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 vs 기쁠 때 생각나는 사람
힘들 때, 화가 날 때, 짜증 날 때, 지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그런 상황에서 떠오르는 사람.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걸 상대로 떠오르는 사람. 어쩌면 그런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상대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라면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다. 내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나 역시 힘들 때마다 연락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너는 왜 그럴 때만 연락하니? 너한테 연락이 오면 네가 좋은 이야기를 할 때가 별로 없어. 그렇게 말해줘도 나는 잠깐 동안만 '아,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을 뿐 속 깊이 되짚어보지 못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시의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과 괴로움 또는 불쾌함 등을 털어내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래,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감정의 찌꺼기들까지 모두 털어낼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걸 모양새 좋게 포장해서 고민상담이라는 걸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고민상담이 정말 필요할 때도 있고, 상담이 아니라 그저 감정적인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유독 한 대상에게 반복, 집중될 때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즐거운 소식이 있을 때도, 상대방 입장에서도 괜찮은 소식을 전할 게 있을 때도 그 상대에게 연락하는지, 아니면 나 힘들 때 주로 그 상대에게 연락하는지 말이다.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타로 상담을 하고, 그 밖에도 이런저런 고민상담을 듣고 해주게 된 이유가 사람들이 한결같이 '너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돼..'로 운을 떼며 정말 들어보니 이 사람 저 사람에게는 할 이야기가 못 되는 무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계의 흐름이라는 것이 조금 묘한 점이 있어서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건네고 나눈 사람은 다시 나에게 밝고 즐거운 이야기도 건넬 법 한데 상대적으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살다 보면 어찌 무겁고 힘든 날만 있을까, 분명히 밝고도 찬란한 날도 있을 텐데 그런 날은 왜 내게 나누려고 하지 않는 걸까 싶어 나에게 풀어놓은 말들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기도 했다.
내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진행하는, 프로페셔널로서의 상담이 아닌 사적인 상담의 경우는 이런 반복되는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배수구의 역할로 존재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