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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Jan 15. 2019

작심삼일이 뭐 나쁜건가?

# 3일마다 만나는 새로운 다짐


이번엔 또 뭐에 꽂혔냐?


가끔 만날때마다 자신의 근황보다는 상대방의 생활에 더 관심을 쏟는 K는 오늘도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보며 툭 한마디를 건넸다.


내가 스테디셀러(steady-seller) 인문학서를 읽고 있으면 고리타분한 그런 책 말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읽으라 하고, 자기계발서를 들고있으면 자랑만 늘어놓은 사기성 성공담에 귀가 얇아진다고 빈정거리는 K는 "종이책은 돈낭비라 생각하는 이공계 천재" 였다.

정확한 아이큐를 물어보진 않았어도 카메라같은 기억력을 지닌 K는 어떤 자리에서나 자신이 생각하는 소신을 너무도 시니컬하게 내뱉는 타입이라 평범한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마치 교과서를 풀이해 놓은 새 참고서를 만난듯 감탄하며 묘하게 설득 당하곤 했었다.


'답답한 백면서생 훈장님같다' 면서  학창시절이 훌쩍 지난 지금도 칭찬인지 조롱인지 놀려대는 K가 왜 내곁에서 계속 머물면서 친구인건지 내가 생각해도 미스테리한 일이다.

 엄청 예쁜애가 뚱뚱하고 못생긴 애랑 단짝이 되서 다니는 것처럼 돋보이게 하려는 심보인지 지금도 그 답은 알길이 없다.  
 매번 만날때마다 상황도 다양하게 나는 K에게 잔소리를 한바탕 들어야 되는게 항상 정해진 순서였다.


평범한 지능의 지극히 평범한 나로서는 매순간 날카롭고 비범한 창의적발상을 꺼내놓는 K로 인해 '상대적 빈곤감' 팽배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겨우 중년이 되서야  "내 삶은 그저 나답게 사는게 최고다!" 깨우치며 자존감 상실의 최대 원흉인 그 의미없는 '남의 인생 부러워하기'를 내려놓았다.

말이 쉽지 살면서 이런 인정을 하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들인것은 여러분도 다 이해가 될 것이다.


대기만성,
1만 시간의 법칙


 K와 있을때는 상대적으로 느린 나의 인지력은 솔직히 평범한 지인들 틈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기민하고 총명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제 하나둘씩 흰머리가 돋고, 너도 나도 기억력이 가물거리는 중년이 되고보니 어쩌면 내가 학창시절처럼 K에 비해 초라한 인지력이든 뭐든 상관없이 천천히 끊임없이 노력하면 성공하는게 더 많다는걸 깨달아 즐겁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인생 성공의 정답이 어디 정해져 있겠는가!


 비상한 머리로 새로운 발명품을 특허내서 백만장자가 된 사람도 있고,  어떤이는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서민갑부가 되기도 한다.

 강남의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대성한 사업가도 있지만,  허름한 벌판에 제대로 된 간판 하나 없이 천원짜리 국수 한 그릇을 팔면서 대성한 수십 억 부자도 있다.

 첨단 장비로 AI 기술을 자랑하는 성공자가 있는 반면에 아날로그 제품만을 역발상으로 이용하여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차별화된 사업가도 있다.

작심삼일이면 어떠랴!
삼일씩 질릴만하면
또 시작하고
재밌을때만 삼일씩
자주자주 시도하다 보면
뭐가 되도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끝까지 하다보면 내가 잘하는
뭔가가 생기겠지...


 1년이면 시행착오 작심삼일을 일백이십번이나 가능하다.  그 중에서 몇십 번쯤 이리저리  흔들린들 누가 뭐라겠는가!

 
 아흔다섯의 한 노장이 정년 퇴임을 앞둔 후배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칠십에 퇴직할 때
얼마나 살다 죽을지 모르는데
이젠 더이상 무슨일을
할수있을까 생각만하다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이십오 년이나 이렇게 건강하게
더 살 줄 알았더라면
뭐든 더 멋진 일을 일단 도전하며
살았을 겁니다.

 아흔다섯의 노장의 눈에 일흔살의 후배는 완전 청춘일 것이다.  속도가 느려도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는 배는 어디든 그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나의 시간은 백세인생 중 딱 중간지대를 넘고 있다. 20대의 청춘들에게는 가끔씩 눈치없는 간섭에 꼰대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70대의 선배님들께는 아직도 젊고 팔팔한 부러운 청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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