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이 부러워

by 보라구름

병원에서 상담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오늘의 내 컨디션은 꽤 좋은 편에 속했고, 나는 20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대체로 모든 상담 시간에 나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


하지만 지난 한 주는 너무 괴로웠다. 그래프가 널뛰는 모양새를 그릴 정도로 그 변화 폭이 컸다. 코로나에 3번째 걸려서 너무 힘들었고, 아픈 몸으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더 괴로웠다.


덕분에 생각을 많이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하던 생각이 튀어나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코로나 3번 걸리는 동안 2번은 같은 직장, 1번은 다른 직장에 있었다. 하지만 별차이가 없는 것은 아프다고 제대로 쉴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루 정도씩만 쉬었고, 그나마도 이번 직장에서만 반차를 더 낸 게 차이라면 차이? 그냥 종이한창 차이와 같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다. 대체로 회사의 상당수의 사람이 그러했지만 이전 회사의 경우 다른 부서 사람들은 아파서 격리기간 내내 충분히 쉰 사람도 있었다고 듣긴 했다.


격리를 할 질병에 걸린 상태에 고열과 기침과 목 통증, 콧물.. 이런 증상을 달고도 화상 미팅을 하고, 인터뷰를 하며, 늘 하는 업무를 쉬지 않고 하는 것이 마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너무 답답했던 것 같다. 생각의 시작은 거기였다. 그리고 끝은, 그럼 나는 이걸 달라지게 하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어딘가에 소속된 상태로, 어떠한 목표 달성에 이르기 위한 또 하나의 목표를 받아서 이루기 위한 구성원으로서의 노력이 아마도 대다수의 회사원의 입장일 것이다. 팀이나 부서장, 직위가 없는 구성원 모두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


계속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은 바로 그것. 20년 넘게 소속된 삶을 살았으면 다른 삶에 대해서 준비해 보자는 마음.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을 예전처럼 무턱대고 할 게 아니라(프리랜서 자영업자로 지냈던 1년,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너무 괴로웠다.) 준비가 너무 부족했고, 실수 연발이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좀 하나씩 준비를 해나갈 시간이라는 생각이다. 다음의 내 선택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평생직장으로 그 어디든 속해서 다니는 게 내 인생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을 해보자. 이렇게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가 아니면 언제 하리? ㅎㅎ 이런 생각도 하면서.


이러다가 또 우울의 수렁으로 빠지면 다 필요 없어..라고 하며 동굴 신세가 되겠지만.


내가 지금 멘털 그래프의 상승 곡선 어디쯤엔가 있으니 다시 하강하기 전에 최대한 수평을 유지하면서 좀 길게 유지해 보자는 생각이다.


먹고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불로소득이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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