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산책

가을 하늘과 겨울 바람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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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의 온도

산책을 하다 보니 10월 중순인데도 얇은 패딩이나 안감에 털을 덧댄 외투를 입은 사람을 꽤 여러 명 봤다. 주말에는 예년에 비해 기온이 떨어져서 나도 재채기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기온이 오른 것 같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추위를 타는 걸까? 그러고 보니 큼직한 마스크를 쓴 눈에 들어왔다. 반면에 반바지를 입은 남자들도 보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긴, 가을 하늘에 겨울 바람이 불고 있었구나.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와 그 온도에 적응하는 속도의 간극 때문에 모두 다른 옷차림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미세하게 각자의 체온도 다를 테지만. 비슷한 일을 겪고도 치유되는 시간이 각기 다르고, 받아들이거나 느끼는 바가 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일 것 같다.

요즘, 내 마음이 느끼는 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2도 정도 낮은 것 같다. 사람에게 별다른 기대를 안 하는 편이긴 하지만, 오래도록 친분을 유지했던 관계를 잃는 것은 꽤 씁쓸한 일이다.


2. 지나고 나면 알게 될까

홍대 앞을 지나는데 한 무리의 여자 고등학생들이 지나간다. 모두 입시학원에서 쏟아져 나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같은 교복을 입고 비슷한 신발을 신고 보폭을 맞추어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았다. 요즘 교칙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교복 차림에 한결같이 화장을 하고 있었다. 비비크림, 마스카라, 립 틴트는 필수인 모양일까? 화장마저도 친구끼리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화장품도 나누어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학생들도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


누군가와 똑같은 옷을 입고 서로의 스타일도 따라 하며 하루 내내 거의 붙어 다닐 일이 그 이후로는 없을 거라는 사실을. 어른이 되고 한 10년쯤 지나면 화장도 귀찮아져서 특별한 날이 아니면 아예 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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