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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18. 2020

왜 현지에서 먹는 음식은 다를까?

현지에서 먹는 외국 음식의 차이

인도어과를 졸업하고 인도를 다녀온 이력이 있어서일까. 지인과 함께 우리나라에 있는 인도 음식점을 방문할 때면 가끔 현지의 맛에 관해 묻는 일이 있다. 맛이 현지에서 먹는 맛과 다르냐는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굉장히 난감하다. 현지에서 먹는 음식과 분명 무언가가 다르기는 한 것 같지만 그것이 음식 자체의 맛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내가 그저 현지에서 먹는 분위기가 아니어서인지 나조차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꼭 인도 음식이 아니더라도 베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라멘 등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된 외국 음식들을 먹을 때면 우리는 현지의 맛과 비교하곤 한다. 그런데 외국 음식은 정말 현지의 맛과 다른 것일까?


인도에서 먹었던 커리와 탄두리 치킨


인도에서 먹는 커리의 맛은 식당마다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했을 때 각 가정집의 맛, 그리고 식당들의 맛이 각기 다른 것처럼 인도에서의 커리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당에서는 굉장히 묽고 싱거운 맛이 나는 커리가 있는 반면에, 또 어느 곳에서는 진하고 꾸덕한 커리를 팔기도 한다. 물론 내가 요리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혹은 어떤 요리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현지에서의 맛도 식당마다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커리 말고도 쌀국수, 라멘 등 다른 나라의 현지 음식들을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현지의 맛'의 실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비록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식재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에서 김치찌개를 끓인다고 해보자. 인도의 한인 마켓에서 김치를 구할 수는 있겠지만 익은 신김치라던지, 혹은 돼지고기를 쉽게 구하기는 어렵다. 신김치 없이, 혹은 돼지고기 없이 끓인 김치찌개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먹던 그 김치찌개의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한국 음식을 해 먹을 때, 우리가 가진 게 고추장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떤 한국 요리를 하더라도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 맛이 났다. 커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도 식당에서 만드는 커리에 현지에서 흔히 넣는 어떠한 향신료를 넣지 못한다거나, 혹은 그 속에 들어가는 어떠한 재료를 구할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현지에서 먹는 그 맛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라멘
한 때 단골이었던 일본 라멘집


음식의 간도 다를 수 있다. 외국의 여러 음식을 먹으면서 가끔 느꼈던 점은 오히려 현지 음식보다도 한국에서 먹는 외국 음식이 더 맛있을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일본의 '라멘'이 그랬다. 내가 일본의 모든 라멘집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서 파는 라멘은 나에게 상당히 짰다. 물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간이 세고 짜다 보니 오히려 한국에서 먹는 라멘이 더 나에게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라멘을 먹을 때면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간혹 밥을 말아먹기도 했는데, 일본의 라멘은 국물이 너무 짜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라멘이 더 뛰어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한국 사람인 내 입맛에 한국에서 먹는 라멘의 간이 맞다는 것이다.


베트남 호찌민의 쌀국수 맛집
베트남 호찌민에서 먹었던 분짜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지의 맛을 내는 것은 음식 그 자체가 아닌 음식을 먹던 현장에서의 '경험'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음식을 현지의 어떤 곳에서 먹었는지, 누구랑 먹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따라 맛에 대한 기억이 특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짜장면'은 바로 인도 구르가온의 어느 한식당에서 먹었던 짜장면이었다. 물론 맛으로만 따지면 인도의 짜장면은 우리나라에서 먹던 것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짜장면이 맛있었던 이유는 짜장면을 인도에서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치찌개 등의 대표적인 한식은 인도의 다른 식당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었지만 짜장면을 파는 곳은 찾기 드물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인도에서 먹게 된 짜장면은 내가 먹었던 그 어떠한 짜장면보다도 맛있었다.


나에게는 인도에서 먹었던 커리가 우리나라의 인도 음식점에서 먹는 커리보다 맛있다. 그것은 내가 바로 '현지의 맛'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현지의 맛'이라는 개념은 음식 그 자체의 맛이라기보다도, 당시 우리 말고는 외국인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던 식당의 '현지 그 자체'의 풍경, 전통 복장을 하고 서빙을 하던 종업원,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직접 조리를 하던 요리사의 모습 등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즉, 그 음식을 먹던 여행 당시의 기억이 '현지의 맛'으로 종합돼 각인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이때, 인도 현지의 커리 맛이 새삼 그립다. 그때 먹었던 커리의 맛 자체가 그리운 것도 있겠지만, 아마 그때 어떠한 고민도 없이 인도를 여행하던 기억이 그리워서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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