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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rcle Apr 06. 2022

밀레의 그림처럼, 메종 마르지엘라

2022 S/S 메종 마르지엘라의 리조트 컬렉션.

존 갈리아노가 디지털로 발표한 61개의 컬렉션 이미지들은 수채화로 그려낸 듯, 물감이 물과 어우러진 탓에 색이 바랜듯한 컬러웨이의 비주얼이다. 배경은 마치 물을 가득 머금은 종이 같다. 튤이나 레이스 같은 천으로 이루어진 시스루의 페티코트와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은 수채화로 표현한 작품과 같이 여리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가 표현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이덴티티는 유화처럼 강렬하다. 이번 리조트 컬렉션은 지난해 공개된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2 S/S ‘아티사날’ 컬렉션에서 시작된다. 지친 ‘포스트 팬데믹 유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아 제작된 바 있는 컬렉션. 존 갈리아노는 그 컬렉션의 미학을 리조트 컬렉션에 다시 한번 가져와 조금은 여리게 표현한다.

갈리아노는 이 컬렉션에서 ‘계승의’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카디건, 롤업 한 '교복' 반바지, 뒤집힌 리버서블 재킷, 그리고 오래된 파티나 트렌치코트로. 갈리아노는 항상 우리의 클래식한 감성을 낭만적으로 흐트러뜨린다.

이삭 줍는 여인들 - 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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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로 짜여진 버킷 햇으로 가린 얼굴은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고 우리이다. 밀레가 보고 느낀 대로 그린 ‘이삭 줍는 여인’의 사람들에게는 표정이 없다. 


밀레는 말했다. 농부들이 기쁘게 일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누구도 그리지 않았고 그리려고 하지 않았던, 그저 묵묵히 낟알을 줍는 데 몰두하고 있는 표정 없는 여인네들과 우리들. 밀레와 갈리아노는 인간을 결코 미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땅의 노동에 바쳐지고 시대를 버티고 있는 인간을 그린 이 모습들은 마치 영웅을 보듯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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