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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잡담 Apr 02. 2023

소통에 대하여

소통에 대하여


의사소통의 역사는 생명의 기원과 같이 한다.

박테리아도 화학성분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의사소통으로 세포분열을 한다. 만일 물질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이상한 변종이 생기거나 세포분열에 실패하고 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생명이 인류에 이르기까지 순조롭게 진화가 진행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바로 의사소통인 셈이다. 이렇듯 소통은 생물 개체의 생명과 집단의 질서 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수단이다.

언어는 정보판단의 수단이기도 하다. 씨앗도 언제 싹을 틔워야 할 것인지 정보를 수집한다. 외부 환경이 자신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싹을 틔우는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씨앗도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셈이다.


생물의 소통 수단을 보면 화학물질-청각-시각-언어로 체계가 발전한다. 인간의 경우, 수정란에서 태아 6개월 전까지는 화학물질, 그로부터 출산 전까지는 청각, 출산 후 옹알이 전까지는 시각, 그 이후에야 인간적인 언어가 소통의 수단이 된다.

그러고 보면 언어가 고급화될수록 고등생물로 진화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기물과 무기물 차이는 분자간의 의사소통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기물이 의사소통 방법을 알 때 유기물로 발전하고 소통체계가 고도화되면 생명으로 도약하는, 물질적인 알고리듬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언어가 존재하는 곳에 문명이 있다. 인류 문명만 유일하다는 판단은 오만한 생각이다. 박테리아나 미생물도 소통 수단이 있기에 세포분열하고 자손을 남긴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문명이 존재한다. 그들의 역사는 오히려 인류보다 오래되었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도덕과 원칙이 있을 것이며, 어쩌면 인간보다 자연법칙에 가장 근접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보다 나은 행복 감각을 가지고 있는 종도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 그러하듯 어느 유기체건 행복 도파민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 살아갈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박테리아는 세포 분열할 때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들의 최고 목적이기 때문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희열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데 있어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앞서 자신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도 자신과의 소통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자신과도 소통이 안 되는 마당에 타인과 소통이 잘 될 리가 없다.

소통 부재는 범죄와도 연결될 수 있다. “묻지마 범죄” 단어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물을 수 있을 정도의 생각이 있다면 애당초 그런 범죄는 있지도 않았다.

자신과의 소통 방법에 “참선”도 있지만, 글 쓰는 작업도 참선 못지않은 자신과의 소통 수단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쓸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지 않으면 글이 생성되지 않는다. 이 작업은 그림 그리기와 비슷하다. 펜인가? 붓인가? 도구 차이만 있다.


멋진 의사소통을 위해서 해박한 지식이나 달변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처럼 구김 없고 진솔한 대화일수록 마음 끄는 경우가 더 많다. 악의 없는 가벼운 말실수는 오히려 언어의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한바탕 크게 웃으면 몸속 650개 근육 가운데 230개가 동시에 움직인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근육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효과 만점의 운동도 드물다. 이 또한 의사소통의 즐거움이 주는 하나의 선물일 것이다. 그런 일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도파민을 선뭏하곤 한다.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정착 초기에 “컴퓨터클리닝”이라는 간판이 붙은 집에 컴퓨터를 들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고 한다. 알고 봤더니 그 집은 세탁소였다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집단이 정치판이지만, 실제는 소통이 가장 안 되는 집단이기도 하다. 사실 정치는 언어의 기술에서 나온다. 사람 능력은 다 거기서 거기지만 언어만큼은 개인차가 크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꾸밈없는 연설과 유머 감각에 있었다.

당론만 오가는 정치논쟁, 표만 의식하는 계산된 발언, 매일 이런 모습만 나온다면 정치에 관심 가질 사람은 적어질 것이고 국민과의 의사소통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때는 국회에서 이단 옆차기가 날아다니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무식이 고수인 의원도 있었다.


가벼운 말실수는 정치판을 즐겁게 만드는 청량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예전에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을 좋아했다. 군 미필, 잦은 말실수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꾸밈없는 “보온병 포탄” 에피소드로 전 국민은 한동안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특히 고 이용삼 의원 빈소를 방문했던 정운찬 국무총리의 말실수는 압권이었다.

     정운찬 총리 : 초선이신데 안타깝습니다.

     상주 : 4선이십니다.

     정운찬 총리 : 자제분들이 많이 어리실 텐데 염려가 크시겠습니다.

     상주 : 평생 독신으로 사셨습니다.

본인은 낯 뜨거웠을지 몰라도 보통 사람과 똑같이 말실수하는 총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수수한 인간적인 면을 느낀다. 그 역시 내가 좋아했던 정치인 중 한 사람이었다.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은 것이 유감이다.

그는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 어느 국회의원보다 학식 많고 똑똑한 사람이다. 그가 머리가 모자라서 실수했겠는가? 그만큼 순수한 인간미가 있다는 것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시 여론이나 정치인 중에 그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비난한 그들을 가장 위선적인 사람으로 본다.


한 번 웃으면 40개의 얼굴 근육이 움직인다고 한다. 그것이 연출된 것이든 진짜 말실수이건 국민 1000만 명이 웃었다고 보면, 국민 몸속에 있는 4억 개의 근육을 움직여 운동시킨 효과를 보았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이처럼 포절복도할 웃음이 매일 생긴다면 적자로 허덕인다는 국민건강보험재정이 일시에 해소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통의 美와 樂이 없는 사회는 환자복 입은 우울한 도시와도 같다. 그러지 않아도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우리 사회가 아닌가?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메라비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러나 사회적 상황에 맞게 이것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편의상 “의사소통의 법칙”으로 이름을 붙여 보기로 하자. 개인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법칙이다.

   법칙1 - 의사소통 속도는 즐거운 것일수록 빠르다.

   법칙2 - 의사소통 엔돌핀은 美적일수록 증가한다.

   법칙3 - 법칙1,2가 높을수록 의사소통은 만사형통으로 형질이 변환된다.



나눠 먹어야지~ 자기만 처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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