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이야기 - 부정적 전망의 역설
유가, 기름집에 아직 베팅해도 되는가?
대학교 2학년때쯤인가, GS칼텍스에 다니는 동아리 선배가 학교를 찾아와서 멘토링을 해주었다. 첫 커리어로서는 어떤 진로를 택해야 되는지, 어떤 산업을 골라야 되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단 한가지만 기억이 났다.
절대 기름집 회사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 등등)은 오지말라고 했다. 전기차등의 발전으로 산업 전망이 좋지도 않고 많은 인력이 필요 없기에 들어가면 역 피라미드의 조직구조를 보게 될 것이고 커리어도 정체될 것이라 이야기해 주었다. 그 당시엔 기름집이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 산업군 중 하나여서 다들 갸우뚱햇지만 논리가 워낙 탄탄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 근 10년이 넘은 지금도 기름집은 아직도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산업 중 하나다. 내가 기름집 안에는 있지 않아, 내부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워라벨, 회사이미지, 특히 연봉에 있어서는 다른 산업군을 아직도 압도하고 있다. 향후 10년도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10년 전 학교 선배의 논리가 취준생에게만 먹힌 것은 아니다. 정유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10년 전에도 정유사, 원유시추회사들에게도 먹혔다. 특히 미국의 셰일업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쳐 미국의 정유업체, 셰일업체들은 정유시설을 확장하지 않았고 벌어들인 돈을 정유시설 확장보다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 배당금 지급에 집중을 하였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유시설, 원유시추시설에 투자하면 자금 조달하는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정부도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2021년, 2022년처럼 유가가 100불 이상으로 넘어가 엄청난 수익을 얻는 좋은 상황이 와도 windfall tax라고 해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초과수익에 대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하기도 한다. 따라서 2020 코로나 기간에 많은 정유시설, 원유 시추시설들이 저유가로 인해 고통 받을때 셧다운되었고 한번 원유 시추를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엄청난 비용이 들어 다시 재가동하기 어렵다. 또한 원유 시추시설은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나오는 원유의 양이 줄기 때문에 투자를 안하게 되면 공급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따라서 부정적 전망의 역설로서 원유 시추시설들은 많이 줄어들었고 세일업체들의 입지가 이전보다 작아지고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입지가 올라가고, 또 거기에 러시아 전쟁까지 더해져 공급의 불안정성은 높아져 현재 유가는 100불 언저리에서 거래되고 있고, 공급의 제한으로 인해 1년 동안은 계속 80~100불 레벨에서 거래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유가는 아무도 맞추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었으면 원자재 trading팀으로 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대학교로 돌아가면 후배들에게 지금 커리어로 정유사를 추천할 수 있냐 했을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성장 산업에 베팅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나도 똑같이 이야기 할 것 같다. 물론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Status Quo는 상당히 오래 유지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