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니의 크루에세이 02 ]
‘나다운 일을 찾아가는 2030을 위한 플랫폼’
이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망설임 없이 합류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비저너리에 합류한 지 어느덧 4개월 차가 되었다.
나만의 우주를 찾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좋은 동기 부여와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사이드 프로젝트답게 열정적이고 자기 꿈을 이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열정과 따뜻함을 겸비한 리더 미셸님 부터, 같은 UX 디자인 업에 종사하는 든든한 부캡틴 승님, 작은 체구를 넘어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지닌 하기자님, 사무총장을 꿈꾸던 우리의 정대리님, 살가운 미소로 맞는 말 대잔치만 하시는 정인님 등등! 어쩜 이렇게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만 모인 건지 다시 한 번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임에 감사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의 작은 고민도 싹트기 시작했다.
'내가 이 크루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멋진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가진 장점은 뭘까?'
컨텐츠 팀에 합류해서 크루 에세이도 쓰고, 카드 뉴스 회의에도 참여하고, 인스타그램 운영도 맡으며 이것 저것 하기 시작했다. 회의 때마다 좋은 아이디어들과 핵심을 찌르는 비평이 오가는 것을 보며 혼자 내심 감탄도 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느끼면서, 나도 뭔가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커졌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재밌지가 않고 의무적인 일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양심에 찔려 고백하건대, 언젠가부터 크루로서 해야 할 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를 돌아보며 이곳에 왜 있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됐다. 무언갈 크게 하고 싶지도 않고,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내가 왜 지금처럼 바쁜 취준생 신분으로 비저너리에 참여해야 하는지 조차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모두 각자의 일이 있음에도 비저너리 활동에 잘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한창 혼자 고민하고 있던 때, 마침 격주로 있는 스프린트 미팅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크루들이 다 모이지 않아 근황토크로 시작한 미팅에서 한 시간 내내 각자가 살아내는 나날들에 대해 얘기를 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때 누군가 그렇게 얘기했다.
"우리 얘기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저 한 마디가 나는 왜 그렇게 크게 다가왔을까, 마침 비저너리가 바쁘게 진행하던 프로젝트 일정이 뒤로 미뤄졌다는 걸 알게 되어 한숨을 돌렸다. 한 템포 느려진 그 날 우리는 비저너리를 왜 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비저너리도 출범한 지 이제야 반년 된 크루라 열심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 우리는 우리가 행복했던 한 시간의 근황 토크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가 정말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 부터 시작하자며 다시 한 번 방향을 재정립했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고민을 했던 시간이 무색하리만치 단순하게 해결책을 찾은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서 들어온 건데, 나다운 일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하고 직접 겪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들어온 건데 그 의미를 잊고 있었다. 그저 한 그룹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와 우리 크루를 먼저 응원하고 지지해줄 것.
사람과 환경에서 가장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나기도 하고, 내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건 나의 특기다. 내가 진정으로 내 크루들을 믿고 앞에서 손 잡아 주고 뒤에서 밀어주지 못하면서 누군가에게 진실한 응원과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걸 깨달았다.
언제나 한 발자국 느린 내가 비저너리를 하며 처음으로 하나의 점을 마음속에 찍은 순간이었다. 크루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 외에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재밌어하는 일과 비저너리, 그리고 비저너리를 통해 우리를 만날 분들에게까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먼저 추구해 나갈 때 비저너리 크루로서의 `여니`의 색도 더욱 짙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나부터, 우리부터, 그러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자연스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전달되지 않을까.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