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의 크루 에세이 02] 나 자신을 믿기로 선택하기
대학교에 들어와서 여름 방학 동안에 집에 빵뎅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 보기는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상해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로는 역마살이 붙었는지 나는 매해 지구 곳곳의 지역에서 여름을 맞아가며 인턴십을 하거나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여행했다. 눈, 코, 입, 귀, 오감은 모오두우!! 저 멀리 세상을 향해 뻗쳐 있었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마음도 바빴고, 몸도 바빴고, 가까운 친구들도 돌아볼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세상의 중심은 지구와 대자연 그 자체였다.
그러다 최근, 고등학생 때 제일 친했던 친구들 모임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 명은 로스쿨을 다니고 있고, 한 명은 어엿한 직장인이다. 그런데 나랑 더 친했던 한 녀석이 벌써 내년에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날더러 '증인'을 서달라고 했다!! 두 가지 지점에서 충격적이었다. 그렇다. 결혼과 증인 모두. 이제는 우리 모두 그럴 수 있을 나이가 된 것이었다. 내가 한국 땅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등바등 최대한 해외를 떠돌던 지난날, 나의 고등학교 짱짱친은 벌써 신부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면사포와 새 식기도구들과 청약이라니!! 감회가 새롭게 들면서, 인생이란 무엇일까 떠올려 보게 되었다.
6개월 동안 비저너리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많은 선택들이 있었다. 정들었던 크루들을 떠나보내기도 했고,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매력과 능력으로 무장한 새 크루들을 만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차근차근 여러 프로젝트를 실시해 보는 규모가 작은 독서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팟캐스트를 제작해 많은 사람에게 응원과 용기를 전한다는 방송으로 포맷을 바꾸었다.
팟캐스트를 처음으로 녹음해보면서는 와, 나는 정말 방송 체질은 아닌가 보다.. 삼라만상이 머릿속을 떠도는 경험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방송을 제작해 나가고, 사람들에게 홍보를 위한 비저너리 카드 뉴스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키우려고 하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와 갈등 사이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우주로 가겠다고 하던 프로젝트였는데, 이렇게 느린 속도여서 가능하긴 할까? 에서부터, 어떻게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추진력을 얻게 하는 걸까? 잡다한 글들을 찾아 읽기도 하고, 그걸 내 태도에 적용하려고도 하고, 멤버들 한 명 한 명과 가까워져 보려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나도 처음 비저너리를 하게 되었을 때보다는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는 세부 일정만 조율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드든..)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이 아닌, 팟캐스트 따로, 카드 뉴스 따로 단순히 콘텐츠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기어이 일이 터졌다. 온라인 스프린트(화상 회의)를 하는 지난 목요일이었다.
나는 다시 합심해서 비저너리를 잘 운영해가 보자고, 피피티도 준비하고, 이제 이대로 가자! 고 할 작정이었는데 크루들은 그래도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팟캐스트의 방향성-기획'에 대해서만 한 시간을 넘게 떠들었다. 구체적인 알맹이가 부족했다. 뜻은 크고 포부도 좋은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무얼 해야 할지 WHY 만 있고, HOW와 WHAT이 부족한 상태였다. 문제에 봉착했다. 몇 개월 동안 표류하던 문제가 드디어 크루들의 입에서 방향성의 문제로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비저너리를 운영하면서 배운 점은 너무나도 많다.
특히 우리가 하려는 일은 혼자서 훌쩍 떠나는 해외여행이 아니라는 것.
다 같이 하려는 일이다 보니 작게는 페이스북 포스팅에 관해서 한 줄 써서 올리는 것만도 무수히 고민을 한 후 여러 문장들 선택지 중에서 선택해서 글을 올리게 되고, 더 크게는 그 다같이를 이끌어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무엇을?!이라는 고민도 여전히 하고 있다.
다만 그래도 실패가 아닌, 경험치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지난 4개월 동안 우리는 데이터를 쌓았고, 300명이라는 비저너리 콘텐츠 구독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들의 지인이기도 하고 지인의 지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중에는 비저너리의 콘텐츠만을 보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게 나는 비저너리를 운영하면서 겉으로는 멀쩡한 척, 속으로는 사시나무 떨듯 무수히도 흔들렸던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실패' 대신 '실험'이라는 표현을, '실험' 대신 '연구'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우리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비저너리 크루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성장하듯이, 비저너리 자체도 성장통을 우리와 함께 겪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뜻을 펼치는 일도 말만큼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비전을 하루빨리 다 펼치기에 시간은 때로 가혹하리만치 촉박하고, 살아 숨쉬기 위해 우리는 비저너리 외에도 할 일이 많다. 다만 나는 나를 믿기로 한 것만큼, 우리 크루들 한 명 한 명도 믿기로 했다.
'혼자'라면 불가능한 일들을, '함께'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고 있다. 그래, '함께'라면 우주여행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거라 진심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최근 나 자신을 다시 믿기로 선택하게 해 준 소중한 실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느 학교에서 25명의 학생 명단을 선생님들께 넘겼다. '학업 우수 성취자'일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들의 명단이었다. 6개월이 지났다. 그 학생들은 예상대로 학업 우수 성취자 목록에 올랐다. 그럼 뭐가 그렇게 특별한 실험이냐고? 이 실험의 전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학생들은 모두 무작위로 선출된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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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우리 자신을 믿지 못해 방황하기도 하고, 타인은 더더욱 믿지 못해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모두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라면 어떨까? 나는 이 실험을 보고, 우리 모두는 결국 '아직' 피어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임을 느꼈다. 누군가가 믿어주기만 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들이 결국은 잘 될 거라고 응원해주기만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그 가능성이 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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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믿을 때, 그리고 진정한 공감과 신뢰로 연결될 때만큼 밝게 빛나는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비저너리 크루는 삭막한 세상에 그런 햇살 같은 존재들이 되고 싶다. '우리'를 먼저 믿고 응원하며, '당신'도 할 수 있고, 될 수 있음을 믿을 때 조금 더 촉촉한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소중한 실험 내용이 실려 있던 책은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
저도 아직 팀워크와 조직 관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만, 혹여 '팀워크'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셨을 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믿어 아래에 살포시 추천드립니다. '최고의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진다'라고 말해주는 강력한 책입니다.
http://www.yes24.com/24/goods/59316692?scode=032&OzSrank=1
그리고 앞으로 최고의 팀이 될 비저너리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는 비저너리 페이스북 페이지입니다 :)
비저너리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g/visionary.seoul/posts/
다음은 팟캐스트 :)
팟캐스트 에피소드 5화 :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 우물만 파서’ 영상 감독이 되신 Cre Yong님을 이번 팟캐스트에 모셔봤습니다! 즐겁게 들어주세요~ 팟빵 들으러 가기 >> http://bit.ly/2I0YTeg
비저너리 크루들은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그리고 ‘나다운 일’을 찾아 헤매는 평범한 청춘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이 여정에 함께 할 또 다른 청춘들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우주를 찾을 때까지, 비저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