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사람들 눈을 속이는 민첩한 기술은 물론이고 속이기 위한 연출과 소품도 정교하다. 속임수라고는 하지만 영락없이 초능력과 다를 바 없는 마술에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이런 마술을 진짜 초능력인 것처럼 속이는 떠돌이 사기꾼들이 유행했다고 한다. 사기꾼은 마을에 들를 때마다 한바탕 밑천을 챙긴 다음 유령처럼 사라졌다. 즉 자신의 초능력을 믿도록 한 뒤에 “병을 고쳐주겠다, 행운을 가져다주겠다, 저주를 내리겠다” 하면서 돈을 강탈하는 식이다.
서부시대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이런 사기꾼들은 넘치고 넘쳐난다.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1972년 미국 TV쇼에 등장한 유리겔라였다. 숟가락을 염력으로 구부리는 그의 초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방한해 TV에 방송되기도 했다.
물론 그의 초능력은 속임수였다. 형상기억합금이라는 특수한 소재로 포크나 수저를 만든 다음 그럴듯하게 연출했다. 그것을 밝혀낸 사람은 “초능력 사냥꾼” 별명이 붙은 제임스 랜디였다.
그는 염력, 예지, 텔레파시, 투시, 심령술 등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사기꾼들을 잡기 위해 상금 100만 달러를 걸기도 했다. 초능력을 자기 앞에서 증명할 수만 있다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초능력자라고 알려진 많은 사람이 상금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제임스 랜디도 초능력자라는 자들이 어떤 수법을 쓰는지 오랜 시간 연구했기 때문에 사기꾼들은 그를 쉽사리 속일 수 없었다. 아직까지 상금 100만 달러 가져갔다는 초능력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창조과학”이라는 것을알게되었다. 나 자신이 공학도 출신이고,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은 터라 자연히 눈길이 갔다.
창조과학 동영상은 김XX 교수라는 사람이 강의한 것이 많이 돌아다닌다. JMS처럼 사이비 종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과학에도 사이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 마디로 잘라 말하면 엉터리 약장수도 그런 약장수가 없다.
그렇게 자신의 주장에 과학적으로 자신이 있으면 순진한 교회 신도를 대상으로 강의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과학저널 “Nature”나 “Science”에 논문으로 발표하면 끝나는 일이다.기존의 과학적인 지식을 뒤엎는 획기적인 주장이니 말이다.
“열역학과 창조”라는 주제로 강의하면서 김XX 교수라는 사람은 “엔트로피와 진화론은 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화론은 틀릴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낸다. 전공자가 보면 웃기는 말장난이다. 가짜 정보, 사이비가 판치는 곳이 유튜브다 보니 그런 동영상도 돌아다닌다. 만일 그가 EBS 같은 공중파에서 그런 강의를 한다면, 그 방송사는 개망신을 당하고 당장 문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학이든 물리학이든 정의구역(적용할 수 있는 범위)이라는 것이 있다. 가령 뉴턴역학 정의구역은 거시세계다.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에서 뉴턴역학은 맞지 않는다. 반대로 양자역학 정의구역은 미시세계다. 원자 수준에서만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런데 김XX 교수라는 사람은 정의구역을 무시하고 엔트로피를 설명한다. 내 생각에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식으로 강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구역을 얘기해 버리면 자기가 주장하려고 하는 결론을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지식을 편집하지 않으면 남을 속이기가 어렵다.
엔트로피는 닫힌계(고립계)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이다. 그러나 지구는 고립계가 아니다.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고, 태양 또한 수많은 은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김XX 교수라는 사람은 엔트로피 정의구역을 이야기하지 않고, 엔트로피법칙에 근거하여 진화론을 반박한다.
그가 진화론이 틀렸다고 말하는 근거는 지구를 고립계로 놓고 봤을 때 얘기다. 지구가 고립계라면 진화론이고 뭐고 간에 생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엉터리 논리를 내놓고 진화론은 틀렸다고 말한다. 교수라는 사람이 이런 손오공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장XX 목사라는 사람이 진화론을 언급하는 내용도 봤다. 성직자 지식수준이 그 정도면 “기독교”라는 종교는 참으로 무식이 풍년이다. 그는 잔머리 굴리는 수준으로 진화론을 설명한다. 개그 콘서트가 따로 없다. 웃고 싶을 때 장XX 목사 동영상을 추천한다. 다만 가끔 역겨운 수준의 상식이 튀어나오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신이다” 사이비 종교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성경은 과학적인 사실이다”라는 날조된 지식을 지식인이 퍼트린다면 그 부작용은 얼마나 클 것인가? 보이스피싱은 얼마간의 금전적인 손해만 끼칠 뿐이지만, 잘못된 지식은 한 사람 인생 전부를 망치는 일이다.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서부 개척시대에 유행했던 사기꾼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돌아다닌다. 초능력을 가장한 마술을 넘어 과학적인 지식까지 편집해서 진짜인 양 팔아먹는다. 사이비 세계에는 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JMS처럼 자신의 욕망을 위해 희생물이 필요할 뿐이다. “인지부조화의 덫”에 걸려드는 사람이 바로 그들의 제물이다.
오늘날의 종교는 염력, 예지, 텔레파시, 투시, 심령술 등으로 무장하고 제물이 될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아가동산 사이비 단체가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에 방영되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미 과거에 방영되었던 “아가동산” 영상을 보면, 그 미친 짓은 넷플릭스 안 봐도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나는 무신론, 무종교이기에 주로 유튜브로 정보를 얻는다. 몇 년 전 코로라 초기 단계 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신천지”라는 집단, 이 다단계 사이비도 뉴스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이때 깊은 감명을 받아 "기독교 감정"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어떻게 세뇌시키기에 사람이 좀비처럼 변해 버리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있는 사실을 조금씩 왜곡시킨다. “창조과학”을 주입하는 것도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성경은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신념을 주입시키기 위해 과학계서 퇴출된 엉터리 논문을 찾아서 인용하고, 지식을 그들의 신념에 맞게 편집한다.
그다음은 성경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어차피 성경은 비유적이고 추상적이라 해석은 주석 달기 나름이다. 말하자면 호떡 반죽하는 식이다. 기독교가 수많은 종파로 난립되어 있는 이유도 각자 반죽한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특이하게 호떡을 빚는 종파도 있다. JMS나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신천지, 여호와증인 등이 대표적이지만, 반죽 모양이 어떻게 되든 호떡은 호떡이다. 기독교 자체가 호떡이기 때문에 반죽 모양은 큰 의미가 없다.
혼수나 외모, 재산을 보고 결혼하는 것이 사랑인가? 이것은 그냥 거래일뿐이다. 사랑과는 아무 상관없다. 결혼 상대자가 신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런 방식의 사랑이 신앙이라고 믿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신과 거래하려는 심리 자체가 신을 모욕하는 신성모독이다. 무엇을 바라고 믿는 것은 혼수나 외모, 재산을 보고 결혼하려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의 것이 탐이 나서다. 만일 천국이 없다고 해도 사람들이 신을 믿을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오해를 만들어 낸다.
마치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듯이 “내가 믿었으니 너는 천국을 달라” 이런 식의 거래심리로 신을 믿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지전능하다는 존재를 구멍가게 장사치 정도로 취급한다. 이런 믿음이 신에게 통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분자 생물학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근본이 다르지 않다.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념이나 사상이 있다면 서부 개척시대에 유행했던 사기꾼이 다시 나타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덫을 놓고 먹이가 빠져들기를 기다린다.
나는 자연의 양심을 믿는다. 생명체로 태어나 자연의 양심에 맞게 사는 것이 곧 천국인 것이다. 거기에 더 큰 욕망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생물의 세계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있을지도 모른다. 니체의 말을 인용할 생각은 없지만,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허무하게 소비한 사람은 죽어서도 허무한 영원을 보내게 될 것이다. 살아서 속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속지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제임스 랜디가 “초능력 사냥꾼”이 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