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그렇게

by Davca


이십 대 후반부터 삼십 대 중반까지 진로에 있어서 나의 관점은 거대조직에 기대 수동성으로 연명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웠다. 2007년~2008년 사이 이슈가 되었던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출렁일 때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 당시 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길 바라셨다. 몇 차례 고배가 있었으나 스물일곱 은행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8년의 시간 뒤, 나는 첫 딸아이가 돌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을 퇴사했다. 아마 내 인생에서 나의 선택에 대한 만류와 비난을 이때만큼 많이 받았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유일한 한 사람, 나의 아내만이 나를 지지했고 난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그리고 장인 장모님께는 말할 수 없이 죄송했다. 어떻게든 먹고는 살겠다만, 그 안정적인 직장을 아무 준비 없이 나와 당분간 미래를 설계하고 정비하는 데에 시간을 쓰겠다고 하니 세상 이런 미친놈이 어딨겠나 싶었을 것이다. 나름 모아둔 돈과 몇 푼 안 되는 퇴직금으로 우리 세 식구는 처음으로 일주일간 온전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누렸다.


이후 은행원의 경력을 발판 삼아 전문적인 세일즈를 해보겠다며 생명보험 업계에 뛰어들었고 이후 이커머스 조직의 광고세일즈 조직의 초기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여 다양한 경험을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졌다. 이 시간 동안 세 식구는 넷이 되었고 둘째 아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며 곧 초등학생이 된다.


온실에서 벗어나 8년째 나는 스스로의 역량에 꾸준히 따뜻한 햇빛과 물을 주며 관심 있게 돌보고 있다. 이쯤 되니 새삼 과정의 중요함을 느낀다. 지금 나는 몇몇 조직을 거치며 나만의 다양한 서사를 쌓아가고 있고 충분히 무르익은 시기에 내 이름 석자는 브랜드로서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순간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단단해져 있는 나의 내면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길로 변함없이 걸어가는 것, 거창한 목표 대신 꾸준한 나의 하루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사회와 이 세상에 많은 이들에게 선한 일이 되길 소망한다. 한 살을 더 먹게 된 오늘이지만, 작년보다 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가벼운 하루의 삶이길 바란다. 무한하게 채우려고 노력했던 지금까지의 시간 대신 비워내는 시간들을 통해 핵심적인 것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는 행위에만 집중하여 내 시간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2024년 새해 소망에 갈음해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