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주말은 가고

210628 월요일

by Davca

주말 동안에 개인적인 일들로 참 분주하게 보냈어. 양재천을 걷다가, 아빠가 좋아하는 '성장'이라는 단어로 현재의 나를 규정짓는 두 가지로 나눠서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엄마와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해주자는 결정을 했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희들은 좀 더 깊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나 봐. 아니면 내가 너희들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라도 속죄하고 싶었던 걸까?





가끔 너희들이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에 간다고 하면, 나는 보통 며칠 전부터 나 혼자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참 많이 한다. 대게 주말이 끼어있기에, 금요일 저녁 일정부터 일요일까지 꽤나 빡빡하게 짤 때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빈둥대며 쉬는 시간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경우는 '날씨'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나뉘는 것 같아. 흐리거나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땐 집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너무 좋더라고. 사실 빈둥대면서 쉬는 날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그러고 보면 아빠는 천성적으로 정적인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희들하고 지금까지 여기저기 많이 다니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었어. 그래서 더더욱 너희들은 외갓집에 가서 마음껏 뛰어노는 걸 그렇게 좋아했나 봐.





그래도 이번 주엔 외할아버지 생신이 있어서, 아빠도 토요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어. 하루 더 있다 오는 너희들을 두고 혼자 택시를 타고 오면서, 왠지 모를 쓸쓸함도 있었는데 너희들이 좋다면 뭐 그런 게 대수일까 싶었어. 아,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다만 오늘부터 아빠는 술을 멀리해보려 한다. 7살이 된 누나의 입에서 '아빠 술 마시지 마세요'라는 얘기를 하게 했다는 죄책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희들하고 같이 오래오래 살려면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겠더라고. 비록 이틀째긴 하지만 채식 위주의 식사도 시작했어. (사실 2주 뒤에 엄마랑 같이 가는 '건강검진'을 대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식습관은 좀 바꿔보고 싶었던 것 같아.)






벌써 한 시간 뒤면 아빠는 일을 시작해야 되는 시간이야. 그래도 아빠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너희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게 된 건 정말 감사할 일이야. 매일 아침에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 기도를 하고 있기도 하고. 사무실을 나가게 되면 너희들이 좋아하는 아빠의 '부하'들인 이모, 삼촌들을 만나서 좋기도 한데 대게 그런 날은 너희와의 시간은 줄어드는 셈이니... 가끔 역할갈등을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거다 싶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아, 그건 명확하지. 난 재택근무를 선택할 거야. 아마 너희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쯤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업무를 하게 되겠지만, 지금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이런 호사스러움은 사실 아빠가 은행원이었던 시절부터 너무나도 꿈꾸던 라이프스타일이었어. 하나 둘 바라고 생각하고 기도했던 것들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싶었을 때 그 행복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어.





그런 면에서 돌아보면, 이제 아빠가 바랬던 것 중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한 가지는 '조직에 기대지 않고, 혼자의 능력으로 바로 서기'가 되겠구나. 생각한 것보다 그게 좀 빨리 이뤄질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어 요새.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빠는 살면서 늘 '운이 좋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어. 모든 면에서 그랬던 것 같아. 나중에도 너희들에게 얘기해 주겠지만, 철없던 시절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주어진 이런 감사함을 함부로 대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책을 읽고 사색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변했던 것 같구나. 아, 슬슬 아빠는 업무 준비를 해야겠다. 아빠가 남기는 이 이야기들도 어떻게 너희들에게 전달이 될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정해두고 너희들에게는 아직 얘기 못한(이해할 나이가 안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우리 집 가훈은-





"읽고 쓰고 생각하고 질문하라"





아빠가 남겨주고 싶은 단 하나의 유산이 있다면 이 가훈을 항상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너희들을 안내해 주는 게 아닐까 싶어. 언젠가 이해하겠지? 그날까지도 아빠는 이런 건강한 일기 쓰기를 멈추면 안 되겠다. 이따 보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