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딸은 황소에 다닌다고 했다

by Davca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첫째 딸아이는 수학 학원과 영어 과외를 하며 6년 넘게 학습지를 하는 중이다.


학원과 과외의 과제들을 마치면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서 EBS 방송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고 복습을 하고 내가 내주는 단어시험을 본다. 그리고 원하는 책을 읽고 남동생과 자유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이런 일정 또한 현재 딸아이의 나이에 비해 좀 버겁다는 생각을 한다. 학원과 과외도 방송 강의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이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로 고민하던 우리 부부에게 주위 아이들의 소식은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정답이 없는 일이지만 기회의 차이가 훗날 아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럼에도 아내와 난 우리가 내린 결정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되려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이라면 학원과 과외로 이어지는 학업 루프는 줄이거나 끊어내 보자 했다. 물론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그 집 딸은 황소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엄마들에 비해 나는 교육에 대한 정보에 그리 밝지 못하다. 아이들의 학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나부터도 학원 의존적 성향은 아니었고 어디서 공부를 하든 결국 스스로 시간을 들여 여러 번 반복하는 것 말고 달리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원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혼자서 터득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근육을 길러주는 부수적 기관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현재의 우세한 사교육 환경에 무지하고 동떨어진 시각으로 생각할 이도 있겠다. 내가 수능을 보던 1998년 이전에도 그런 생각들이 없지 않았으니 말이다. 한때 나 역시도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손 선생사탐'(현재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의 직강)을 듣기 위해 교대역에서 새벽까지 강의를 들었다. 분명 학원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을 것인데, 이 분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하다. 새벽 두세 시까지 학원 앞 교대역 부근에는 수험생을 픽업하러 온 부모님들의 차가 즐비했다. 나의 부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사회탐구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인지, 아니면 나의 노력 덕분이었는지 기여도를 냉정하게 구분해서 계산하지는 못하겠다. 과연 이런 결정은 당시 어떻게 이루어진 것이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무렵 학급 몇몇 아이들과 스터디를 결성했다. 사실 우리의 뜻이라기보다, 가까운 아이들의 부모가 만들어준 인위적 모임이었다. 그 아이들과 논술과외도 하고 학원도 다녔다. 결과적으로 이 모임이 오래가진 못했다. 각자 성향이 뚜렷했고 모두 상위권에 있던 친구들이었기에 일괄적으로 한 틀에 넣고 잘해봐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나 역시도 그 들어가기도 어렵다는 사탐학원을 두어 달 만에 그만두었다. 나는 혼자 하는 공부하는 것이 내게 더 적합하다는 것을 꺠달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교육방송을 통한 학습에 매달렸다. 내게 필요한 모든 과목의 교재를 구입하고 본방과 재방을 활용해 공부했다. 교육방송의 특성상 예습은 필수였고, 복습 또한 중요하여 별도의 노트를 마련하여 공부했다. 최근 딸아이에게 적합한 강의를 찾기 위해 EBS 홈페이지를 통해 초등교육 과목들을 살펴보았다. 종류도 다양하고 과정도 꽤 세분화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공부하던 때에 비해 온라인 강의를 무한 반복하여 수강할 수 있음이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정도라면 혼자서 공부하기에 부족함 없는 것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어떻게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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