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때가 있다

by Davca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 이끌려 구입했던 자기 계발서에 나온 성공한 사람들의 성향과 성장의 패턴이 나와 똑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착각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의 설렘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느낌이 '오직 나만의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마저 갖게 된다.



중요한 한 가지 깨달음은, 그들의 모습과 내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지속하는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특별하다. 그렇기에 시작을 위한 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가장 화려한 데뷔를 하고, 이내 질려버린다. 이러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다 해답을 찾기 직전에 대게 놓아버린다. 그리고 다른 것들을 찾기 시작한다. 새로운 '데뷔'를 만들어 줄 또 다른 에너지를 비축해두기 위함이다.



7월 중순 이후, 나의 우선순위와 삶을 주도하는 '사색과 글쓰기'의 루틴이 무너졌다. 사실 무너진 것인지 방치한 것인지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다. 회의감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설레며 간직하던 사명을 잊은 것일까. 그것마저 아니라면 나 역시도 '다른 무엇'인가를 찾고자 했던 것일까. 잘 준비하고 가장 좋은 기록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질수록 쓰는 것이 어려워졌고, 복잡한 나의 현실과 경험을, 그것도 글로 정리하는 것은 더더욱 내겐 힘에 부치는 일이 되었다.



나만이 생각할 수 있고, 내가 경험했던 '나만의 이야기'가 가치가 있고 차별성이 있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서술이 가장 진실된 이야기이며, 어떠한 첨가물이 가미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로써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드러나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의 진화에 따라 사족이 늘었다. 그리곤 이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글쓰기는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앞에 놓인 두려움들은, 인정을 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포기한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기회비용. 이 두 가지였다. 삶은 계속되고, 실패의 경험은 밑거름이 된다.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도 실행에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나로 살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내가 아닌 모습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멈춘 것이었다. 두 달간의 '규칙 없음'의 생활이 나에게 준 깨달음이다.



내가 겪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안에 담긴 종교적 의미에 대한 고찰은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게 나의 건강한 사고를 유지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머지않아 내가 이렇게 적어 둔 별것 아닌 글들이 누군가의 삶에는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고, 그것도 아니라면 고통의 순간을 함께하는 희미한 등불이라도 될 수 있다면, 오늘의 고민은 반드시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기억되겠지.



그럴 때가 있는 건, 고속도로 위 휴게소가 존재하는 이유와도 같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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