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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Jun 18. 2020

이방인의 냄새

과연 이방인은 누구인가?


인도에서 오신 한 교수님의 강의 시간이었다. 이제 갓 입학한 대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첫 원어 수업이었다. 한편, 교수님의 강의가 다가올 때면 우리 신입생들에게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바로 창문을 열어두는 것이었다. 덥고 습한 공기가 들어오는 여름에도 예외는 없었다. 우리는 시원한 에어컨을 포기하고 창문을 열었다. 굳이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는 바로 ‘냄새’ 때문이었다. 교수님에게서는 유독 ‘암내’라고 불리는 냄새가 났다. 나중에는 그 냄새가 ‘커민’이라고 하는 인도의 향신료 냄새인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우리 대부분이 그 냄새를 정말 싫어했었다. 결국 우리는 교수님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창문부터 열었다.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난 뒤, 인도의 한 대학교로 어학연수를 갈 기회가 생겼다. 역시 뜨거운 여름이었다. 심지어 온도가 5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더위였다. 1학년 때 우리의 원어 수업을 담당하셨던 교수님은 당시 우리가 연수를 받았던 대학교의 학과장 교수님이었다. 나는 5년 전과 같이 교수님께 수업을 들었다. 한편, 신기한 점이 있었다. 1학년 때는 그렇게 많이 났던 '그'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창문을 열어서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냄새는 모든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었을 때도 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교수님을 포함한 모든 인도 사람들로부터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하철을 탈 때도, 거리를 지날 때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냄새는 없었다. 오히려 지하철에 타자마자 항상 우리에게 집중되곤 하는 노골적인 시선을 보고, 순간 내게서 혹시 마늘 냄새, 혹은 김치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냄새 때문에 무작정 창문을 열곤 했던 1학년 당시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이 사람들도 혹시 나의 냄새를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실 모든 인간에게서는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의미하는 ‘체취’이다. 실제로 먹는 음식에 따라 체취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처럼 사람에게 나는 냄새는 필연적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체취는 민감하게 작용한다. 즉, 체취는 특정한 사람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거리를 멀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사람의 옷에서 갓 세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맡고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식이다. 한편, 이러한 체취는 단순히 개인적인 선호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바로 냄새로 인한 ‘차별’이다. 특정 인종에게서 나는 냄새, 음식 문화가 달라 나는 냄새, 혹은 약자나 소수자에게서 나는 냄새 등을 통해 사람을 구별 짓고 차별하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이 표현에 공감했던 이유는 다들 자신도 모르게 ‘지하철 냄새’를 알고 있고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냄새를 참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을 나와 연결돼서는 안 될 ‘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냄새, 특히 체취는 의도적으로 없애려고 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없어지지 않는 냄새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함으로써 나와는 다른 사람, 즉 ‘이방인’으로 구별 짓곤 한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교수님에게서는 냄새가 났다. 그는 우리에게 ‘이방인’으로 느껴졌고, 잠깐 있다가 다시 인도로 돌아갈 사람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 냄새에 유독 심하게 반응한 것일테다. 반면, 힌디어를 배우러 인도에 갔을 때, ‘이방인’은 바로 우리였다. 그들에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고, 정작 냄새는 우리에게서 났다. 우리 누구나 이방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타인을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차별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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