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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쌤 Sep 04. 2015

아직도 학교가 좋다

철부지 수학선생님의 좌충우돌 학교 이야기 #1 

"저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선생님 밖에 없어요."


모난 것에 끌린다.

과자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중에도 새우깡이 참 좋다. 새우깡을 막 집어 먹다가, 조금 더 길거나 아주 작은 것, 그러니까 원래 모양과 다르게 생긴 것이 나오면 묘하게 거기에 먼저 손이 간다.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학생들은 언제 봐도 참 예쁘고 대견하다. 노래  가사처럼 '어머님이 누구니, 어떻게 널 이렇게 키우셨니.'라고 묻고 싶어 진다. 

그런데 늘 모난 아이들에게 더 끌린다. 뭐 하나를 시켜도 왜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하고, 공부에는 관심도 없고, 시키지 않은 일은 정말 잘도  찾아하는 그런 아이들에게. 이 아이들과는 잠깐 대화를 나눠도 참 재미있다.


A라는 남학생이 있었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오타쿠'. A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같은 차원에 살지만 다른 차원의 사람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알겠다는 듯 웃어 넘긴다. 대화도 이런 식이다.


나: A야, 일찍 왔네 ^^

A: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나: ^^;; 밥은 먹었어?"

A: 그녀가 나에게 묻는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를 A와 같은 반인 학생에게 한 적이 있다. 선생님과 대화하는 게 쑥스러워서 더 그러는 것 같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더 재밌는 일도 있었다고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 나게 웃었다.

B는 수족냉증으로 손발이 무지 찬 애다. 복도를 걸어가던 A가 B라는 애와 손이 스쳤는데, 흠칫 놀라면서 뒤를 돌아 '저기...'이렇게 부르더란다. 그러더니 하는 말.


"너.. 혹시 뱀파이어니?"

 

이런 에피소드가 많아 A는 학교에서도 유명한 학생이다. 늘 혼자 다니는 게 신경 쓰여서 일부러 말을 건다. 비록 많은 대화가 오고 가지는 않지만, 재밌어서 박수까지 치며 웃는다. (물론 A는 절대 웃지 않는다.) 나의 그런 리액션이 싫지 않은지 자주 놀러 온다.

그러더니 어느 날 "저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선생님 밖에 없어요."란다.

아... 나 정말 너 이해 안 가는데...라는 말이 입에 맴돌았지만 꾹 참았다. 


체육대회 복장도 가지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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