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쫀득 쿠키 이젠 안녕..

알고리즘.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by Who am I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제가 하는 SNS에 두바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알고리즘으로 뜨기 시작한 것은. 나도 처음에는 약간 관심을 가졌지만 막상 이름만큼 구해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행하는 디저트를 구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서울과 가까운 곳에 살지도 않고 또 인터넷으로 시키자니 너무 비싸고. 그래서 두바이 초콜릿이 한창 유행할 때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겨우 몇 개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감동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후 한동안 동네마트 모든 과자에 피스타치오가 들어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건 또 안 사 먹었고.. 흔해지니 흥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사라진 두바이라는 단어가 얼마 전 다시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했다.


아.. 참 그런데.. 이게 안 보려고 해도

인터넷만 켜면 자꾸 보이고 저 자신도 모르게 자꾸 먹고 싶어지고..

그래서 무슨 맛인가 찾아봤는데, 댓글에 참 아리송하게도 쓰여있었다.

‘아.. 달콤하면서도 계속 먹고 싶어지고 고소하면서 달콤하고..’

저는 결국 이 말에 유혹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 두바이 쫀득 쿠키 들어봤어?”

“아니”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랑 카다이프로 속을 만들고 겉은 마시멜로를 녹여서 감싸는 거야~

맛있겠지?”

“듣기만 해도 혈당이 오르고 혈관이 막힌다고”


근데 왜일까. 하지 말라면 자꾸 더 하고 싶어지고 먹어보고 싶고, 다른 초코를 먹어도

성이 안 차고. 그래도 한 개에 7천 원이나 하는 걸 근처에서 구할 수는 없으니까..

만들어보고 싶은 악마의 속삭임.. 아.. 마시멜로랑 몇 가지 재료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할 것 같은 그런 마음...

SNS를 보면 참 쉽게도 만들던데.. 왠지 될 것만 같고.

꿈에도 나오고..

그렇게 꾹꾹 누르다가. 남편과 마트에 들렀을 때 저도 모르게 과자 코너에 가서

마시멜로 봉지에 손을 대고 있었다. 무슨 마법이라도 씐 것처럼,,

평소라면 먹지도 않을 건데. 그다음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찾았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어서 결국 땅콩버터를 샀다. 정말

피스타치오의 피도 보이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온통 초록색 천지 더니 정말 한 제품도 없었다.

더욱이 주재료라는 카다이프라는 건 마트를 아무리 뒤져도 찾을 리가..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 분들이 천지라는 마트까지도.. 그렇게 약간의 실망을 안고

천 원 가게에서 화이트 초콜릿도 사고

그렇게 재료를 구해 돌고 돌아 집에 돌아와 대망의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마침 큰 딸이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카다이프를 대신해

베트남 쌀국수 건 면을 부숴달라고 부탁했다. 딸이 국수를

가루로 내는 동안 저는 버터를 녹이고 건면을 볶음 팬에 볶기 시작했다. 거기에

땅콩버터를 넣으니 고소한 냄새가 퍼져왔다. 그런데 영상에서 보았던 뭔가

비주얼이 아니라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느낌이 좀 싸한..

옆 냄비에는 이미 마시멜로가 불에 올라가

부글거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괜찮을 거야라고

하면서 녹지도 않고 뭉글거리고 있는 걸 못 참고

우유를 살짝 넣고 끓이는 실수를 했다. 거기서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


볶은 건면 맛을 보니 뭔가 딱딱하고 달지도 않고..

마침 이게 다 그 피스타치오가 아니어서 그런 거야

하고 재료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왠지 집 앞의 아이스크림 가면

그 흔한 초록색 아이스크림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 넣으면 맛이 해결될 거 같은 그 기분..

마시멜로 질척거리는 건? 틀에 부어 냉동실에 얼려버리지 뭐..

얼토당토 한 생각,,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제가 없는 동안에도 한쪽 냄비에서는 거대한 죽이 된

마시멜로는 부글부글 하고 있었다

결국 작업하던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집 앞 가게에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찾는 동안

..

집에돌아오니

맙소사 마시멜로!

초코가루와 끈적한 한 덩어리가 되어 냄비 바닥에 붙어버려 있었다.

이 요리의 핵심은 쫀득이라는 거. 그런데 너무 쫀~~~ 득 해서 더 이상

냄비와 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때 알았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제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오는 동안

마시멜로와 냄비가 하나로 아주 끈끈하게 합체되어 있었다

그때 느꼈다. 망했구나

전분을 좀 넣고 냄비 바닥을 다시 녹이면서 젓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냄비에서 덜어내 깔아놓은

종이포일 위로 부어 밀가루처럼 반죽해 보려는 게 제 의도였다. 그러나 그건

니만의 착각. 한번 꼬인 작업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여기서 멈춰? 말아?” 저는 고민에 빠졌다

초콜릿 마시멜로 덩어리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슬라임

딱 그 상태. 그것도 아주 질척거리는 반죽.. 어디에나 달라붙는.. 끈끈이

반죽을 덜어내던 실리콘 주걱마저 마시멜로와 달라붙어버리고. 비닐

장갑을 끼고 하려던 손도 자꾸만 마시멜로 덩어리에 쭉쭉 빨려 들어가는..

집에서 요리 경력이 그래도 10년 차인데. 마시멜로 덩어리에

사로잡히다니.. 근데 마치 발이 푹푹 빠져서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오는 늪처럼..

어느새 발 밑에도 끈적한 조각이 하나 떨어져서

양말까지 끈적거리자.. 진짜 망했구나 망했어.. 생각이 지배하고 말았다 .

그런데 더 여기서 포기를 해야 하는데 왠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오기가 올라왔다


그동안 나를 그렇게 먹고 싶게 해서 힘들게 한

두바이를 오늘 끝장내자.. 이런 마음으로


의지의 한국인처럼

냄비에서 겨우 겨우 떼어낸 마시멜로 일부를 접시에 올려놓고

마치 찹쌀떡 같은 반죽에 아까 만들어둔 건면 속을 넣어

만두처럼 빗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실패.

겉면이 너무 질어서 감쌌다고 하기도 어려운..

결국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속과 겉이 하나 된..

그렇게 모든 걸 하나로 만들어 둔 검은 초콜릿 반죽..


이걸 본 9살 둘째 딸이 젓가락을 들고 와

치즈처럼 쭉쭉 늘려 먹으면서

물어보았다

“엄마, 이게 뭐야?”

“두바이 초콜릿 쿠키 반죽이 죽었어..”

“아니야.. 엄마 살릴 수 있어..”

그때 문득 든 생각.. 치대서 얇게 펴보자...

딸과 나는 죽은 반죽을 종이포일에 깔아놓고 그 위를 종이 포일을 한 장 더 덮었다.

마치 죽은 사람

심폐소생술 하듯 하나 둘하나둘 치대기 시작했다.

“박간호사.. 조금만 힘을 더 내요..

우리는 살릴 수 있다고..”

하나 둘.

그렇게 심장마사지를 여러 번 하고..

반죽은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껌 같기도 한 그런..

그리고 그 위를 밀대로 밀자

신기하게도 얇게 반죽이 펼쳐지면서 영상에서

본 것처럼 달라붙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얇게 핀 반죽을 잘라서

그렇게 속을 집어넣고 굴림만두처럼 만들어

코코아 가루를 뿌리니 제법 그럴듯한

결국 영상에서 본모습

.. 결국 4개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딸과 나는 둘이 앉아 시식을 했다.


딸은 먹기 전에 귀여우라고 눈코입도

그리는데.. 왜 자꾸 저만 똥처럼 보이는 걸까?

색이 그래서 그런가,,

딸이 이쑤시개로 눈코입을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그게 자꾸 똥처럼 보여서.. 그만하라고 했다


먹어본 후기는.... 솔직하게 감상을 남긴다

진짜의 맛은 어떤지 모른다..

SNS가 저에게 너무 좋은 소리만 했나 보다..

음.. 마시멜로에 초콜릿. 버터

땅콩잼이.. 달고 다디단디단..

게다가 와그작와그작 면은

입안을 돌아다니고.,, 그냥 웃음 밖에 안 나왔다.

내가 혈관건강을 희생하면서.. 내가

오늘 이것을 왜 했나 싶은.. 헛웃음만 나오면서..

영혼이 없어질 것 같은 그런 극강의 단 맛에

손 발이 오그라 들 것 같고.


마지막으로 딸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어때?”

“여기 들어있는 면이 꼭 빗자루에 달려 있는

솔 같은 맛이야.. 너무 딱딱해..”

그 말이 너무 솔직해서

제 마음을 푹푹 찌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요리를 마치고 난장판이 된 부엌과 냄비를 닦으면서

다시는 두바이에 유혹당하지 않을 거 같다고,,

어디 다시 한번 당하나 봐라.. 이런 생각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거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 광고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


마지막으로 앞글자를 따서 시를 써보고 갑니다.

두: 두 번 다시 안 할래요. 이 요리

바: 바스락 거리는 식감이 아직도 생각나요, 빗자루 같데요.. 제 딸이

이: 이쯤 하면 된 거 같아요.. 제 부엌 좀 살려주세요

쫀: 존재 자체가 너무 비싸잖아요..

득: 득템 했다고 다들 너무 자랑하지 말아 주세요..

쿠: 쿠만 하고 싶어요.. 뱃살

키: 키우는 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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