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균형

by Davca

어디까지 나의 진심을 보여줘야 하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나의 진심이었던 것일까

내가 선의라고 표현하는 그것이,

그때의 너희들에게도 선의였을까

혹은 작은 상처라도 남은 것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되돌아온 것일까




하루 종일 생각하고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책과 후회였다. 예고 없이 찾아들었던 이런 시간은,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따듯함을 늘 기다리고 고대하던 나에겐 말할 수 없이 어둡고 칙칙했다. 내가 고수했던 가치관들을 내려놓고, 대다수의 관계를 지지하고 있는 형식적인 것들을 지켜가는 것이 어쩌면 맞겠다 싶었다. 그리고 마흔 줄이 넘어간 나는, 서서히 그렇게 메마른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느새 내 삶에 들어왔던 소중했던 인연들을 하나둘 콩밥에서 콩을 빼내는 것처럼 아주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걷어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이야기한다. 사람들 챙기지 말고, 그 시간에 정말 나의 사람들을 챙기라고. 잊고 있었다.

나의 비루하고 추한 모습도 조건 없이 사랑해주고 기다려줬던 이들은,나의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하루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내 삶에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그 인연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지나고 보면, 정말 그랬다. 직장생활 14년 동안,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은 사실 손에 꼽는다(내가 잘 못 살아온 연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가끔은 서운하다. 사람은 받은 것보다, 내가 준 것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하기 때문일까.)



그 시간 동안 변함없었던 것은, 차라리 우리 집 마당에서 기거하고 있는 영심이(14년 동안 암컷으로 생각하던 이 친구가, 수놈임을 안 것도 결국 그렇게 아파할 때 동물병원을 데려갔기 때문이 아니었나? 사무실에서 그렇게 아팠을 때, 하루 휴가도 여러 사람의 눈치 보다 쓰지 못했던 그 시간을 생각하면 난 영심이 보다도 못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6개월이 지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 있었다. 그 씁쓸함이 오늘은 콜롬비아 에스프레소보다 더하다. 유사시에 대비한 나의 마지막 보루를 위해 내가 내던졌던 모든 것들도 그때의 커피만큼은 향기로웠을까. 어긋난 균형은 조화롭지 못한 한 때를 만들어냈고, 그에 대한 결과는 연말정산처럼 뒤늦게 잊고 있던 지난 시간들을 곱씹게 해 준다. 그래도 그때는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해서라도 나을 거라 여겨지지만 막상 그리하기는 어렵다. 관계의 균형에서 내가 제1의 원칙이라 생각했던 것은 신뢰였고,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는 나의 쪽으로 기울었던 신뢰의 크기에 곱절만큼은 아프다. 그러면서도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심성과 상대에 대한 심상은 온기가 남아있길 바라는 나의 이질적인 시간들은 오늘도 여전히 많은 생각들을 남긴다.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시간들은 그렇게 침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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