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산책하는 마음(16)
어떤 경험과 감정은 한 덩어리로, 한순간에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콜드플레이 공연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제 공연을 볼 때 잠깐 울컥한 감정이 스치긴 했지만, 실제로 눈물을 흘린 건 오늘 오전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제는 공연을 따라가기에 여념이 없어서,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콜드플레이의 다정하고 배려 깊은 공연 매너는 정말 좋았고 감동적이었지만, 그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멋지고 사랑스럽고 찬란했던 건 내 곁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손을 흔들고, 뛰고, 발을 구르던 관객들이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안의 희열과 행복의 빛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런 콘서트구나 싶었다. 내 보잘것없는 삶에도 이런 기쁨과 행복, 행운의 페이지가 있었다니—벅차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어제 공연 중, 관객 위를 떠다니던 카메라가 다양한 캐릭터의 관객들을 비췄고, 밴드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이 즉석에서 그들에게 노래를 지어 불러주었는데, 그중 한 젊은 남자 관객의 얼굴이 오늘 이 시간까지도 유난히 자꾸 떠올랐다.
그는 얼굴은 외계인 스타일, 옷은 공룡 차림을 한 유머러스한 관객이었다. 카메라가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크리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그는 자꾸만 터져 나오는 감격의 눈물을 어쩌지 못해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얼굴이 붉어지도록 울고 말았다. 세계적인 대스타든 누구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지—그 남자의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나는, 나는... 한 번도 사람을 그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 남자의 벅찬 울음과 환희의 웃음은 내게 다소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오늘도 자꾸만 그 얼굴이 떠오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마도 평소엔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캐릭터였겠지만, 어제 저녁에는 그 캐릭터조차 압도하는 행복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두 개의 강력한 번개가 충돌하는 듯 대혼란의 양상이었지만, 번개 치는 하늘이 오히려 더 찬란하고 아름답듯, 그의 얼굴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피날레 곡이 나올 때. 나는 소름이 돋을 만큼 놀랐고,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 일이 아닌, 처음 보는 낯선 이의 행복한 순간인데도 나는 너무 기쁘고 좋아서 미칠 듯이 들떴다.
크리스가 무대 뒤에서 누군가를 부르자, 그 외계인+공룡 복장의 청년이 무대로 뛰어나왔다. 그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무대를 쿵쿵 달리고, 크리스와 어깨동무를 하고, 포옹하며 노래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낯선 그 사람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기도 했다. 공연의 힘, 공연의 화학작용이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정말 하나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어떤 커다란 연대 혹은 연결감을 가슴 깊이 언뜻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