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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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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Jun 16. 2020

3년 만에 기자가 됐다

PD와 기자 사이에서 방황했던, 짧고도 긴 시간

잘 넘어가지도 않던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혹시 연락이 올까봐 미리 알림을 진동으로 설정해둔 참이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켠다. 문자가 온 것 같다. 슬쩍 내용을 확인해본다. 'OOOO 수습기자 합격자 발표...'까지만 보인다.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보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드디어 문자를 확인한다. 합격이다. 순간 집이 떠나갈 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최종 합격 문자


아직까지도 얼떨떨하다. 사실 합격을 하면 얼마나 기쁠지에 관해 수없이 상상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 눈물샘이 폭발하면서 펑펑 울 것이다. 나는 본래 눈물이 많아 슬픈 영화를 볼 때면 무조건 화장지를 지참하고, 평소에도 괜히 눈물이 많이 난다. 합격이라는 거대한 소식을 보게 된다면, 분명 눈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예상 시나리오였다. 두 번째 시나리오, 너무 기쁘고 들떠서 잠도 안 올 것이다. 사실 기쁘긴 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합격 문자를 보고 난 뒤 약 1시간 정도 지속된 것 같다. 이후에는 그저 평소와 같았고, 잠도 평소와 같이 푹 잤다. 결국 내 시나리오는 모두 빗나갔다. 어제 하루는 분명 평소와 같았다.


분명 궁금한 분들이 계실 수 있다. PD랑 기자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지, 왜 PD, 기자 중 하나를 정하지 않고 줄타기를 했는지. 실제로 작년 하반기에서 나는 PD 최종면접 2번, 기자 최종면접 2번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답은 바로 '뉴미디어'에 있었다. 나는 인도 관련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적이 있고, 또 언론사 영상팀에서 인턴 PD로 6개월 간 근무한 적이 있다. 물론 이 모든 경험은 영상 제작과 관련이 있다. 영상 제작을 떠올리면 당연히 PD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자에게도 '뉴미디어'의 역량이 중요한 시기다. 지면 산업이 침체되고 있으며, 신문에서 텍스트 위주로 기사를 쓰던 기자는 이제 온라인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미디어 제작 역량이 있는 내가 기자 직군에서도 분명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냥 교차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D 준비도 따로 하고, 기자 준비도 따로 해야 한다. 보통 언론사 입사시험은 '서류전형 - 필기전형 - 실무전형 - 최종면접'의 순으로 이뤄진다. PD와 기자가 나뉘는 것은 필기전형부터인데, PD는 주로 '작문'을 보는 반면, 기자는 주로 '논술'을 본다. 쉽게 말하면, 작문은 에세이 혹은 단편소설과 같은 글을 주로 쓰는 자유 형식의 글이라고 할 수 있고, 논술은 어떠한 사안에 관해 논리적으로 글을 서술하는 글을 의미한다. PD가 되기 위해 작문만 준비한 사람들은 논술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기자가 되기 위해 논술만 준비한 사람들은 작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준비하는 영역이 다른 것이다.


정확히는 2017년 10월부터 PD를 꿈꿨다. PD에도 다양한 영역이 있지만, 나는 시사교양 PD를 꿈꿨다. 하지만 PD를 준비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일단, 나보다 더욱 멋지게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영상 제작 역량은 어차피 들어가서 배우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내가 만약에 PD로 입사하게 돼도 창의성 등에 있어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또한, PD라는 직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방송사들은 PD 공개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방송사의 매출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방송사 입장에서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그리고 검증이 어려운 공개채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공개채용을 줄이는 것은 방송사가 아닌 많은 기업의 추세이기도 하다.) PD가 필요한 방송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주제작을 사용하거나, 경력직 등으로 수시채용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PD의 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PD만을 준비하기에는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자를 준비하게 됐다.


매주 1개 이상의 논술은 무조건 썼다


하지만 기자가 되기 위한 길은 더욱 험난했다. 우선, 논술 준비가 너무 어렵다. 논술은 특정 사안에 관한 나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가 논리적으로 딱딱 맞아야 한다. 논제를 분석하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들어가고, 정확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근거를 찾기에도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려면 하루 종일 써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 하나를 완성했다고 무조건 필기에서 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글이 채점자들의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가 되려면 보통 수많은 글을 준비해놓는다. 어떠한 주제가 나와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면접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 경력에 의문을 표했다. 나는 영상 제작 경력이 전부다. 당연히 PD를 준비하던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실제로도 맞았다) 기자를 뽑는 채용이기 때문에 더욱더 기자에 관해 확신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고, 그러한 점에서 흔한 학보사 기자나 인턴 기자 경력도 없던 나를 선뜻 뽑아주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분명 논술 실력을 열심히 갖춰왔고, 실제로 필기 전형에서 여러 번 붙었음에도 내 경력의 장벽 때문에 최종 합격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물론 브런치는 기사를 쓰는 매체가 아닌 블로그 플랫폼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도 브런치를 시작한 후, 면접에서 브런치 관련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사실 3년 동안 많이 고생했기 때문에, 그리고 언론사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기에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말해주고 싶다. '아랑'이라는 언론인 준비 카페가 있지만, 언론이 생각보다 상당히 좁은 업계고 글을 쓰게 되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곳에 글을 올리기는 좀 꺼려진다. 대신 브런치를 통해 3년 간 준비했던 경험들을 조금씩 풀고자 한다. 내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방향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끝으로, 기자가 돼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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