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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 Apr 23. 2024

독일 하우스 임장기: 독일 하우스 건축방식

massivhaus vs fertighaus

독일에서 집을 지을 때 보면 Fertig Haus라고 쓰여있는 건축방법이 있다. Fertig는 finish의 의미로 이미 건물의 기초 틀을 공장에서 만들어 운반해서 조립하는 형식으로 집을 짓다 보니 비교적 빠른 시일에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fertighaus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집을 짓고난 후에 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며 견고하게 지어진 masivhaus에 비해 대체로 허술하다는 평도 있다.


건축붐이 일고, 독일에도 개성 없이 비슷한 구조와 형태로 신축 건물이 우후죽순 지어지는 때가 있었다. 최근 10년 이내에 지어진 집들의 경우 자재 조달 부족이나 자재비 등의 상승 등으로 집들이 다소 약하게, 대충 지어졌다는 평가도 들은 적이 있다. 독일 동료의 말로도 예전에는 주택 하나 지으려면 한 땀 한 땀 독일스럽게(?)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들여 튼튼하게 집을 지었지만 요즘에는 기술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집이 빨리 지어진다고.. (아무리 그래도 한국만큼 빠르겠냐만.)


겉모습은 그럴듯해 보여도 안에 내벽의 두께, 어떤 내장재를 사용해서 단열을 했는지, 지붕은 어떤 형식으로 어떤 자재로 만들어졌는지 등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고, 저렴하게 지어진 집들의 경우에는 확실히 에너지 효율 및 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전에는 지붕이 없고 평평한 네모 반듯한 신축들이 공간 활동도 좋고 예뻐 보였는데, 사실 저렇게 뾰족한 지붕에 기와를 얹어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기술이고, 자재비도 더 많이 들어서 비싸고, 처마가 길게 나오면 건물의 외벽을 강한 햇빛과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효과가 있어서 외벽에 곰팡이가 슬거나 약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약간의 그늘도 제공해 주기에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집을 건축할 때 보면 지붕의 모양을 평평하게 할지, 약간 기울게 할지, 많이 기울게 할지 선택을 할 수가 있는데, 평평한 것보다 오히려 기울어진 지붕이 좀 더 가격이 나간다.





작년에 임장 다녀왔던 이 하우스는 2002년에 집주인이 공들여 설계해서 튼튼하게 masivhaus로 지은 단독주택이다. 보기에도 지붕과 외벽이 단단하고, 오래된 건물인데도 에너지 효율이 A 정도 된다. 집 주변 울타리는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나무들로 가득 메워져 있어서 사생활 보호가 잘 되고, 나무들이 타 죽거나 한 부분 없이 오랜 시간 잘 자란 것을 보니 햇빛도 적당하게 잘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임장 다녀온 신식 주택은 그 주변의 큰 나무들이 군데군데 메말라 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지역의 태양이 너무 강렬하고, 바람이 세다는 것을 나무 상태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나무와 식물이 잘 자라는 집에서 사람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법이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도로가 안쪽으로 집을 잘 감싸고 있다. 집을 고를 때 굽은 도로의 안쪽에 자리 잡은 집이 자동차의 이동 방향, 매연, 바람의 방향 등을 고려했을 때 더 장점이 많다. 붙어 있는 집이라고 하더라도 도로의 바깥쪽에 자리 잡고 있는 집보다는 풍수적으로도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도로가 옆에 있지만 큰 대로변이 아니라 풍수적으로 좋다.



이 20년 된 집은 집주인이 설계하고 공들여지어 20년 간 터를 이루어 잘 살았던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여 차고 안에 두 대, 바깥에 두 대, 총 4대를 댈 수 있었고, 보니 포르셰가 주차되어 있네.


집을 보러 다닐 때는 해당 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편의시설, 인접 도로가 너무 커서 매연과 소음이 많지는 않은지, 주변의 공터(미래에 누군가가 이 공터에 집을 지어 공사가 예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공사판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지, 주변 산책로(산, 호수,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는지, 대중교통 (아이들 학교 통학 버스) 노선은 어떻게 되는지 꼼꼼하게 다 따져보는 것이 좋다. 살아보니 중요한 것은 큰 도로 인접 집보다는 사람이 덜 다니는 조용한 길 안쪽에 자리한 집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점이 많다는 것이다.


주변 산책로, 비어있는 공터 : 공사 진행 가능성, 버스 정류장



조금 떨어진 곳에 버스 정류장도 있는데, 학교로 직행으로 가는 버스는 아니었고, 학교로 가는 버스 정류장은 그보다 좀 더 떨어진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 통학은 다소 불편해 보였다. 아이러니한 것이 주택으로서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 버스 정류장하고는 다소 떨어진 곳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집은 좋았으나 아이들의 통학을 생각하면 버스 노선 시간을 체크해 보니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삶의 질이 떨어질 것 같고, 통학 시간을 오래 잡아먹는 것이 여전히 걸려서 아쉬웠다. 우리가 지금 이 시골에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학교 때문인데, 학교로 바로 가는 버스가 근처에 없고, 통학에 불편하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결여되는 것이라.. 부동산 공부는 꾸준히 하되 결정은 신중하기로.


이렇게 부동산 구경 다니는 것이 쇼핑 다니는 것보다 재미있는 나. 나이가 40이 넘고나서부터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육아로 정신없던 때를 벗어나다 보니 슬슬 내가 다시 들여다보인다. 젊을 때는 눈앞의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나의 취향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아무거나 다 좋아'가 아니라 '나는 모찌 아이스크림이 좋아. 나를 브라운색이 좋아. 나는 부동산이 좋아. 나는 돌체앤 가바나의 라이트 블루 향수가 좋아. 나는 산책이 좋아. 나는 화려한 완성형보다 작고 소중하는 것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아.‘ 라고 나만의 취향을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천천히 나를 더 들여다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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