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푸르렀을 너의 바다는
나에게 넓고 깊은 평온함이었다
본 적 없는 비구름이 몰려올 때
소용돌이치던 너의 모습에
때때로 나는 불안했고
상실의 두려움을 경험했다
그렇게 너의 바다는
부서졌지만 푸르렀다
너의 바다는
그렇게 불안이었다
잠재워지지 않는 오르간 소리가
너를 뒤흔들었고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너를 바라보는 것이었으며
수줍던 감정선이 전해지지 않을
최소한의 거리만 유지하고
비겁하게 그렇게 난,
너의 뒤에 숨어 있었다
이따금씩 너의 바다는
이유 없이 고요했고
그 잔잔함마저 내게는 근심이었다
심연에서 요동치고 있을
너의 바다를 알고 있었기에
나는 너의 그런 고요함이
기쁘지만은 않았다
불안이었다 그것은
서글픔이 밀려오던 어느 가을날,
다시 찾은 너의 바다에 발을 담가본다
찬 공기에 실려오는 수면의 냉랭함은
폭풍 같던 지난 시간에게 전하는
너의 결연함이라 생각했다
이미 변해버린 너의 바다가
내게 전해온 마지막 편지 같았다
뒤늦게 아픔이었고
나의 비겁함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너의 불안과
너의 파도와
너의 고요함과
너의 차가움을
이렇게 지켜보는 일이다
너의 바다를 허락 없이 마음에 품은
떨쳐낼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
나의 선택에 대한
아픔과 슬픔, 그리고 체념의 깊은 상처로 남는다
너의 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