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김경숙(로이스 김) 작가님. 엥? 그분이 정리해고를 당했다고? 언론에서 기사와 방송으로 작가님의 구글 임원 활약상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고 작가님의 전작도 책으로 읽었던 지라 적잖이 놀랐다. 그렇게 능력이 있는 분의 16년 근속 구글 커리어가 이메일 한 통으로 정리해고되다니. 미국이 원래 해고를 그런 식으로 한다고 하지만, 한창 IT 대량 해고가 이루어진다고도 들었지만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이렇게 충격적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자는 슬픔을 느끼고 그 안에 머무는 대신 해고 통보를 받은 첫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루틴을 지키며 하루를 이어갔다. 일상은 유지했지만 마음은 평정심을 찾기 어려웠다. 미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중이라 바로 옆에 이야기할 가족이 없다는 게 더 막막했고 처음으로 혼자라는 생각, 외롭다는 생각이 들며 막막했다고 한다.
충격, 절망, 분노, 슬픔 그리고 수용의 단계를 상당히 빠르게 진행시키며 저자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갭이어를 주기로 했다. 갭이어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본인이 정말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졸업 후 취업, 이직, 근무하면서 석사 두 개 박사 수료까지 마치느라 도통 쉬어본 적 없던 저자는 이제야 갭이어를 갖기로 한다. 하지만 재충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55세의 저자는 주당 70~80 시간을 일하며 트레이더 조(미국의 마켓 체인) 직원으로 일하며 점심시간에도 식사를 하며 쉬는 대신 공유 드라이버 기사 일을 한다. 거기에 더해 스타벅스 바리스타로도 파트타임 업무를 하며 잠시도 쉴 틈 없이 일상을 가득 채운다. 아, 보너스로 무료급식 배식 봉사도 하면서.
구글 임원, 마케터라는 이름표를 떼고 진짜 나 자신, 스스로의 이름만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고 사람들과 만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잡 인터뷰를 할 기회를 만들어가는 저자의 모습이 멋지고 용감해 보였다. 이직을 할 때도 휴가 기간 없이 금요일에 퇴사하고 월요일에 출근했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아마 그렇게 30년간 직장 생활을 해왔기에 그만큼의 동력 없이 일상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서툴고 오히려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갭이어는 재충전의 시간인데 주당 70~80 시간의 노동을 1년 동안 한다는 것은 3~40대도 버거운 일 아닌가. 마트 직원, 공유 운전기사, 스타벅스 파트타임 바리스타, 캣 시터 거기에 책을 내기 위한 원고도 쓰고, 재취업을 위한 미팅도 하고, 틈틈이 운동까지 하면서 새벽에 가까스로 잠이 드는 저자의 모습에 절로 입이 쩍 벌어져버렸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에너지와 체력은 다르고 감당할만하니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삶일수록 오히려 한 번쯤은 다 내려놓고 온전한 쉼을 선택하는 기간을 짧게라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 저자의 용감한 선택과 당당한 모습에 큰 위로를 받았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 어떤 일을 하건 마음과 몸의 힘이 없다면 시작부터 불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