 언젠가 하나씩 천천히 또 정리해서 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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