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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혜 Nov 13. 2015

나는 요즘...

누추한 청춘의 도전&성숙일기_방랑기의 마지막 즈음의 소회

무척이나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으다. 

특히나 빨리 돌아가서 보고 싶었던 한국 드라마들도 마구마구 쌓아놓고 (파일을ㅋ) 보고 싶고,
책장이 있는 방에 틀어박혀서 진짜 책을 쌓아놓고 한 달 동안 (나에게 허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은 책만 줄기차게 보고 싶다.
정말 진심 그러고 싶다.
한국어, 한글, 문장의 위대함을 마구 느껴보고 싶다랄까...?

핑계 같지만, 지긋지긋한 한국을 떠나 이러저러한 나라를 밟고, 취직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좋고, 그렇게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나왔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사람들이 못 떠나서 안달이라는 헬 조선이 참으로 그립다.
물론 나도 그 치열한 사회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조금 암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9개월간의 외국 생활 끝에 얻은 결론이란 내 나라를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있으면 또 나름의 치열한 삶이 있겠지만 한국에서와는 다른 환경에 좋은 것들도 많을 것이란 걸 안다. 어떻게든 길을 찾으면 있겠지, 왜 없겠냐마는...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일은 남의 일인 양 잊고 걱정 없이 사는 것도 좋겠지마는,  우리나라의 고민을 함께 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더 강렬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우연히 누군가 악평을 해놓은 정재 오라버님의 '빅 매치'를 초저화질로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 (손) 준호의 대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대한민국은 '회사원'들이 지킨다."

대한민국은 평범한 시민들이 지킨다.
너도나도, 특히나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남은 대한민국엔 결국 소시민들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킨 나라가 해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조국'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미국으로 일을 하러 가는 것이 꿈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나이 많은 싱글 여자 사람에 직장도 그만두고 없어, 혼자 외국에 무비자로 3개월씩 있는다니 미국에 들어갈 때도, 캐나다에 들어올 때도 정말 무슨 죄인 취급을 받고는 어찌나 불쾌한지 말로 할 수 없었다.
시시콜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에 버금가는 질문 세례들과 통장 잔고까지 털리고, 내가 돈 벌어 내 돈으로 너네 나라에 써주려고 들어왔다는데도 정말 미래의 불법 체류자 취급을 해대는데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막상 가보니 별로 좋지도 않은 나라에 정말 '국적'과 '국력'이라는 백 하나 믿고 '갑'질을 제대로 해대는 입국 심사관들 덕에 왜 나라의 힘이 중요한지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랄까...
미국은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나중에 기회가 되어 출장이나 오가면 모를까...
캐나다는 도대체 왜 덩달아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
이게 다 서양을 동경한 동양 여자들의 범법 (불법체류) 행위가 만들어 놓은 편견이란 생각에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왜 다들 법을 어기면서까지 남의 땅에 살려고 기를 쓴 건지 원...

더욱이 미국에서 만난 유럽 아이들은 정말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것도 부러웠더랬다.
20살이 되어 대학 가기 전 여름을 이용해 잠시 영어 공부가 아닌 사람을 만나러 왔다는 스위스 형제들에게 스탠퍼드 와서 공부하고 싶지 않냐고 하니, 정색을 하며 'Never' 란다. 자기 나라 대학 놔두고 왜? 그 작은 나라가 그렇게도 좋단다. 물론 캐나다서 만난 독일 아가씨 마 레이크도 미국은 너무 싫어서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유럽 애들은 우리처럼 큰 맘먹고 큰 돈 들어 오랫동안  어학연수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학기 중에  알바해서 그 돈으로 방학 중에 잠시 영어 연수 겸 자주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을 보며... 우리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참 마음이 아프다랄까...
나라가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우리도 그렇다. 누굴 만나든 그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가 뭐랄까... 척도를 만든다랄까....
필리핀에서 온 아이, 터키에서 온 아이, 스위스나 독일에서 온 아이... 달라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냥 어느 나라 출신인지 들을 때마다 그 나라의 위상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지만, 안티삼성의 대표주자인 나도 삼성에게 조금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아이가 쓰는 삼성폰을 보며 그나마 기를 폈다고나 할까... 그렇게 맨날 삼성을 욕해댔는데...;;
LG 가전으로 주방을 꽉 채워주신 미국 홈스테이 마이테 아줌마와 로저 아저씨께는 정말 얼마나 감사하던지 원.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나도.
외국 나와서 애국자 된다...라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지금  우리나라를 이대로 놓아버리면 나중에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이라고 얘기할 때 그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대한민국... 대한민국.... 생각이 참 많아지게 한다.
정치, 그래 내가 혐오해마지않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보자면...
여기 와서 만난 대만에서 온 아줌마는 지금 대만의 정치가 미쳤다며 그 나라의 대표를 마구 욕해댄다. 흠... 우리나라와 똑같군...
브라질에서 온 아저씨도 지금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이 아니다..
흠... 다들 정치문제가 있구나... 다들 리더가 못마땅하고 미쳤네마네 하고 있구나....
그러나 거기에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다. 그들의 조국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헬 조선같이 정말 그지 같은 상황이 많지만 우리가 지키고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잠시 나그네처럼 여행자처럼 머물러 그저 마냥 좋게 보여도, 나도 이 나라의 시민이 되면 정치나 사회가 또 하수상하고 답답해지겠지. 어딜 가나 국민이 되면 똑같은 것인지도....
지금 캐나다도 새 젊은 총리와 내각으로 핫이슈이긴 하지만, 경제 상황은 좋지가 않다. 특히나 밴쿠버는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 바네사의 친구 주디도 다시 토론토로 일자리를 구하러 갔고,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그냥 다들 좋아 보이는 거다.
샌프란시스코의 넘쳐나는 홈리스들은 또 어떤가. 

멀쩡하게 생겨 길거리에 누워자는 젊은이를 볼 때마다, 애기를 안고 구걸을 하고 앉은 애기엄마들을 볼 때마다 내가 다 마음이 안좋아서 어쩔 줄 몰랐던...
우리나라도 저런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은 그렇다, 난.
한국 돌아가서 영어 공부도  계속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테지만... 나라를 지키고 있는 평범한 시민으로 정말 열심히 살고 싶다.
떠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그들이 떠나고 한국이 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지는 것보단 좋아지고 있다더라... 하는 소식이 더 좋지 않을까?
실은, 우리나라가 제일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다. 눈물이 날 정도로.
한국에는 여전히 농사도 지으며 새벽같이 일어나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고, 세상이 조롱하듯 개인의 삶도 없이 사무실을 지키며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골목 골목 가게문을 열고 부대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아무리 엉망이 되어간다고 해도 교실에서 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있고... 그들을 포기할 순 없지 않나...

빨리 한국 가서 밀린 드라마도 보고, 책도 많이 읽고,  또다시 집 회사 집 회사 같은 생활로 돌아갈지언정...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어딜 가나 "I'm from Korea."가 부끄럽지 않도록...!!


나는 대한민국, 우리 나라가 좋다. 

(대통령이 바뀌면 더더 좋아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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