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처음으로
가녀린 등을 보이며 돌아서던
그때 울었다
그대의 뜻이 아니었음을 알면서도
그런 너의 하얗던 손을
단 한번 만이라도 붙잡을 수 없었기에 나는,
그때 울었다
나의 치졸하고 어리석은 모습이라도
그렇게 차가운 너의 시선이라도
마지막으로 내 눈에 담아볼 수 있다면
난 그렇게라도 너를 붙잡고 싶었다
커져가는 초침 소리에
나의 불안도 커져갔고
익숙했던 너의 발소리는 하염없이 멀어졌다
그렇게 이별이었다
채워져 가는 술잔에
비워져 가는 술잔에
게워내고 있는 나의 속에
너는 변함없이 떠올랐고 나는,
그때 울었다
후회와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나의 어제는
오늘도 여전히 유치한 반복이다
이미 나의 의지를 정복한 너이기에,
너무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한 나였기에
그때 울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퍼져 나오는 커피 향기에
여전히 나는 너를 새긴다
이제는 연기처럼 사라질 모습 일건대
나에게 너는 양각이자 음각이다
유난히 맑은 가을 하늘에
너의 평온과 행복을 기도하다 이내 버리고,
그렇게 난 또 울었다
묻어둔 시간과 기억들을 꺼내
우리라는 이름으로 누빈 흔적들을 펼쳐내고
이내 나는, 첫새벽 꺼지는 가로등 밑에 섰다
나의 사랑과
너의 사랑은
결코 공평하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그럴 수 없었다
나의 마음은 편향되어 그대만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그 순간 온 마음을 다해 너만을 지켜내고 싶었기에
그랬던 지난날들이 한순간도 다르지 않았기에
그때 나는 심히 안도하였고 평온하였다
이제는 너를 지우겠다고
이룰 수 없는 바람을 갖지 않는다
이 빌어먹을 단순함을 힘겹게 받아들인 오늘,
나는 목놓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