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고민상담소

신여성과 현대 여성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by 보라구름

1930년대의 남녀, 결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다룬 책이다. 85년 전쯤, 그러니까 100년보다는 좀 못 미치는 과거 시대의 남녀에게는 어떤 고민이 많았을까? 당시 신문에 실린 고민 상담 글을 모아 근대 연구를 꾸준히 해 나가는 필자가 코멘트를 달아 원고를 썼다.


근대는 신여성이 등장하고 결혼의 풍속도 변화하는 시기. 부모가 정해준 배우자를 얼굴도 못 보고 결혼 당일에야 보면서 결혼하는 풍속이 차차 사라지고 자신이 원하는 이성과 결혼을 하게 되는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결혼 풍속대로 결혼해 조혼을 하게 되거나 원치 않는 결혼을 한 많은 어린 목숨들이 자결하는 비극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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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연애의 재미만 추구하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무책임하게 나 몰라라 하고 본처에게 돌아가거나 어머니가 정해 준 여자와 결혼해 버리기도 한다. 그 흔한 오빠 못 믿어? 전략으로 여자를 속여서 자신의 소유욕과 정복욕을 채우고는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철판을 까는 것도 똑같다.


결혼 풍속의 변화에 따른 것만 빼면 사실 놀랍게도 현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85년 전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다를 것도 없는 게 그만큼 결혼, 연애에 대해서 여성은 약자의 입장에 놓여 있고 변화는 요원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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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도 여전히 남자의 외도는 한 때의 바람이라고 치부되는 경향이 깔려 있으나 여성의 외도는 상대적으로 훨씬 무겁게 다루지 않는가. 남편의 집안은 시댁이라고 부르면서 아내의 집안은 처가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과거 호칭에 대한 시발점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현재에도 여전히 남편의 형제자매에 대해서는 아주버님, 도련님, 아가씨이고 아내의 형제자매에 대해서는 처남, 처제, 처형인 것도 그러하다.


그러고 보니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짝을 결혼식 날에야 얼굴을 보았을 것 아닌가. 마치 도박판에서 마지막 패를 확인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쓸모없는 버릴 패라는 걸 확인하면 판을 확 엎어버리고 싶을 것이고, 전세를 역전할 만큼 대단한 패가 내 손 안에 있다면 표정 관리하기 힘들 만큼 헤죽헤죽 웃음이 귀에 걸릴 것이고.


앞으로 100년 후 남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 남편의 바람은 스쳐가는 바람과도 같은 것이요, 아내의 바람은 더럽고 부정한 것이라고 이율배반적인 잣대를 댈까? 설마 그 때도 명절에 왜 항상 시가(댁)에 먼저 가서 일을 해야 하느냐로 다툼이 있을까? 둘 다 맞벌이를 하는데 왜 집안일과 육아는 여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느냐고 하소연하고 있을까? 에이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하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찜찜함을 어찌할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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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고민상담소>, 전봉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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