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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15. 2020

인도에서 먹는 티베트 음식

낯설지만 친숙한 티베트의 음식들

'문화의 용광로'라는 말에 걸맞게, 인도의 문화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다. 인도 인구의 약 80%에 달하는 '힌두'의 문화를 비롯해, 이슬람 문화, 시크 문화 등 종교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지역, 인종 등으로 분화된 다양한 문화권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많은 문화권의 요리를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커리도 있겠지만, 남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먹기 시작한 '도사(Dosa)'라던지,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차우멘(Chow mein)'이라던지 등의 음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인도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 중에서도 낯설지만 친숙한 음식이 있다. 바로 '티베트'의 요리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티베트 요리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티베트의 음식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물' 요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도의 커리도 어떻게 보면 국물 요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숟가락을 이용해 건더기와 함께 국물을 떠먹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의 커리는 '난'이나 '짜빠띠' 등을 적셔 먹거나 찍어 먹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반면, 티베트의 음식은 우리나라에서처럼 국물과 건더기를 함께 떠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라다크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는 대표적인 지방은 '라다크(Ladakh)'다. 현재 인도에 속해 있는 라다크는 과거 티베트 왕국이 있던 지방이다. 이로 인해 라다크 지역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티베트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티베트어를 사용하고 티베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레(Leh)'로 대표되는 라다크 지방을 방문할 경우에 다양한 티베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티베트 음식은 라다크 지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다람살라 지역부터 델리에 있는 티베트 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티베탄 콜로니(Majnu Ka Tilla)'까지, 인도에서 티베트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아주 많다.


티베트 요리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음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바로 뗀뚝(Thenthuk), 뚝파(Thukpa), 그리고 모모(momo)다. 이 음식들은 앞서 언급한 델리의 티베탄 콜로니를 비롯해, 다람살라에 위치한 맥그로드 간즈나 마날리, 그리고 레 등지를 방문하게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요리들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맛과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여행 중에 많이 먹는 음식들이기도 하다.


레(Leh)에서 먹은 뚝파(Thukpa)
맥그로드 간즈에서 먹은 '뚝파'


먼저 뚝파(Thukpa)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수와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뚝(Thuk), 혹은 뚝파(Thukpa)는 티베트어로 '국수'를 의미하는데, 다양하게 존재하는 여러 티베트의 국수들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잔치국수', '막국수' 등의 요리들을 모두 '국수'로 일컫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뗀뚝이라는 요리 역시 이 뚝파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뗀뚝과 뚝파를 구분하는 이유는 뗀뚝이 국수의 일반적이 면이라기보다 반죽을 떼어 넣은 우리나라의 수제비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먹은 뗀뚝(Thenthuk)


다음으로, 뗀뚝(Thenthuk)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제비와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뗀뚝에서 뗀(then)은 티베트어로 '잡아당기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뚝(thuk)은 '국수'를 의미하는데, 면이 아닌 반죽을 잡아 뜯어 국물과 함께 끓여낸다는 점에서 뗀이 붙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뗀뚝의 맛은 앞서 말했던 뚝파와 크게 차이가 없다. 내용물이 다를 뿐, 국물을 우려내는 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뚝파와 뗀뚝이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유는 단순히 음식의 형태 때문만은 아니다. 이 요리들의 국물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국물 요리와 비슷하게 만들어지는데, 주로 닭고기나 양고기 등의 고기를 넣어 육수를 우려내거나 양파, 생강 등의 채소 등을 이용해 야채 육수를 우려낸다. 실제로 맛 또한 우리나라에서 먹던 국물 요리와 비슷한 맛이 나며, 술을 먹고 난 후에 해장으로 먹기에도 제격이다.


레에서 먹은 모모의 모습. 왼쪽은 찐 만두, 오른쪽은 군 만두의 형태와 비슷하다.
레(Leh)에서 화덕에 모모를 굽고 있는 사람들
화덕에 구운 모모


마지막으로 모모(momo)는 만두라고 할 수 있다. 모모는 티베트와 네팔을 비롯해 티베트인 거주지나 네와르족 상인의 영향을 받은 북동인도(시킴 주, 아삼 주, 다르질링)와 부탄 등에서 먹는 만두이다. '모모'라는 말은 본래 '찐 반죽'을 의미하는데, 아마 중국의 만두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만두처럼, 그 속이 야채, 야크 고기, 양고기 등 다양하며, 요리하는 방식도 찌기도 하고, 굽기도 한다. 특히, 레(Leh)에 있는 시장의 경우, 이 모모를 화덕에 붙여서 굽는 방식으로 요리하기도 한다. 이 모모가 인도를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채식이 대부분인 인도에서 육류를 마음껏 먹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모에는 보통 고기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만두'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그 맛 또한 굉장히 익숙하다.


티베트 음식은 이제 많은 인도 사람들도 즐겨먹을 정도로 유명해졌으며, 더 이상 티베트인들의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육류를 먹기 시작하는 젊은 인도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고기가 들어간 티베트 음식을 먹는 수도 많아지고 있다. 한편, 티베트 음식에는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과거의 티베트는 중국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 상황이며,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현재 인도의 다람살라 지역으로 망명해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독립이나 자치권을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을 탄압하고 있으며, 티베트 문화와 정체성을 말살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티베트 문화를 수호하려고 노력하는 긍지 높은 티베트인들이 존재하는 이상, 중국의 시도는 쉽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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